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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 잔치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작은 농민들의 잔치를 꿈꾸며
박푸른들   |   2014-11-12

※ 농촌과 농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체화하며 살고 있는 20대 박푸른들의 농(農)적인 시선. [편집자 주]

 

▲  2014년 10월 26일 서울 명동.   © 박푸른들

 

부쩍 높아진 하늘과 시원한 바람, 은은한 향을 주변에 뿜으며 익어가는 곡식, 울긋불긋 탐스러운 과일을 보며 감탄할 새 없이 서울의 이른 가을걷이 잔치 준비로 한동안 바빴다.

 

김장채소를 거두고, 밭에서 겨울을 날 작물을 심는 농민에게는 이른 잔치이다. 잔치 이름 앞에 ‘도농’이라는 단어가 붙여지기도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잔치가 농산물 직거래나 다름없기 때문에 도시 소비자에게 맞춘다. 길러낸 농산물을 제값으로 많이 파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잔치를 즐겨볼 틈 없이 늘 준비와 뒷설거지를 도맡는 농민을 볼 때면 미안하다.

 

농민단체 실무자로 일하며 서울의 이른 가을걷이 잔치 준비로 초가을을 보낸 지 두 해째. 이제는 농민 서로서로를 위한 잔치 준비를 하고 싶다. 서로 덕분에 힘을 얻는. 보여주기 식 떡메치기는 하지 않아도 좋다. 굳이 전국 농민들이 한 자리에 모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땅이 얼 즈음 농민들의 집과 멀지 않은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에 모여 농사지은 것을 감사히 나눠먹고, 이야기 속에서 올해를 정리하며 내년을 준비하고, 서로를 독려하는 작은 가을걷이 잔치였으면 좋겠다.

기사입력 : 20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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