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성들은 왜 술을 마시게 됐을까

<추적60분> ‘여성 알코올중독 실태보고’ 아쉽다

정희선 2006-04-18

KBS2 <추적 60분>은 4월 12일 “여성 알코올 중독 실태보고 ‘키친 드링커’를 아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주부 알코올중독 문제를 취재 보도했다.

사회자는 프로그램 시작에서 ‘키친 드렁커’란 “부엌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여성알코올 중독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이 프로그램은 시종일관 여성의 사회적 정체성을 “주부”로 한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여성알코올중독자의 존재를 부엌에 가두는 효과를 가져왔다.

<추적 60분>은 여성알코올중독이 심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여성들의 취약한 신체적 조건’과 ‘체질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어서’ 남성에 비해 중독에 더 빨리 걸린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알코올 분해력이나 신체적 조건을 성별 차이로 구분한 것은 별로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중독의 우려가 더 높기 때문이라면 유전적 요인이나 나이와 환경 등 개인의 조건 차이, 허약체질의 사람들이나 노약자, 청소년의 알코올 중독문제를 다루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취재진은 본인이 알코올 중독이라고 자각하고 방송국에 도움을 요청한,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전업주부의 집으로 가서 집안에 숨겨놓은 술병들을 찾아내고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를 보여주면서 여성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족 돌봄이 소홀해지는 현상을 부각했다. 또 두 자녀의 그림을 보여주며 유난히 빨강색이 많이 쓴 점이 이상하다면서 그것이 엄마의 술 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혹을 던진다.

결국 두 아이를 소아정신과에 데리고 가 심리분석을 받게 했는데, 의사는 심리분석결과 두 아이 다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양육자에게 어렸을 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취재진은 이 결과가 곧 엄마의 음주문제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듯 했다. 아이들의 일상이 거론되지 않은 걸로 봐서 취재진은 그림 외에 다른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에 많이 쓴 색을 통해 엄마의 음주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았다.

병원을 다녀온 날 저녁 남편은 이 여성에게 공격적인 태도로 아이들 문제에 대해 책임을 추궁했다. 방송에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 여성은 둘째 아이 출산 이후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친정어머니는 인터뷰에서 “둘째가 밤에 거의 잠을 안자고 애를 먹였는데 사위가 도와주지 않아서 혼자 고생 많이 했다. 그 이후로 술을 먹기 시작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사례인 60대 여성의 경우, 취하면 거리를 배회하고 남편이 아내를 찾아 헤매는 것으로 나왔다. 취재진의 권유로 진단을 받은 결과 알코올성 치매가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격리병동에 입원하게 됐다. 이 여성이 술을 마시게 된 계기는 6년 전 빌딩 청소 일을 그만 둔 후 적적해서였다고 한다. 방영 분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결국 위의 두 여성은 산후우울증과 갑작스러운 실직이 습관적 음주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취재진은 여성들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가족들의 불편함과 어수선한 집안 모습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왜 여성들이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 원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만약 60대 남성이 실직 후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면 노인실직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키친 드렁커’라는 용어를 별 고려없이 사용하는 것처럼, 여성이 있어야 할 자리는 원래 '키친'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알코올 중독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성별은 물론 계층이나 사회적 집단 별로 특성에 맞는 예방과 치료 방안이 필요하다. 방송에서도 거론되었듯이 알코올 중독 치료는 폐쇄병동 입원 밖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여성전용병동이 전국에 단 하나이며 치료비도 한 달에 백 만원 넘게 드는 현실은 여성들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을 말해 준다.

방송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폐쇄병동의 프로그램도 새벽 5시에 일어나 국민체조를 일괄적으로 시키고 면회나 외출을 금지하는 등 규칙적이고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됐다. 환자들은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자발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기보다 입원해 있는 동안만 술을 끊고 나가면 얼마 안가 다시 들어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다.

술을 하루에 얼마 마시냐는 주량보다는 여성들이 어떤 사회적 관계의 갈등 때문에 알코올에 의지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해야 그에 맞는 치료와 치료 후 지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방송이 이런 부분에 고려가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알코올 없이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자존감을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치료의 일부일 것이다. 치료 후 부엌으로 다시 돌아간 여성들은 부엌에서 나오기 위해 또 다시 술을 마실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기사입력 : 200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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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06/04/18 [20:10]
kbs인가요? 
지난번에 여름엔가 "시대유감, 술마시는 여자들"이란 다큐있었죠
술마시고 토하고 허벅지가 드러나도록 버둥거리는 여자들을
카메라가 사정없이 담아가더군요. 
또 "정신병원"으로 갔죠.
환자복입고 고개 숙이고 있는 문제의 인물을 클로즈업한뒤
입원실 문뒤에서 기자와 주변인이 속삭이죠 
"왜 술을 마신답니까?"
 "저기..(쉿)..이혼했대요"
공영방송, 
제작.진행 등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06/04/25 [00:17]
술 마시는 것도 남녀 다르게 대우하죠.
(담배는 더하지만.)
남자인 경우와 상당히 많이 차이가 있게 다루는데, 보도방식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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