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사태가 돈과 이념의 문제?

편파적인, 너무나 편파적인 언론들

혁은 2006-05-09

지난 4일 이후 평택 대추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4일 미군기지이전부지인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에선 군대와 경찰 1만4천명이 동원되어 엄청난 무력이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던 1천여 명의 ‘평택지킴이’들은 수백 명이 부상당했고, 약 3백여 명이 연행됐다. 또한 다음날인 5일 ‘평택지킴이’들이 전날 군이 쳐 놓은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자 경찰은 1백여 명을 연행했다.

이를 다룬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YTN, MBC, SBS, 쿠키뉴스 등 언론의 보도행태는 ‘힘이 없는 자들의 언어’가 ‘힘이 있는 자들의 언어’에 묻혀버리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평택사태 보도에 대한 언론들의 논점은 5개 정도로 구분되는데, 이 논점에 따라 정부와 국방부가 기지이전을 위해 여론을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매우 지엽적인 논쟁으로 국한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평화’라는 근본적인 지점에서 동떨어져 있다.

보상금 문제로 몰아가다

첫째, 거의 전적으로 정부와 국방부 발표에 의존해 보도하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4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문과 그의 인터뷰는 아주 신속하게 보도됐는데, 당시 윤 장관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군대와 주민들은 충돌하지 않을 것이며, 기지 이전은 한반도의 전쟁억제를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라는 점, 주민과의 대화를 계속 진행해 나갈 점, 평택사태는 외부단체들이 개입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또한 기자회견을 통해서 평택범대위 일부 간부들의 보상금이 20억 이상이 될 것을 강조하면서 “백만장자가 생존권 운운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평택 범대위와,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 여타 ‘평택지킴이’들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실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군, 경의 폭력행위에 대해선 거의 보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연합뉴스는 “군: 두들겨 맞더라도 절대 맞대응 말라”는 4일자 보도를 통해 “군관계자들은 사병들에게 완전비무장, 오로지 철조망설치라는 건설작업에만 힘쓸 것을 당부했다”면서, 당일 일어난 폭력사태, 나아가 5일 대추리에서 있었던 “계엄령 사태”를 외면하고 왜곡했다.

둘째, 국방부와 언론들은 “보상금 문제”에 초점에 맞추면서 평택에서 투쟁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투쟁을 오로지 ‘보상금 한 푼 더 받아내기 위한’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4일자 기사에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주민대책위 일부 간부들의 보상금이 최고 27억여 원에 이르며 지도부의 평균보상금이 19억 원에 이르는 등 사실상 백만장자들이 생존권을 운운하고 있다고 인터뷰한 것을 그대로 실었다. 또 다른 기사인 <주민 대부분에 시세 3~4배로 땅값 보상>을 통해서 주민들의 평균 보상금이 6억 이상이며 특히 반대주민들에 대해서는 10억 원 이상의 보상금이 책정되어 있고, 이것이 시세보다 3~4배 높은 가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보도는 미군기지이전 반대투쟁의 주요 논점에서 어긋난 것이며, 주민들의 심정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이다. 지금 남아서 땅을 지키려고 하고 있는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은 보상금을 요구조건으로 걸지 않고 있으며, 자신이 평생 동안 일궈온 땅에서 그대로 농사짓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현재 황새울에 있는 285만평의 들판은 농민들이 평생 개척하여 일군 땅이다. 1941년 일본이 평택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군사기지 시설을 지을 때 농민들은 생존 터를 빼앗겼고, 해방 이후 미군이 부지를 차지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은 계속해서 부대 바깥으로, 바깥으로 쫓겨나며 농지를 일궜다.

이런 주민들의 역사적인 배경, 생존권을 비롯한 권리문제는 바라보지 않고 농민들을 “백만장자”라고 칭하는 것은 왜곡보도라 할 수 있다. 평생 농사만 지은 농민들은 자신의 터를 옮기면 생계수단을 잃고 보상금을 축내면서 살게 된다. 주민들은 “적절한 보상금”을 위해 싸우고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평생 지켜온 땅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돈’의 논리가 모두의 논리가 아니란 것을,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의 논리가 아니란 것을 언론들은 간과하고 있다.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누구인가

셋째, 정부와 국방부는 “시위대의 불법폭력”에 대해서만 언성을 높이고 있고 언론 또한 이에 대해서만 초점 맞추고 있다. KBS는 7일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시위와 폭력행위는 용납하지 말고 엄격하게 대처하라.”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6일자 <하루만에 뚫려버린 군 철조망> 기사를 통해 5일 시위대 1천여 명이 “난입”했으며 이에 따라 병사들 30여명이 부상당했고, 주민들은 그 중 10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은 5일 평택사태에 대해, 국방부가 “시위대가 철조망을 훼손하고 군인들에게 폭력을 입혔다.”고 발표하고 사태가 시급해질 경우 “장병들에게 비살상 개인보호장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한 점을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6일자 보도에서 평택 부상군인 입원병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이런 보도들은 평택에서 일어난 군대와 경찰의 폭력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폭력’의 의미를 극단적으로 축소하여 ‘시위대의 죽봉과 철조망 훼손’으로 등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정하지 않다. 4일의 충돌에서 1만4천 대 1천명이라는 수를 비교할 때, ‘평택지킴이’들에게 “불법폭력시위대”라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황새울에 미군기지이전을 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그 순간부터 사흘 만에 결렬될 정도로 성의 없는 대화를 한 최근까지 ‘국가폭력’은 계속됐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 물리적인 충돌로 가시화된 것이다. 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그것이 ‘국책’이며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하루 만에 농지를 훼손하고 철조망을 친 국방부다. 그런데 그 철조망을 시위대가 훼손한 것에 대해 ‘불법적’이며 ‘폭력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넷째, 국방부와 정부, 언론들은 평택사태를 ‘주민들과는 상관없는’ ‘외부단체’들이 들어와 선동한 것으로 보도하며 전형적인 이념문제를 개입시키고 뿌리 박힌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있다. 윤 국방장관은 4일 담화문에서 “그러나 일부 외부 반대단체들이 일부 반대주민들과 연계해 추가보상이나 생계대책이 아니라 미군기지 이전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큰 어려움을 안겨줬다”고 했고, 기자회견에서 “한총련 일부 세력이 범대위에 가담해 선의의 국가 정책을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선전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4일자 <’평택 범대위’ 실체는>에서 ‘범대위는 외부세력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문화일보도 4일 <대추리 ‘저항하는 사람’ 누구?>를 통해 평택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의 ‘성분’을 따졌다. 또 많은 언론들은 4일 사태에서 영장이 청구된 37명중 ‘주민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5일의 시위에서도 ‘주민은 10명에 불과했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여론은 자연스럽게 ‘반미만 외치는 외부세력들이 순진한 농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식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이런 보도는 주민들의 의지를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미군기지이전 문제를 “(해당 지역)주민들만의 문제”로 못박으며 “외부와의 연대”를 비난함으로써 전 국민의 평화가 위협되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통로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평화 없는 ‘국익’?

다섯째, 일정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국방부나, 시위대의 불법폭력과 외부단체를 비판하는 언론이나, 폭력적인 진압을 비판하며 ‘절차적이고 민주적인 타협’을 주장하는 언론조차도 모두 ‘국익’이라는 절대선(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일 이후 계속되는 언론의 보도 속에서 우리는 어디서나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대전제를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 장관과 언론들은 ‘미군기지이전사업이 지체되면 그만큼 국가의 이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것’, ‘중요한 국책사업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할 것’ 등을 강조했다. 언론은 ‘미군기지이전’이 되돌릴 수 없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점에 대해 한 목소리였으며, 이 사태의 해결을 ‘원만하게 하느냐’ 혹은 ‘강제적으로 하느냐’에 대한 논조만 다를 뿐이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국익’ 논리가 언제나처럼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국익’이란 이름 앞에 평화와 인권, 생존 등의 소중한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그에 따라 주민들의 목소리, 평화를 위한 목소리들은 ‘더 큰 대의’(?)를 위해서 마땅히 희생해야 할 ‘작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된다. 거기에는 과연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어떻게 하면 진정한 평화가 실현될 것인가’의 문제의식은 사라진 채 기득권층의 합의만이 존재할 뿐이다.

언론들은 이제라도 기존의 사건보도 행태에서 벗어나 사태를 완전히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주민들의 입장을 처음부터 새로 듣고 이해해야 하고, ‘국익’에 대한 무비판적인 인식을 반성하며 ‘평화’와 ‘폭력’의 개념을 다시 써야 한다. 평택 사태는 해묵은 이념논쟁이나, 돈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이 성찰을 통해 공정한 시각을 갖추게 되었을 때, 아마도 대추리의 ‘폭력사태’를 쓰기 전에 이제 곧 부서질 대추리의 담장에 그려진 벽화를 먼저 게재하게 될 것이다.

기사입력 : 200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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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 06/05/10 [01:42]
레드 콤플렉스만 부추기고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진 건지도 보도 안 하고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요. 우리 사회가 너무 심각하게 오염된 것 같다.
평화 06/05/10 [11:42]

정부와 언론이 현실을 아무리 왜곡하려고 해도, 그렇게 무력을 사람들을 진압해서 땅에 철조망을 쳐야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겁니다. 미군기지이전 문제를 몇몇 사람들에 국한된 문제로 만들려고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고요.

06/05/10 [12:19]
몇군데 성향이 다른 카페나 블로그를 다니면서 밑에 댓글을 보니 정말 천차만별이더군요.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신봉하는(?) 언론의 관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던데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사건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겠지만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유언비언같은 소리를 듣고 일방적인 비난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j 06/05/10 [15:15]
정부의 그 조잡한 균형잡기, 그리고 실험재료처럼 양산되는 이와 보는 이.
도데체 무슨 짓을 저질러 온 것인지 알기나 할까.
현실을 아예 모르면 것 뿐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게 더한 끔찍함,.
이러한 모름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데도 어디 자랑인가,


 
마을어귀 06/05/11 [18:01]
밖에 나와서 인터넷을 통해서 보는 일다와 인터넷 신문 몇 개.
그리고 내린 결론.
우리 나라 중앙언론사들은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로자 06/05/18 [11:15]
좋은글 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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