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시술의 신화’ 만드는 언론

불임부부 통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전파

조이승미 2006-08-02

<불임치료 지원이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중략) 불임은 다른 질병과 달리 치료 확률이 50% 이상이다. 따라서 전체 가임 연령의 10∼15%를 차지하는 불임 부부 중 반 수만 성공한다고 해도 2만 명씩 신생아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우먼타임스 2005년 4월 1일 보도 “불임 사회공론화 시급”)

여성주간신문인 우먼타임스가 보도한 위 기사는 불임시술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불임의 ‘치료’확률이 50%이상”이라는 보도도 별로 근거가 없지만, 신생아 수를 늘리기 위해 불임을 ‘사회공론화’해야 한다는 관점에도 문제가 있다.

이미 언론은 “아이 안낳는 한국에 미래 없다”(조선일보 2005년 시리즈 기획 제목)는 식의 ‘저출산 위기설’을 공공연히 퍼뜨린 바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요즘 사람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언론이, 이내 우리 사회에서 모성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투영해 줄 좋은 적임자들을 찾아냈다. 바로 불임시술을 원하는 ‘부부’, 그 중에서도 ‘여성’이다.

아들 못 낳는 죄?

동아일보가 2006년 6월 13일자로 보도한 기사 “아이 못낳는 죄? 불임의 눈물…치료위해 수천만원 빚”의 제목을 보면 ‘아이 못 낳는 것이 죄냐?’라며 되묻고 있는 듯 보이지만, 보도 내용은 아이 못 낳는 것, 그것도 아들 못 낳는 것이 ‘죄’임을 암시하고 있다.

<김현숙(가명.27.여) 씨는 10일 배란유도주사를 맞기 위해 울산시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배란유도주사만 벌써 100여 번이나 맞았다. 그는 지난해 2차례 인공수정에 실패한 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달 초 시험관아기 시술을 신청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배란유도주사를 10번이나 더 맞아야 한다. 2001년 남편(36)과 결혼한 김 씨는 4대 독자인 시아버지를 볼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동아일보 2006년 6월 13일 보도 “아이 못낳는 죄? 불임의 눈물…치료위해 수천만원 빚”)

위 기사는 5대 독자와 결혼한 여성이 남편 집안의 대를 이어줄 아들을 낳는 ‘도구’로 인식되고 있는 성차별 문화에 균열을 내지 않는다. 단지 5대 독자와 결혼한 여성이 아이(아들)를 낳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현실을 애처롭게 그리며,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러한 여성들을 위해 불임시술 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아들을 낳기 위해 “배란유도주사만 벌써 100여 번이나” 맞고도 앞으로 더 많은 주사를 맞아야 하는 여성의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가부장제가 원하는 ‘인간시대’ 쓰기

<박씨 부부의 불임 원인은 남편의 ‘무정자증’. 정자가 배출되는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불임 부부의 40%가량은 남성 측에게 원인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성처럼 박씨의 남편도 현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박씨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는 그 사실에 남편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를 입은 듯했습니다.

박씨는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딸 가진 죄인”이라며 노심초사하시는 친정어머니, 같이 사시는 칠순의 시어머니에게조차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르겠대요”하며 넘기곤 했답니다. 지난해 비로소 박씨의 남편이 “다시 불임클리닉에 가보자”며 먼저 그의 손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습니다. (중략) 두 번째 시술 결과, 마침내 박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임신부가 됐습니다.> (중앙일보 2006년 5월 25일 보도 “1.08 인구 재앙 막자… 아십니까! 작년 출산 43만8000명, 낙태 35만건”)

중앙일보가 보도한 위 기사에는 무정자증인 남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 딸이 아이를 갖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어머니에게도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남편의 결정만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여성이 등장한다. 또한 이 기사 역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임신부”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임시술을 ‘여성의 희망’으로 그리고 있다.

여성의 알 권리와 건강권 ‘무시’

한편, SBS 교양정보 프로그램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은 연중 기획으로 불임부부 지원 프로젝트 “엄마가 되고 싶어요”를 방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불임 “치료” 신청자를 모집하고, 불임클리닉의 협조를 받아 경제적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불임부부를 선정하여 시술을 돕고, 불임부부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고 밝히고 있다.

“눈물과 체념 그리고 원망. 하지만 그 어떤 말 보다 듣고 싶었던 말. 엄마”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엄마가 되고 싶어요 다섯번째 이야기>는 먼저 결혼 10년 차로 인공수정을 한 부부를 보여준다. “아기집” 둘에 태아가 셋이 있어 태아는 물론 산모도 위험한 ‘다태임신’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 쌍동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한다. 산모는 자궁근종을 가지고 있고 그 통증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귀중한 생명인 세 쌍동이를 다 낳겠다고 한다. 담당의사를 포함하여 주위 사람들은 산모의 결정에 대해 “잘 결정하셨다”며 격려한다.

다음에 비춰지는 불임 “치료” 장면은 난자를 채취하는 모습이다. 이 장면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나래이션이 흐른다. “모두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난자가 많을수록 시술의 성공률도 높아지는데…. 마음으로 느끼는 고통. 엄마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한쪽 나팔관이 유착된 여성이 난자채취 시술대 위에 오른다. 난자가 많이 나올수록 시술의 성공률이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난자채취를 위해 쓰이는 과배란제의 위험성 또한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프로그램은 결코 시청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저출산을 ‘위기’라고 진단하더니, 틀에 박힌 혈연가족 안에서의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급기야 불임시술을 ‘해결사’로 등장시킨 언론들. 이들은 가부장적 인간시대 스토리를 써가며 불임시술 감동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지만, 정작 불임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성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며, 여성들을 가족 내 ‘출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과 ‘국익’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더욱 확산시키고 있어 더욱 문제다.

기사입력 : 200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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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8/02 [09:11]
기사밑바닥에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전파가 주 목적인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죠.
문제점을 잘 짚어주셨네요.
.. 06/08/02 [09:28]
솔직히 우리나라 인구밀도 세계 3위 아닙니까?
지금 인구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자꾸 저출산 저출산 하는지..이해안갑니다.
에코 06/08/02 [13:59]
5대독자의 아내 얘긴 너무 충격적이다.
동아일보 짜증나.
릴리슈슈 06/08/02 [15:03]
정말 기막히다고 생각해왔는데 속시원한 기사를 보게됐네요.
언론이 병원이나 한의원 찾아다니면서 인터뷰한 내용들이 다 불임시술 홍보에 그치고, 어떤 위험이나 부작용에 대해선 아예 묻지도 않아요.
그 얘기는 곧 언론이 그런 병원 등에서 홍보비를 받는다는 의혹을 갖게 하거든요. 기업PR기사들처럼요.
언론이 그래도 되는 건지.
face 06/08/04 [18:57]

불임이란 게 간염이나 암처럼 수술이나 처방을 통해서 치료받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게, 옳은 건지부터 따져봤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여성들에게 자궁이 있으니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고 강요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따개비 06/08/07 [15:07]
남자들은 여자들이 애 안 낳고 산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죠.
아이 낳고 싶은데 못낳아서 애타는 여성들 얘기가 구미가 가장 당겼을 겁니다. 쳇..
김선옥 07/04/09 [19:01]
글 쓴 분 보세요. 시문기사 한 두줄 꼬투리 잡고 늘어져놓고
정작 대안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군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기사를 쓰셨습니까? 기존언론에 대한 반감만 가득한 삐딱이로 밖에 안 보이네요.

아이가 없으면 이 나라도 없습니다. 위기 맞습니다.
더구나 세계최고에 이르는 여성의 출산기피는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기존 언론의 몇몇 선정적인 문구만 인용 비판해놓고
그래서 어쩌라구, 즉,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여성의 무슨 권리 운운하며 끝을 맺으니 이러니 인터넷 기자들이 욕을 먹는 겁니다.

반감만으로 글을 씁니까? 그럼 대안이 무엇입니까?
여성의 출산기피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도 안 합니까?

화가 치미네요. 다음엔 감정에 치우치지 마시고 글 쓰세요.

카민 07/05/31 [18:57]
밑에 분 한테 궁금한데요..우선 기존 언론에 대한 반감이 정당하다면, 그 비판이 왜 비난되어져야하는지 모르겠고요. 우리가 여기저기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기사 유형이기에 인용된 것이니 기사 한두줄 꼬투리 잡은 건 아니지요.
그리고 "왜"  "출산기피" 현상이 나타났을까...는 생각해보셨나요? 단순히 여성 개인의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설마??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것들이 사적인 영역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하여 고민하지 않는다면, 지배 이데올로기의 도덕적 잣대로 타인을 아무렇게나 재단하게 되요.
 

윗 글 중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라고 생각되요,, 
'모성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며, 여성들을 가족 내 ‘출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과 ‘국익’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더욱 확산시키고 있어 더욱 문제다.'

국익은 왜 추구해야 하나요? 어머니는 왜 위대하죠?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인간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추구되어져야 할 가치들이 어떤 맹목적인 관습적 가치 판단에 묶일 때...폭력이 되요.

"국익은 최대한 추구되어야 한다.
여성의 출산기피는 이기주의다."

정말.....무서운 관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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