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롱뽀롱 뽀로로”에서 루피의 역할은?

애니메이션 속 전형적인 남녀캐릭터 설정 아쉬워

박금주 2011-06-29

*필자 박금주님은 의정부여성회 ‘미모사’(미디어 모니터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 http://cafe.daum.net/ujbwomen 회원입니다. -편집자 주
 
모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씨가 미션으로 곰인형 100개의 눈을 붙이는 장면이 나왔다. 담당VJ는 그에게 집에서 아이들과 잘 놀아 주냐고 질문했다. “나보다 뽀통령을 더 좋아해. 뽀통령 있으면 아빠 아는 체도 안 해.” 강호동씨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아이들 사이에서는 뽀로로가 최고의 인기 캐릭터이다.
 
아이들 세계를 지배하는 뽀로로의 영향력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년 (주)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탄생하여, 교육방송 EBS를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12개월부터 미취학 아동 대상으로 방영된다. 현재는 3탄까지 제작됐으며 앞으로 4탄이 방송을 탈 날을 기다리고 있다. 1탄부터 3탄까지 전 시리즈는 세계 82개국에 수출됐으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시청률 57.2%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뽀로로 캐릭터 상품으로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추신수 선수의 3배, 박지성 선수의 2배에 달하며, 2010년까지 누적합계 8천3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소녀시대를 누르고 음반판매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것도 뽀로로이다.
 
어린이가 다쳐서 울 때 뽀로로 밴드를 붙여주면 울음 끝, 치아 닦기 싫어하는 아이에겐 뽀로로 치약 한 번 올려주면 반짝반짝 이를 닦는다. 이렇게 유아들의 세계를 지배하는 뽀로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성역할 고정관념 드러내는 등장인물들
 
▲ 연등회에 등장한 뽀로로 캐릭터들. 뽀로로의 국민적 인기를 실감케 한다.      [사진출처: 연등회 연등축제 홈페이지]
하지만 <뽀롱뽀롱 뽀로로> 애니메이션 속에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바로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징이다.
 
뽀로로, 에디, 포비, 크롱은 남성캐릭터이다. 루피와 패티는 여성캐릭터이다. 주인공 뽀로로는 궁금한 걸 못 참고, 도전과 모험에 앞장서는 호기심 많은 펭귄이다. 에디는 발명가를 꿈꾸는 꼬마여우이고, 포비는 마음 넓게 항상 다른 이를 도와주는 화가를 꿈꾸는 착한 곰이다. 패티는 명랑 활달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털털한 펭귄이며, 루피는 수줍은 많고 여성스럽고 요리 솜씨가 뛰어난 비버소녀이다.
 
<뽀롱뽀롱 뽀로로> 만화에 등장하는 남성캐릭터들은 ‘꿈꾸는 이상’이 있다. 모험가, 과학자, 화가를 꿈꾸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고 난 재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캐릭터인 루피와 패티는 앞치마를 두르고 맛있는 쿠키를 구워서 친구들에게 대접하는 꿈을 꾼다. 여성캐릭터를 꼭 ‘요리’와 연결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의 여자아이들은 더 이상 부엌에서 요리하고, 다소곳이 앉아 바느질하는 것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자라지 않는다. 남자아이와 동등한 자격으로 공부하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고 교육 받는다. 그러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현실은 여전히 만화 속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성캐릭터인 것일까?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남자아이들은 당연히 여성이 요리를 해줄 거라고 기대할 것이고, 여자아이들은 그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어린 시절부터 성역할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특히 만화 속 패티와 루피는 서로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오해를 해서 감정싸움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아이들이 그런 감정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에서 꼭 여성캐릭터 간의 감정싸움을 부각시켜 보여주면서 어릴 때부터 성별에 관한 편견을 가지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미취학아동들은 그나마 사회시스템 속에서 길들여지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시기이다. 그런데 만화에서 뽀로로는 항상 용감하게 도전하고, 에디는 우주선을 만들고 외계인을 만날 때, 루피는 예쁜 머리핀을 자랑하고 싶어 하고, 백설공주와 같이 되길 꿈꾸며 사과를 먹어야 할까?
 
아이들이 TV 속 뽀로로에게 열광할 때 나는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내 딸에게서 “엄마, 난 뽀로로 같은 용기 있는 남자와 결혼해서 맛있는 쿠키를 구울 거야.” 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기사입력 :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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콸-라 11/07/14 [12:25]
바람님, 장애우라는 표현은 1)장애인에 대한 시혜적인 시선이 담겨있고, 2)친구 우짜가 스스로를 호명할 수 없는 호칭이라는 점에서 사용을 꺼려하는 표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바람 11/07/01 [23:24]
뿡뿡이랑 뿡순이도 그렇고.. 여성 캐릭터의 성격 뿐만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거나 주인공이 아닌경우가 많죠. 다 그런거 같네요 거의.. 제가 본 ebs 만화중 여성캐릭터가 주인공인 경우는 굉장히 주관이 뚜렷하고 귀여운 돼지 '올리비아'랑 또...클로이의 옷장의 클로이 뿐이네요.. 근데 제가 말하고 싶은 다른거는요, kbs '사랑의 가족'에서 강원래씨말고 여자MC는 왜 장애우가 아니고 일반인만 맡으냐는거랑 ebs의 '한글기차 치포'에서 베트남인지 인도네시아인지 정확힌 모르겠지만 혼혈인 역할의 '해야'는 왜 꼭 탈을 쓴 인형이 대신하는 지 입니다. 여성 장애우가 메인 엠씨를 맡는 다면 굉장한 '사건'이 되는 걸까요? 한번 보고 싶네요. 한글기차 치포는 홍보할때부터 하도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위한'이라고 하길래 굉장히 기대했는데 이게 왠걸.... 동남아 혼혈아인 '해야'는 밤색 얼굴을 한 인형탈이 대신하고 있고, 다른 주인공 '다로'는 미국 여자애네요... 저는 무슨 까무잡잡한 아이들 굉장히 많이 나오는줄 알았습니다만... 너무 실망스럽데요.. 미국애도 다문화이긴 하지만....얼굴 까만 아이가 주인공이면 안돼는 건가 싶어서..
minnesotalim 11/07/01 [00:35]
세월이 지나도 늘 같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11/06/29 [11:41]
동감합니다. 재밌어서 가끔 보는 프로이긴 하지만 성역할은 보수적이라는 느낌에 보는 동안 석연찮은 마음이 들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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