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가 청소년에게 주는 교육 효과

<법 앞에 선 성소수자> 청소년 동성애자 (4)

정명화 2012-11-09

<일다>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공동 기획으로, 우리 법이 성소수자 인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는 <법 앞에 선 LGBT> 기사를 연재합니다. LGBT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칭하는 용어입니다. 필자 정명화님은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와 <공감>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송과 판례 분석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 현황을 보여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친구사이?>
 
▲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친구사이?>는 군대에 가 있는 남성과 그를 사랑하는 다른 남성의 사랑을 그려낸 퀴어 영화이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발판이 된 ‘X존 사건’ 이후, 청소년 성소수자 이슈는 법과 두 번 더 마주하게 되었다. 첫 번째 만남은 영화를 매개로 하여 일어났다.
 
영화 <친구사이?>는 군대에 가 있는 남성과 그를 사랑하는 다른 남성의 사랑을 그려낸 퀴어 영화이다. 커밍아웃한 ‘오픈 게이’로도 유명한 김조광수가 감독한 <친구사이?>는 개봉을 앞두고 있던 2009년 12월 14일, 선정성과 모방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게 되었다.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2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15세 미만 관람불가’의 등급으로 상영된 전력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분류는 다소 생뚱 맞은 처사였다. 당연히 이를 둘러싸고 한바탕의 논쟁이 일었다.
 
당시 나는 청소년은 볼 수 없다는 진득하고 거나한 섹스신(선정성) 혹은 사회규범을 파기하는 과격한 폭력신(모방 위험)을 기대하며 영화관에 갔다. 그리고 이것은 1초도 졸지 않고 야한 느낌을 탐색했던 관객으로서 자신하여 말할 수 있는데, <친구사이?>에 등장하는 연인 간의 애무는 여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보다는 15세 혹은 12세 관람가의 영화의 애정신과 더 유사해 보였다.
 
그러니 <친구사이?>와 청소년이 만날 수 없게 된 이유는, 이 영화의 표현-야함의 정도-때문이 아니라 주제-동성애-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이 부분을 지적했다. <친구사이?>를 만든 영화사 청년필름은 “같은 해 개봉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친구사이?>보다 훨씬 성적 표현이 노골적이고 폭력성이 짙은 장면 등이 담겨 있음에도 영등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라 보고 ‘15세 이상 청소년 관람가’로 분류했다”고 비판했다.
 
영상물 등급은 말 그대로 선정성이나 폭력성 그 자체의 수준에 근거해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같은 수준의 선정성을 가진 두 문화물이 다루는 내용-동성애냐 이성애냐-의 차이에 따라 다른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동성애 문화물에 대한 영등위의 처사가 헌법의 평등정신-같은 것은 같게 취급하는-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영등위의 등급 분류를 처음으로 함락시킨 소송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와 영화사 ‘청년필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영등위 측에서 재미있는 주장이 나왔다. 피고인 측 소송대리인이 ‘동성애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사건 영화의 주제 및 내용은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수용하거나 소화하기 어려워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2004년 폐기된 청소년보호법 동성애 조항의 기조를 순순히 계승한다는 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경유해 영등위가 두려워했던 ‘모방 위험’이 어디서 도출되었는가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다. 통상 모방 위험은 살인이나 성폭력 등의 범죄행위가 등장하는 영화에 어울리는 우려일진데, 영등위가 주장하는 <친구사이?>의 모방 위험은 동성애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위험한 행위 양식임을 전제해야 성립할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영등위 스스로 갖고 있는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를 가감 없이 고백하는 발언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0년 9월 9일, 서울행정법원은 영화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이광범 수석부장판사)는 <친구사이?>가 “동성애를 내용으로 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영화진흥법상의 ‘청소년관람불가’ 상영등급분류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물론 판결 이유 중에서 <친구사이?>가 “동성애를 직접 미화, 조장하거나 성행위 장면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없다”는 항목이 포함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만약 동성 간의 성행위를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는 애매한 기준만 충족되면, 어떤 영화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기는 것을 금지하지 못할 빌미가 생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 영등위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분류에 관한 최초의 취소사례라는 점이다. 그간 한 번도 취소 사례가 없을 만큼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던 영등위의 등급 분류를 처음으로 함락시켰다는 것이며, 그만큼이나 청소년이 동성애 문화물에 대한 접근할 권리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성애 문화물은 ‘성적 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계기’ 제공
 
또한 인상적인 부분은 동성애에 대한 태도에 있어 이전에 ‘X존 사건’을 다루었던 판결문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첫째, 동성애 문화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가 헌법상 기본권에 배치된다는 항목은 다시금 확인되었다. 이는 ‘X존 사건’에서 고등법원이 처음 제안했던 문제 의식이기도 하다. <친구사이?>에 대한 행정법원의 판결 역시 “동성애를 유해한 것으로 취급하여 그에 관한 정보의 생산과 유포를 규제하는 경우, 성적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속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평등권 및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둘째, 동성애에 대한 가치 판단에 있어 부정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긍정적인 시각만을 서술하였다. ‘X존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은 헌법 이념을 토대로 동성애자 차별을 문제시하고 있지만, 그조차도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나열함에 있어서는 호모포비아 담론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X존의 주장을 검토한 뒤 법원은 “이성 간의 성적 결합과 이를 기초로 한 혼인 및 가족생활을 정상적인 성생활로 간주하는 전통적인 성에 대한 관념 및 시각에 비추어 보면 ‘동성애 또는 동성 간의 성적 접촉’을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성관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친구사이?>에 대한 판결문에서는 위와 같은 편견이 담긴 담론을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동성애에 관하여는 이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으며, 영화에 비하여 훨씬 더 큰 접근성과 파급력이 큰 TV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가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송되고 있다”는 점만을 판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은 동성애 문화물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귀중한 매체임을 서술하였다. <친구사이?>가 그를 “관람하는 청소년들에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성적 자기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교육적인 효과도 제공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친구사이?>가 가르쳐 주는 동성애자의 척박한 현실, 이성애만을 당연시하는 사회에 거짓을 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대해 청소년들이 알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이는 동성애 문화물이 단순히 이성애를 다룬 문화물과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소극적 평등’의 객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부당하게 구성되어있는 이성애주의 사회질서를 변화시키기 위해 보다 특별한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적극적 평등’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법원은 청소년에게 <친구사이?>가 “성적 자기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준다고 명시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이성애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사유하고 그를 탐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함을 동시에 명시해주었다.
 
그러므로 이 판결은 2007년에 있었던 ‘X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보다 훨씬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판결의 결과와 그 이유에 있어서 동성애에 대한 일체의 가치 판단도 노출하지 않았던 이전의 X존 판례에 비해, <친구사이?> 판례는 동성애 문화물은 표현 수위가 유사한 여타의 이성애 문화물과 “같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식화하였다. 나아가 동성애 문화물이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응시하고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사유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이성애 문화물과는 “다르게” 특수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1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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