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피습사건, 언론 ‘소설쓰기’ 시작됐다

선거 앞두고 여론호도… 민주주의 후퇴

박희정 2006-05-24

지난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들은 선거를 코 앞두고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전형적인 정치적 여론몰이에 이용하고 있어,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혼란스럽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수사가 막 시작된 사건에 대해 배후설부터 꺼내놓고 점차 부각시키는가 하면, 근거도 없이 ‘정치테러’로 규정하기도 하고, 일부 언론은 소설을 방불케 하는 영웅담을 써서 감정적인 선동을 하는 등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을 선정적인 정치 이슈로 만들어가고 있다.

근거 없는 상태에서 ‘정치테러’로 규정

조선일보는 22일 <‘KBS 피습보도’ 시청자들 항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KBS 메인 뉴스인 ‘뉴스 9’는 ‘박근혜 대표, 유세 도중 피습’ ‘범인 누구?’ 등 2꼭지를 단지 3분간 보도하는 데 그쳤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네티즌의 글을 인용해 “이 나라 국민들의 최대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의 대표가 테러를 당했는데 그 소식에 관한 보도가 겨우 3~4분뿐이라니……”, “언론의 생명인 공정성과 신속성과 진실성을 잃어 의혹의 불씨를 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자행했다”고 질타했다.

보도내용이 짧다며 KBS를 질타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어떠했을까. 인터넷신문 데일리서프라이즈의 23일자 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에선 박근혜 대표 피습 관련 기사가 “무려 68개에 달한다.” “많아야 20여 개에 불과한 타 신문들”과 비교했을 때, 도배에 가까운 보도를 한 것이다. 만약 짧은 보도가 문제라면, 지나친 과잉보도도 ‘의혹의 불씨’가 있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조선일보는 또한 이 사건에 대해 <한나라 “배후 있을 가능성”>, <“배후 있나” 질문에 “모른다”> 등의 기사를 통해 배후론을 제기하며 증폭시켰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보도를 통해 <매달 후원금 내는 열린우리 기간당원>, <작년 사학법 반대한 한나라 의원 폭행> 등의 기사를 내고 열린우리당과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며 “정치 테러”에 무게를 실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그것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신중해야 할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정치 테러”로 간주하고 관련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나 상해가 곧 “정치 테러”는 아니다. “테러를 통해 이익을 보는 분명한 배후가 있고, 정치적 확신을 가지고 자행된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 테러”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론들은 <해방직후부터 이어진 정치 테러사건>(쿠키뉴스), <정치 테러는 민주주의의 공적이다>(중앙 사설), <사악한 정치 테러가 노리는 것>(한국일보), <[朴대표 피습]되살아난 정치 테러>(동아일보) 등의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미리 “정치 테러”로 규정해버렸다. 지금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언론들이 이렇게 무리한 보도를 하는 것은, 결국 이 사건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는가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감정에 호소하며 “영웅” 만들기

황우석 사태 때 “영웅 만들기”에 앞장 서 그 폐해가 이미 목격된 바 있는 언론들은 이번 사건에 있어서도 독자들의 감정에 호소하며 이성을 마비시키는 보도를 일삼고 있어 우려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중앙일보는 22일자 <테러 당한 박 대표 “정치적으로 오버 말라”>는 기사를 통해 소설을 방불케 하는 묘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스케치했다.

<박 대표가 휴지로 흐르는 피를 닦아 내려 할 때서야 상처 부위를 본 수행비서가 놀라며 “휴지 조각이 상처에 들어가면 좋지 않으니 손으로 꾹 누르기만 하시라”고 했다. 박 대표가 손으로 상처 부위를 누르며 건넨 말은 “범인은 잡혔나요”였다. /부축 없이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걸어 들어간 박 대표는 뒤따라온 유정복 비서실장에게 “많이 놀라셨죠”라며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지금은 선거운동 기간입니다. 당에선 흔들림 없이 선거운동에 임하도록 하세요”라고 유 실장에게 지시했다.>

나아가 이 기사는 말미에 “총에 맞아 숨지면서도 ‘나는 괜찮아’라고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는 허태열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박정희 향수를 부추기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철의 여인, 마라톤 수술 직후엔 의사에 낮은 목소리로 “수고……”>라는 기사를 통해 피습사건의 피해자인 박근혜 대표에게 “철의 여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기도 했다.

나아가 22일자 중앙일보는 [김진의정치Q] <테러… 기구한 박 대표 집안> 기사를 통해 “미국 케네디가처럼 박정희가는 대표적인 테러 피해자”라며, 정치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한 비유를 했다. 심지어 “유세 때마다 보지만 참으로 걱정이야. 북한 간첩이 수류탄이라도 터뜨리면 어떻게 될까. 특히 만약 야당 집회에 테러를 해놓고 여당이 했다고 해버리면…. 유세장은 정말 위험해.”라고 했다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말을 전하며 “유세장 돌발사태에 대한 걱정도 간선제를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는 김정렴 비서실장의 말을 인용했다. 지금의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보도다. 유세장이 위험하니 간선제를 하자는 말인가.

기사는 이어 “박정희 시대에도 야당에 대한 테러가 있었다. 대통령은 몰랐다고 하나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DJ(김대중)를 일본서 납치했다. YS(김영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산테러를 당했다. 박 대표의 얼굴에 남는 자상(刺傷)이 모든 테러 상처의 봉합이 될 순 없을까.”라고 적고 있다. 마치 박근혜 대표에 대한 피습이 지난 시절 야당에 대한 테러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루어진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너무 많이 비껴간 소설쓰기다.

여론 호도하는 언론이 민주주의 후퇴시켜

합동수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일각에서 알려진 것처럼 범인 지충호씨가 고가의 옷을 입거나 구두를 신은 것은 아니”며, “사건현장 주변 편의점 폐쇄회로 TV를 확인한 결과 지씨가 1시간30분 동안 아이스크림 6개를 샀던 것은 공범이 있어서라기보다 당뇨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단 음식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피습 직후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들이 거짓 내지는 억측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상과 피해의 정도를 막론하고, 폭력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한 폭력 사건에서 누구보다 피해자의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의혹과 억측, 배후설을 부풀리며 각자의 이해관계에 끼워 맞춰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보인다.

선거 유세 기간에 한 정당의 대표가 피습을 당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것은 물론 민주주의에 생채기를 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의 여론 호도가 계속된다면 생채기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지금, 언론들의 책임과 기능 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기사입력 : 200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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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시 06/05/24 [13:53]
선거때라서 그런가요?
언론이 정당색이 강하다는 걸 요즘 들어서야 파악해가는 중입니다.
koo 06/05/24 [17:13]

사람이 다쳤는데 언론들 신났다고 떠들썩한 것 같아서요.
저도 J신문을 보는데 진짜 심란합니다.
freesia 06/05/24 [20:17]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박근혜대표 다쳤을때.... 너무 놀라고.... 맘 아팠습니다...
근데... 언론에서 나서서 "원래 오세훈을 노렸다는둥" "반대당의 음모"라는 둥 
정치공작을 강화하고...
정당 지지율이 테러이후 급격히(정확히 비교하면 몇%안되던데...) 올랐다는둥
너무 호들갑을 떠니....참.... 
상식 06/05/24 [22:10]
이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선거 있을 때마다 상식이 뭔지 있긴 한 건지 모르겠어요.
모찌 06/05/25 [03:03]
조중동 기자들은 뽑을때 소설쓰기로 뽑는걸까요 아니면 선정성으로 뽑는 걸까요-_-...
정말정말 싫으네요..저런 말도 안되는게 왜 먹히는걸까.  
음... 06/05/26 [19:52]
오히려 자작극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말도 안되는걸 입맞춘듯이 소설이 이어질수 있을지...
한번 붕 ~ 분위기 만들고 그뒤에는 아님말고~
지방선거 06/05/30 [12:51]
도대체가 왜 이러니..미틴...
노인들은 무조건 1번 아니면 2번일겁니다.
아니면 나라망한다고 생각하는지....
답답함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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