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바다를 가로지르는 화면 위로 “우리 앞에 일본이 달려갑니다.” “우리 앞에 중국이 달려갑니다.” “우리 앞에 세계가 달려갑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각 나라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일본 8.3%, 중국 14.6%, 캐나다 17.2%)이 자막으로 보여진다.
곧 이어 “한국의 시장점유율 2.6%”라는 자막이 뜨고 미국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 곳은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 우리는 이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국정홍보처에서 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홍보광고의 내용이다. 한미 FTA에 대한 국내 반발을 의식한 듯 국정홍보처는 38억1천700만원이라는 예산을 FTA관련 예비비로 편성(6월 18일 미디어오늘 보도)해 지난 1일부터 공중파를 비롯한 방송, 라디오, 지하철, 인터넷 동영상과 배너 광고 등을 통해 한미 FTA의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이 광고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선택, 한미 FTA. 이제 세계 앞에 더 큰 대한민국이 달려갑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한미FTA가 적절한 정보공개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한미FTA 체결 정당성(?)을 주장하는 광고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더구나 이 광고가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예로 든 일본과 중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인데도 마치 이미 우리에 앞서서 미국과 FTA를 체결해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이미지를 통해 국민기만행위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굳이 “일본”과 “중국”을 앞세운 것은 민족주의적 감성을 더욱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가 애초에 합리적 판단이 아닌 “감성적 호도”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국정홍보처의 한미FTA 관련한 인터넷 토론방에서 한 네티즌은 “FTA광고를 보고는 ‘저게 뭐지?’ 라는 의문만 들뿐 뭐가 문제고 또는 협상 채결하면 뭐가 좋아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마치 파라다이스로 가는 국가의 큰 행사(?)정도로 보이는 광고”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한미FTA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 또한 의문시되고 있고, 시민사회에선 경제적, 정치적 “완전종속”우려와 “제2의 외환위기” 위험성까지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가 곧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호소하는 광고를 방송하는 것은 국가의 여론호도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의 한미FTA 추진 과정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철저하게 제한된 정보, 미약한 의회 견제력, 국민을 우민화하는 여론호도책. 이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거야말로 독재의 삼박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