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정치적 행동은 감성적?

동아일보, 노 전대통령 분향소 조문여성들 폄하

박희정 2009-05-28

동아일보는 5월 27일, 덕수궁 대한문 앞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는 이들 중 상당수가 “20대 초반-30대 초중반의 여성’’이라며, 그 이유를 추적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성차별적인 편견에 근거해, 조문에 참여한 여성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盧전대통령 조문객 중 신세대 여성이 많은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는 여성조문객이 많은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비극적 상황에 대한 공감’의 정도가 여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너무도 드라마틱한 상황 자체가 여성에게 강하게 어필한다는 얘기다.”
 
‘비극에 대한 공감’ 자체는 나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기사의 문제점은 여성들의 조문을 오로지 ‘감성적인 행동’으로만 한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데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는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 일다

기사는 앞서 주장에 “그의 정치적 이력이나 업적과 무관하게 비극적 결말에 연민을 느껴 한참 눈물을 흘렸다”는 한 시민의 말을 근거로 들면서, 여성들이 분향소까지 찾게 되는 행동의 이유가 다분히 이미지나 감성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통해 노 전대통령 평가절하
 
다음으로 꼽는 이유는 이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부채질한다. 여성조문객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친화적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는 것.
 
‘여성친화적’이라. 언뜻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는 말인가 싶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밝히는 ‘여성친화적’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DJ나 YS는 군사정권에 저항한 ‘남성적 이미지’”이었던데 반해, 노무현 전대통령은 “정치적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 아파하는 모습, 혹은 모자라는 모습을 직접 드러내면서 대중과 감정적으로 교류한 ‘여성 친화적’ 지도자였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동아일보가 말하는 여성친화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통념상 ‘여성적’이라는 말로 대치할 수 있다. 즉, 기사의 논지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빈소를 찾는 많은 이들 중 상당수는 여성이고, 그들은 주로 연민이나 감성적인 이유로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조문을 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사는 ‘여성들은 정치적인 이유와 상관없이 이미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성차별적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저항=남성’, ‘감정=여성’이라고 누가 그랬나? 그것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편견에 불과하다. 한 사람을 두고 남성적이다, 여성적이다라는 평가 내리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동아일보 기사는 그러한 평가를 내리는 근거조차 허술하기 그지없다.
 
언뜻 ‘감정적 교류’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듯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역경에 부딪히고 아파한다거나 모자란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군사정권에 저항’이라는 말과 대비시켜 ‘유약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에 저항’했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노 전대통령 서거로 수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추모하며 고인의 삶과 한국정치를 돌아보고 있는 이때, 동아일보 기사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품고서 이를 내세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평가절하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모욕적이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여성들이 많은 ‘진짜 이유’
 
동아일보 기사에서 보도하고 있는 대로, 실제 대한문을 찾는 젊은 여성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많다. 그렇다면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에 여성들이 많이 찾는 ‘진짜’ 이유는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촛불을 밝힌 이들이 누구였던가를 돌이켜보면 될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라는 현실적인 계기를 통해 여성들이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촛불’ 이후로 각 지역에서 확산되는 적극적인 자치의 흐름들을 눈여겨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를 주도하고 이어나가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보라.
▲ 5월 27일 저녁 정동극장 일대에서 열린 시민추모제에 많은 이들이 경건하게 참여해 촛불을 밝혔다.  © 일다

동아일보는 기사 첫 부분에서 여성들의 조문행렬이 “‘여성은 덜 정치적이다’, ‘젊을수록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정치판의 통념과 대치되는 현상”이라고 전제하면서, 결과적으로 정치판의 통념을 그대로 수용하고 강화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것이 기사의 가장 핵심적인 오류다. 그 ‘정치판의 통념’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기사는 놓치고 있다.
 
또한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 동안 여성들이 정치적인 주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거나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보였던 것은, 그만큼 정치가 여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반영하지 못했고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뼈아픈 반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시민들에 의해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지형을 못 읽는 것인가, 안 읽는 것인가, 아니면 읽고도 눈감는 것인가.

기사입력 : 2009-05-2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밴드 URL복사
뒤로가기 홈으로
2006110117 09/06/02 [21:09]
위에 분 말씀처럼 동아일보는 국민들이 왜 슬픔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지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슬퍼서, 감정적으로 조문을 간 것은 아닙니다. 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많아진 만큼 노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자 하는 여성들도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가시적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여성들에게 다분히 성차별적인 제도와 정책들을 펼쳐왔습니다. 그동안 정치는 남성들이 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직도 마찬가지로 여겨졌습니다. 그동안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여성에게 관련된, 유익한 정책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사회가 많이 변했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조치들을 인정하고 시정해 나가면서 여성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정치계로도 많은 진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노전대통령이 여기서 말하는 아파하는 모습을 직접 보이면서 대중과 감정적인 교류를 많이 했던 대통령이었다고 해서 그분이 여성적이었다고 보는 동아일보 기사 또한 성차별적입니다. 반문하고 싶군요..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고 감정교류를 많이 한다면 여성적인 것입니까? 그럼 남성적인 당신은 아버지로서 아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지 않는가 보군요....
atmosphere 09/05/30 [02:09]
왜 국민들이 슬픔을 느끼는가. 그것을 표현하는가. 그 이유를 동아일보는 모르겠죠.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겠죠. 그 속에 분노와 희망이 함께 있을 것입니다.
|_^ )·· 09/05/29 [17:29]
한국인자체가 근본적으로 이성적이지 못한 면이 많다. 사실 2002대선때도 눈물광고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정치적으로 누구를 지지하든 반감을 갖든, 그것이 타당한 논리적 사고에 기인하기보다는 특유의 남탓정신과 그 순간마다의 분위기에 많이 휩쓸린다. 좀더 냉정하고 침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비단 이번 일에 국한하는 것도 아니요, 여성이 더 그렇다는 말도 아니다. 한국인 자체가 그 점에서는 반성을 해야 한다. 2002년 대선부터 지금까지 정말 쏠림현상이 극심했던 것은 벌써 잊었던가? 한때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가 유행어 아닌 유행어였던 적도 있었지 아마. 슬픔은 슬픔, 안타까움은 안타까움, 그러난 산자는 앞으로 어떻게든 살아간다. 좀 더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가막혀 09/05/29 [16:07]
우리는 당신이 부끄럽습니다.
마녀임다 09/05/29 [13:23]
글쓴이를 매도해도 이렇게 매도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핵심이 뭐죠? 우리나라 국민성-님이 조선인이라고 표현하는-이 어리석다는 말을 하고 싶은건가요? 당신이야말로 국민들을 우매하게만 생각하는 엘리트주의에 빠져있군요.국민들개무시하는이명박과 다를게 없네요.한인간의 죽음을 애도하려고 나온이들도 노통이 억울한 정치적타살을 당한 것에는 별 이견이 없을 거 같네요.아마도 님은 엠비의 광팬이신가보군여...
|_^ )·· 09/05/29 [10:59]
우리 조선인들의 각자 생각을 잘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한 사람이 죽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작금의 현실이 그다지 이성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온갖 언론과 넷에서는 미화라고 하기는 좀 그래도, 너무 성군이고 위대한 분이셨다는 식의 기사와 내용이 넘쳐나고 방송3사의 예능프로그램은 다 짤렸습니다. 전근대적인 근왕주의에 기반한 느낌도 많이 있습니다. 박희정의 기사도 어처구니가 없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박희정이가 내세운 이유는 작년의 미국산 쇠고기때문이랍니다. 그 말을 뒤집어 이야기하면 작년에 미국산쇠고기 수입문제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여성들이 많이 기어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그것 또한 막연한 추측아닌가? 동아일보의 기사도 근거가 박약한 추측에 근거한 것이라면 박희정이가 쓴 것도 역시 추측에 불과합니다. 나아가 만약에 여자들이 정치적인 의미를 갖고 그 자리에 모인 것이라면, 어째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할 것입니까? 결국 한국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적인 반응도 강하게 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입니까? 작년 그 일로 인해 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남성을 압도해버린 것입니까? 숨을 쉬듯 거짓말을 토해내지 말아주세요. 어차피 박희정의 견해도 뇌내망상에 근거한 것같은데 직접 거기에 나온 여자들이 왜 나왔는지 조사라도 해봤습니까? 조선인에게 있어 대통령은 하나의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막연하게나마 왕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퇴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최근까지 살아있는 최고의 권력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그 충격은 더욱 크겠죠. 정치적인 이유로 나오면 옳은 것이고, 감성적으로 나오면 거북합니까? 불순한 의도로 나온 경우만 아니라면 어떠한 이유로 저기에 모여도 긍정적으로 판단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추기경님이 타계하셨을 때도 이와 유사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도 추모물결이 놀라울 정도라고 들었고, 그리하여 교황장으로 치루어지지 않았습니까? 그 때 모인 사람이 다들 카톨릭신자였나요? 조선인들은 죽음에 대해서 조문에 대해서 다소 각별한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분은 종교인이기에 노전대통령만큼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았을 뿐이지..그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까? 종교를 떠나서 정치를 떠나서 한 인간의 죽음에 애도하기 위해 나온 것이고, 이 경우도 특별히 정치적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하는 것도 솔직히 무리가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주세요. 자긍심이 있고, 자신이 있는 사람은 바보취급을 당해도 웃을 수 있습니다. 바보취급을 하지 않아도 바보취급당한다고 울화통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여성은 물론이요, 아직도 우리 조선인들이 정말 열패감이 심하구나라고 생각이 됩니다. 참조로 남성은 감성적이고 여성은 저항적이라고 하더라도 남성은 불쾌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즉 박희정이는 통상적으로 '여성적, 여성성' 이라고 불리어지는 그 성격에 자긍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불쾌하게 여겨지는 것이겠지요. 감성적으로 그냥 슬퍼서 나왔다고 보는 시선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는 그 근본적인 마인드가 너무나 가난하군요.
나그네 09/05/29 [07:32]
기사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한편에서 여자든 남자든 "노빠는 아니지만 그냥 슬퍼서 왔다"는 사람들...좀 더 이 비극의 정치적 맥락을 읽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번 죽음은 충분히 그럴 기회가 될 만한 것이죠...
2007165031 09/05/29 [04:03]
이 기사의 남성=저항, 여성=감정 이라는 부분에서 남성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정신으로 정치를 하고 여성은 아무생각없이 될되로 되라는 식으로 정치를 생각한다고 여겨지는 것같아 성차별적 발언이라 생각되네요 꼭 '여자가 어딜나서'와 같이 여성을 무시하는 것같은.. 너무 보수적인 생각이네요 무슨, 요새 여성들이 사회에 많이 나서니까 텃세부리는것 같네요
09/05/29 [01:41]
니들은 참.. 답이 없다 답이 없어 쪽빠리 똥꼬나 빨면서 살아라 평생~ 이런생각 안해봤냐? 나중에 신문사를 그만두고 한적하게 거리를 걸을때 ,,, 니가 다니던 회사의 신문을 한장 사서 봤어 근데 말이 안되는 거야? 그럼 어쩔래?
난남자 09/05/28 [22:54]
오늘 문제의뉴스를 읽고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오늘의 비극을 겪은 어머니들이 그녀의 아이들에게 훗난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하여 어떠한 이야기를 해줄지. 어머니가 들려준 한 대통령의 이야기는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다시 아이를 낳고 .......
페리분트 09/05/28 [19:06]
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원,,,, 조중동....
09/05/28 [15:42]
일단은 먼저 사람이 되고 봐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그래서 조중동은 안되는 것이다.
어이상실 09/05/28 [14:49]
어떻게해서라도 그저 까볼라는 저의.......
blue 09/05/28 [11:25]
동아일보는 만만한 게 '여자'와 '노무현'인가 보군요. 시대의 저편으로 사라져야만 하는 것들은 따로있는데........
화사 09/05/28 [11:01]
변화의 지형을 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변화를 인정하는 것은 보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될 테니까요.. 궁지에 몰린 저들이 또 어떤 막말을 하고 만행을 저지를지.. 휴..

포토뉴스

가장 많이 읽은 기사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 ildar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