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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장’ 증가가 여성지배인가
미디어 다음 기획특집 ‘신모계사회를 말한다’
금오해령   |   2004-04-25
미디어 다음은 그간 지하철, 이주 노동자, 동성애, 장애인 등 이슈들을 비교적 조심스럽게 다루고 네티즌들의 의견을 함께 짚어보는 시도를 하며 포탈 사이트에서의 여론 생산 가능성을 확장시켜왔다. 하지만 이번 ‘신모계사회’ 특집은 원인과 결과, 현상과 전망에 있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체 미디어 다음이 ‘일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말하는 신모계사회의 정체는 무엇인가.

“일부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처가살이와 여성이 가장인 가정에서 원시시대 모계 사회의 모습을 떠올린다. 혼인 제도의 모순과 부조리가 결국에는 사실혼 관계의 증가로 나타나고 유목민처럼 디지털 사회를 유영하는 개인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남성은 바람처럼 왔다 사라지고 여성이 아이들과 가정의 중심이 되는 사회, 성별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 사라지고 가족은 가문 승계가 아닌 ‘양육’을 위한 최소한의 단위로 기능하는 사회, 과연 원시시대 모계사회가 21세기 신인류를 통해 재현될 것인가?“ (커버스토리 - 신모계사회를 말한다)

이 기사의 논리를 따르자면 ‘디지탈 사회’의 개인은 전통적 가족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그 결과 가정은 ‘양육’을 위한 곳이 되고, 여성이 그 가정의 중심이 되어 모계사회가 출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그대로 이해하자면 정말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디지털을 제대로 ‘유영’하는 것은 “바람처럼 왔다 사라지는” 남성뿐이다. 그 전에는 한국남성들이 양육비를 대는 것 외에 아이 기르는데 구체적인 책임이 있어서 기저귀 갈고 유치원 데려다 주고 있었나? 이제 남성들이 양육노동뿐 아니라 경제적인 책임까지 지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 모계사회 출현의 징후인가?

“모계 사회의 또다른 징후 - ‘처가살이’ 증가: 일반적인 가정 중에 외가 중심의 육아가 이뤄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외가 중심 육아 역시 여성 중심의 생활의 일종…” (디지털 시대, ‘신모계사회’가 온다)

원시 모계사회에 대한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주장들을 여기서 다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명확한 것은, 지금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예시들은 모계사회의 징후라기보다는 한국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양육에 관한 한 맞벌이 부부에겐 가족에 기대는 것 외에는 여전히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여성들은 노후에도 모계던 부계던 간에 혈연에 기반한 돌봄 노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설마 시아버지나 친정 아버지가 외손자들의 양육을 절대적으로 책임지고 있을까?)

“유동적이고 변화 무쌍한 사회는 남성 중심을 여성 중심으로, ‘신모계사회’로 바꾸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 부국장의 전망에는 한국 여성들의 포용력과 모성애에 기반한 ‘수평적 리더쉽’, 아줌마들의 ‘수다’에서 나타나는 왕성한 정보욕구 등이 디지털 유목민 사회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디지털 시대, ‘신모계사회’가 온다)

뭔가 새로운 얘기 같지만 ‘정보화’에서 ‘디지털’로 표현양식이 바뀌었을 뿐 지난 십 년간 반복되어 온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주역은 여성’이라는 추켜세움과 다를 바 없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가 여성세상을 보장하는 것처럼 언론에서 과장해 온 것에 반해서 여성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정보소외, 그리고 여성들이 점유하기 시작하는 기술은 가치 절하되고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 지불되어 왔다는 것은 지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보화 시대가 일부 여성 CEO 출현 등에 기여했을지는 몰라도, 다수 여성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정보/기술 격차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의 기획 역시 마치 여성우위의 기술 세상과 새로운 가정형태는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인데, 부수적인 ’그늘’로써 양육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기사를 이후에 덧붙이는 꼴이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씨는 “지금 전세계는 모계사회로 진행 중”이라며 “여성을 중심으로 가족제도의 판이 새롭게 짜이고 있으며, 여성을 중심으로 남성은 원시수렵시대처럼 왔다가 가고, 또 오는 그런 모계사회가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북유럽과 서유럽에서 보편화된 사실혼제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신모계사회’가 온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북유럽이나 서유럽의 가족변화와 비교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굳이 비교하자면 아프리카, 서아시아의 노동계층, 빈곤층이나 극심한 경제위기나 전시상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에 가까워 보인다. 남성은 가정은 버리되 권위는 다 버리지 못하고, 여성들은 누적된 성차별로 인해서 경제적인 약자임에도 가정의 온갖 책임과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진다. 사회 복지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특히 양육과 노인, 병자에 대한 ‘돌봄 노동’은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강화되는 상황 말이다.

게다가 기사에 언급된 유럽의 동거 가정들이 “남자들은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여자들이 나머지를 기꺼이 모가장으로서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실로 오산이다. 서유럽형 동거가정의 예시를 하나만 보자. ‘여자친구’와 동거하며 갓난아기까지 있던 삼십 대 중반의 한 남자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손이 많이 가는지라 전업을 가지기 어렵다며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여자친구가 요즘 진급과 직결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한참 바쁘다며, 아이를 데리러 일찌감치 퇴근했다. 한국에서도 그것이 당연한 풍경처럼 여겨지더라도 나는 진정한 모계사회니 여성상위 시대라고 호들갑 떨지 않겠다. 그것은 가정이 예전보다는 좀 더 융통성 있고 평등해지고 있는, 즉 원래 그러해야 할 방향으로 가고 있는 한 징후일 뿐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미래학자이자 광고학자인 자크 시겔라는 ‘미래는 밝다(Le futur a de l'avenir)’라는 책에서 21세기를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 사회의 모습의 주된 특징 중 하나도 바로 ‘모계사회’다. 그는 “20세기 들어서 치열해진 여권신장은 남녀간의 주도권 싸움이었으며 여권신장은 여성지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지털 시대, ‘신모계사회’가 온다)

이 기사를 보면서 두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호주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한 한국인이 “그곳은 완전히 장애인 천국이다”라고 한 말과, 어렸을 때 들은 바 있는 “이제 여자들 세상이 올 거다. 딸 없는 부모들을 차별 받으면서 살 거다”라는 말이다. 전자는 장애인 이동권이 한국보다 좀 나아서 거리에서 장애인들을 볼 수 있었다는 피상적인 목격만으로 ‘천국’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는 점에서, 후자는 이 변화하는 세상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고민하는데 그저 “변하고 있다”고 동문서답 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여자들이 바라는 것은 ‘천국’도, ‘낙관적인 미래’도 아니고 좀 더 평등하고 상식적인 현실의 세상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족형태 변화의 징후가 보인다면 그것은 부계에서 모계로의 이동이라기 보다는 혈연가족에서 좀 더 폭넓고 다양한 가족 형태로의 변화다. 여성정치인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과 마찬가지로 여러 징후들을 일관성 없이 섞어놓은 ‘신모계사회‘라는 가정 역시 실체가 없을 뿐더러 있지도 않은 남녀 대결구조를 조장하여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이다.

미디어 다음은 “신모계사회가 드리운 그늘 - 법이 사회변화를 못 따라”라는 이어지는 기획기사에서는 갑자기 어조를 바꾸어서 증가하는 모자가정과 여성노동의 불안정한 현실을 짚어간다. 그러나 모가장 가구의 어려움은 신모계사회가 ‘여성지배’, ‘신인류’, ‘디지탈 시대’ 등의 화려한 어구 없이, 현재 가정과 노동시장의 여성 차별을 직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거론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미 누적된 차별과 사회의 변화가 결합된 것이지, 디지탈 시대가 발생시킨 새로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문제로 지적되어야 할 부분과 지향해야 할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서 기사간의 시각 차이나 간극이 커진 것이다. 미디어 다음이 ‘디지탈 시대의 신모계사회’라는 기획 틀을 포기하고 현재 육아와 노동 관련해서 여성들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접근하거나 혹은 변화하는 가족 형태 면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면, 이런 갈지자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사입력 : 200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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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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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 04/04/26 [11:13]
호들갑도 유분수지..
빈곤여성이 증가하는 걸 가지고 신모계사회라고 하다니..
언론의 선정성이죠.
전여옥은 여러 군데서 헛소리 해대는 군여..
연구해볼 인간이야..
주부 04/04/26 [13:18]
남성은 바람처럼 왔다 사라지고 여성이 아이들과 가정의 중심이 되는 사회라니, 그럼 그 여자들은 왜  결혼을 했단 말입니까. 

결혼제도가 없어진 사회라면 몰라도 지금같은 상황에서 남자가 가정 내팽개치는 게 신모계사회입니까? 어이가 없네.
04/04/26 [18:56]
정말 아무 말이나 막 한다는 생각이...
...... 04/04/30 [14:09]

자 이것과는 아주 다른 애기지만..

분명 남성들의 사회생활의 권리에는 생계를 책임진다는 의무가 항상함께하고 있다.




자 여성이 사회진출...사회진출을 외치던..

여성주의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남성이 가진 권한..사회에서 활동할수있는 권한..

그 권한을 가져가고 싶었다면..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의무또한 가져가야한다.



그러나 (먹여살리는) 의무를 점점 가져간다면....거기에 포함된 권리 또한 점점 가져가게 된다.




까놓고 애기하자면...여자가 벌어먹이는 집이 있다고 치자.

요즘에 젊은 여자가 집에서 놀고있는 남편이 있는데, 집안일 다 하겠는가???

아마 왠만한 성깔이 아애없는 여자라해도,

의무를 짊어짐으로써..그 의무에서 파생되는 권리도 확보할수 있을 것이다.


(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를 봐라.

백수남편을 둔 여자의 위세를 알수있을거다.
)






우습게도.... 여성들은 단지 그 권리만을 쟁취하는데 골몰한 나머지..

거기에 의무또한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여성들이 남성들의 사회활동이라는 권리에 대해 항상 그권리를 쟁취하려고 노력했지만..

남성들의 그 권리 이면에는 아주 중대한 의무가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은 망각하고있었다는것이다.
)









내가 어떤 신문에서 여성칼럼니스트가 쓴글을 봤는데..

40중반의여성이 그때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살아왔지만..(맞벌이로.)

이제는 쉬고 싶고..집에서 편하게 남편벌어주는 돈으로 그냥 살림이나 하면서 그냥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시부모 아이들 남편의 눈치때문에 일을 그만둘수가 없다면서..
"나도 쉴 권리가 있다고요"라고 하소연한다는 것이었다.

그 칼럼니스트는...자기는 돈벌어오라고 떠밀어내는 남편과 시부모가 없으니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그 여성은 자신의 "쉴 권리가 있음"을 생각하면서..

남성도 "쉴권리가 있을수도 있음"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집안을 벌어먹일" 혹은 "생계를 책임질" 의무는 일단은 전적으로 남편의 것이라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셈이다.

결국 남편은 하기 싫어도 계속 직장 다니는 것에 대해서...일말의 의심도 없으면서, 자신은 그런의무에 있을수도 있다는 사실은 일망의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건 다른면으로 보면, 같이 똑같은 직업으로 맞벌이를 해도, 가사일의 최종책임자는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분위기 또한 그렇다.

결국은 성별분업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아직도 굳건하다는 거다.




( 결국 그것은 ...그 칼럼니스트와 그 여성은 .... 자신이 잠시 남성의 생계를 책임질 의무를 "도와"주었을뿐.....그것이 자신의 본질적 의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치 남성들이 여성의 의무인 집안일을 "도와"줄뿐 결국은 집안일은 여성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과도 같다.

아주 견고한 하나의 성역할 분담인 것이다.

)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여성이 남성들에게 권리를 내놓으라고 말할때.
사회진출, 가사노동, 육아등의 권리를 내놓으라고할때...

과연 남편이 가지는 의무마저도..
동등하게 나누려하는 것인가하는거다.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동등함을 요구하면서..자신의 "생계를 책임질"의무또한 동등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또 어떤 여성은 사회핑계를 댈수도 있다.
이 사회는 여성보다 남성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쉬운 사회이니까 여성이 돈을 못버는 것은 그 잘못이 아니다..
결국 사회때문이라면..
남성이 돈을 잘 버는 구조라서 여성이 돈을 못버는 구조가 문제라서 여성이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고 애기한다면..

그 사회구조때문에, 남자들은 돈벌어올테니, 너는 집안일이나 해라 라고한다면...
어떻게 애기할것인가말이다.
모든 여성의 문제를 그런식으로 교육하고 그렇게 할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책임으로 돌린다면....남성들의 마초이즘도 그냥 사회에서 그렇게 교육받은 것 뿐이고, 그렇게 몰고가는 사회책임이고 남성 개인은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맞받아칠것이다.
 
)))








모두들 알겠지만..
남성과 여성에 대해 많이 동등화가 되는 분위기이지만..
결정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종속화가 되는 이유는..경제력이 없어서다.

다른 면으로 보면 우리사회의 남성이 "생계를 책임질 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을 수 없다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도, 계속 돈을 벌다가, 들어앉아서 남편월급만 받고 살게되자, 괜히 눈치보여서 함부로 쇼핑을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 전처럼 집안일을 동등하게 요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여성이 "생계를 책임질 의무"를 가져간다는 것은, 권리도 가져간다는 의미가 많이 된다.

(물론 과거에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불쌍한 여성 가장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현대에도 그럴것인가는 좀 애기가 다르다.)





어쨌든 남성의 사회진출을 아주 대단한 권리인듯 여긴다면..

그 의무도 당연히 가져가야하는 것이다.

혹은 동등하게 반반을 나누던지.


권리에만 집착해서 ..거기에 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제부터 깨달아야한다.
토마토 04/04/28 [23:26]
남편이 외도하고 외할머니가 애봐주는 게 모계사회냐.
무슨 여성세상이 온 것처럼 난리네.
정말 배운 것들은 헛소리들을 지껄인다.
여자 입장에서 그렇게 살아봤으면 저딴 소리 못하는데.
호호 04/04/30 [02:55]
너희들 떨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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