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

지상파 방송은 스포츠 채널?

박희정 2006-05-17

언론의 과열된 월드컵 보도에 대해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관련한 과열보도는 요즘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나쳐왔다. “4강 신화”의 열풍 속에서 2002년은 월드컵만이 중요한 이슈였다. 사회적 현안은 사라지고, 승리감에 도취된 국민들과 이를 이용해 한 몫 잡아보려는 기업들의 상술만이 넘쳐났다. 이를 비판해야 할 언론도 본분을 잊고 대열에 동참했다.

11회 중복방송, “시청자 권익에 무감”

“2002 한일월드컵 방송”을 분석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연구원은 동명의 저서에서 “방송중복편성”에 대한 한일 양국 방송사의 상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같은 경기를 여러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 방송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도 왕가의 소식이나 중차대한 국민적 현안의 경우 “중복 편성하는 경우가 있지만 스포츠 경기는 전통적으로 중복편성을 피한다”고 한다. 전파낭비를 막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시청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윤금씨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나라 지상파 방송은 월드컵 기간 중에 한국전의 경우 최대 11회의 중복방송이 있었다.” “그야말로 전 지상파 채널이 스포츠 채널화 되었다”고 꼬집을만하다. 하 연구원은 “방송사들이 자사 중심적이면서 시청자의 권익에는 무감한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2년 시청 앞 광장의 대규모 거리 응원의 집단적인 열기는 “스포츠 애국주의”로 표현되는 이상현상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균형 있는 현상분석은 뒤로 하고 찬양일변도의 기사로 열기를 부추겼다. 한 신문은 이를 ‘6월 민주 항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집단적인 거리 응원의 이면에는 “즐길 것이 없는” 경직된 문화가 있었다. 사람들은 대동놀이와 같은 축제를 통한 문화적 발산을 원하고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축제와 집단주의는 다르다. 더구나 민족주의적 열광을 불러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까지 하다. 이는 언론이 경계하고 비판해야 하는 부분이다.

언론과 광고의 월드컵 도배 “지겹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이후 ‘경제적 이익’ 앞에서 언론들은 제 할 일을 던져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 황우석 사태 때 무비판적인 집단적 여론몰이에 희생된 경험이 있으면서 그러한 열기를 역으로 이용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MBC는 지난 WBC경기에서 한국팀이 4강에 올라가 환호열기가 고조되자 재빨리 일본과의 4강 경기가 있던 일요일 날 하루를 특집방송으로 도배한 편성예고를 해서 빈축을 샀다. 예고되었던 편성에는 4강 경기가 끝날 시간 이후, “한국팀이 결승에 올랐을 경우”를 예상한 방송으로 짜여 있어서 MBC가 “시청률 도박에 나선 것이냐”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기업들의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은 월드컵 광고로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언론보도도 과열되면서 축제를 즐겼던 시민들의 입에서조차 “지겹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이 책임을 던져버리고 월드컵에 “올인” 하는 동안 논의되어야 할 “의제”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언론의 관심이 필요한 “사회문제”가 사라진다. “인권의 사각지대”가 널려 있는 현실 속에서 언론이 할 일을 저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월드컵 보도는 스포츠 뉴스에서 하면 된다. 스포츠 뉴스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기사입력 : 200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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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17 [03:50]
채널선택권이 주어지고 중복편성을 피해야 한다는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월드컵의 응원을 단순히 민족주의로만 볼수는 없다고 봅니다.

월드컵 응원이 단순히 민족주의의 현상일뿐이라면 다른나라사람들이 다 응원할때 우리나라 사람들만 가만히 있어야 된다는 얘기인지요.
황우석사태와 월드컵을 단순히 비교할수는 없지요.
황우석사태는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만, 월드컵 응원은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굳이 비난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자국의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상대국의 응원단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야유를 한다면 비난받아야 하지만,
경기중에 응원할때는 응원하면서 상대국이 질 경우 상대국의 응원단에게 위로를 보내며 함께 어우러지면 아름다운 스포츠 문화가 되겠지요.
2002년에 마지막전인 터키와의 3.4위전에서의 모습은 경기가 이기고지고를 떠나서 함께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좋은 경기였지요.

월드컵 응원을 단순히 애국주의 열광으로만 매도할게 아니라 건전한 스포츠 문화로 만들어가게끔 유도해야한다고 봅니다.
sky 06/05/17 [06:06]
월드컵 지겹다.
.. 06/05/17 [11:31]
공중파 방송의 월드컵 올인..
너무 지겹다. 않볼 권리도 있었으면.. 
차라리 월드컵 기간에는 티비를 꺼놓아볼까.
무지개 06/05/17 [12:35]
방송사들이 국민들보다 더 미쳐날뛰는 것 같아요.
돈 때문이겠죠..

은혜 06/05/17 [16:28]
어딜가나 월드컵밖에 없네요.
TV도 장난 아니구요.
친구들은 기왕 이렇게 된 거, 가능하면 재밌게 놀 방법을 찾는 것 같기도 한데요.
근데 뉴스까지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축구보도를 9시 뉴스에서 할 거믄 스포츠 뉴스를 없애든가.
그리고 축구땜에 다른 스포츠들은 더 불황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동감이3 06/05/18 [02:55]
동감입니당, 지대로 노는 문화 우리나라에 없는거 알아서 좀 봐줄려곤 했는데 원, 테레비 전부 월드컵 월드컵 지겹더군여.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M 06/05/18 [04:54]
빨리 조용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 품고 사는중..
06/05/21 [07:59]
과한 것은 못 미치는 것만 못하지요.
초기에 월드컵 열기가 이렇게 상업적인 것이었던가요?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칩니다.
치마 06/05/22 [20:22]
여전하구나 이곳...

극렬패미 고름같은 것들아...

차라리 세계드라마컵이 있었음 좋겠지?

놀아라...
dhfpswl 06/05/23 [11:19]
TV만 켰다하면 광고를 보게 되니까요. 
월드컵 광고들 짜증납니다.
월드컵 응원가도 너무 듣기 싫고, 이제 그 음조에다가 선거유세까지 하는 걸 보면 귀가 아플 지경이에요. 
..... 06/05/24 [13:59]
한겨레21에서 독자들에게 월드컵 다이어리를 보냈더군요.
한겨레가 왜 그런가 했는데, 돈 때문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현직 06/07/26 [16:27]
제발드라마 좀 10시에 하지마라 짜증난다 월드컵이훨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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