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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의 푸른 바다를 지켜온 청년들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푸른 바다 클럽
구수정   |   2016-08-25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푸른 바다 클럽(Green Ocean Club)

 

2002년에 창립된 <푸른 바다 클럽>은 다낭의 아름다운 해변을 지키기 위해 환경보호운동을 벌이는 대학생, 직장인, 청년들의 모임이다. 다낭시 청년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이 클럽은 30여 명의 정회원과 2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2004~2005년 일본의 피스보트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유엔청년봉사단(UN Youth Volunteers)과 스웨덴 국제개발협력청(SIDA)의 지원을 받아 “Keep Danang Beauful”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011년에는 베트남의 ‘전국 환경보호와 창의적 청년 축제’에서 우수 팀으로 선정되는 등 베트남 중부의 대표적인 청년 환경운동단체로 활약 중이다.

 

▶ 주말에 바닷가에 나와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하고 있는 <푸른 바다 클럽> 청년들.   ⓒ아맙

 

쓰레기 줍는 외국인여행자, 다낭 청년들을 움직이다

 

참파왕국(2세기 말~17세기 말)의 이야기를 품은 곳, 베트남 중부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다낭은 오래전부터 국제무역의 주요 역할을 해온 곳이다. 다낭이라는 이름도 참족이 사용했던 지명이 베트남어로 바뀐 것으로 ‘커다란 하구’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다낭에는 서울의 한강과 같은 이름의 ‘한(Han)강’이 흐르고, 60킬로미터에 달하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다낭이 인구 백만 명이 넘는 베트남의 5대 도시 중 하나로 성장하고 유명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한때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다낭의 해변에는 여행자들이 버린 술병과 쓰레기들이 지천으로 나뒹굴기도 했다. 그런 다낭의 해변이 오늘날처럼 다시 깨끗해진 데는 지난 14년간 환경보호운동을 펼쳐 온 <푸른 바다 클럽>의 역할이 작지 않다. 다낭의 푸른 바다 지킴이를 자청하는 청년들을 <아맙>에서 만나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오랜만에 다낭 해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인터뷰 땡땡이치고 그대로 바다로 달려 나가고 싶을 만큼 아름답더군요.(웃음)

 

쯔엉 꽁 뜨억(푸른 바다 클럽 대표, 이하 ‘뜨억’):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다낭만한 해변은 드물다고 하지요. 저도 해질녘의 바다를 걷는 것을 좋아해요. 다낭 시내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영응사(靈應寺)에 올라 노을이 내리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요.

 

▶ <푸른 바다 클럽> 대표, 쯔엉 꽁 뜨억.   ⓒ아맙

 

수정: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다낭 해변 자랑 좀 해주세요.

 

뜨억: 어렸을 때는 눈 뜨면 매일 보는 게 바다였으니까 다낭 해변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다낭 해변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죠. 해안선이 굉장히 길어요. 다낭의 하이번 고개에서 논느억 해변까지 60킬로미터에 이르는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지죠.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미케 해변인데, 호주의 선데이헤럴드선(Sunday Herald Sun) 신문에서 아시아의 가장 아름다운 10대 해변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어요.

 

다낭은 파도가 낮고 물살도 잔잔한 데다 물도 깨끗해서 해수욕을 하기에도 아주 좋아요. 베트남 사람들은 보통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 해변을 많이 찾지요. 제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웠어요. 지금은 60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선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 대부분을 호화 리조트나 5성급 호텔들이 다 차지해버렸죠. 뭐든 개발하면 다 좋은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되죠.

 

수정: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는데요, <푸른 바다 클럽>은 청년들의 단체인데다 창립한 지 14년이나 된 오랜 활동 경력을 갖고 있더군요. 처음에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나요?

 

뜨억: 어느 날 다낭의 몇몇 대학생들이 바닷가를 거닐다가 장갑을 끼고 해변에 널린 술병, 휴지, 음식물 쓰레기 등을 수거하는 외국인여행자들을 만났어요. 밤이면 해변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다음날이면 쓰레기가 나뒹구는 게 당시 다낭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이었는데, 그 외국인들의 눈에는 거슬렸던 거죠. 그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베트남 학생들이 해변을 청소하는 청년모임을 꾸렸고, 다낭에 있는 여러 대학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푸른 바다 클럽>이 결성되었어요. 그때부터 방학 때나 주말을 이용해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바닷가를 청소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자전거를 타고 다낭 시내를 질주하며 벌이는 환경보호 캠페인  ⓒ푸른 바다 클럽

 

“아름다운 다낭을 지키자” 퍼져가는 청년들의 메시지

 

수정: 최근 하노이에서 정부가 도시 개발을 위해 오래된 나무 수천 그루를 베어내려고 하자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었죠. 그 중심에는 청년들이 있었고요. 푸른 바다 클럽에서는 환경보호와 관련해 어떤 캠페인을 하고 있나요?

 

뜨억: 매년 클럽은 ‘지구의 시간’ 행사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지구를 위한 1시간’이라는 뜻으로, 일 년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60분 동안 지구촌 전등을 꺼서 지구를 쉬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국제 환경캠페인이에요. 우리는 7만5천개의 병뚜껑으로 만든 조형물을 전시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어요. 작은 행동 하나 하나로 공동체의 인식을 바꿔나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죠.

 

백여 명의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거리 청소를 하고, 자전거에 환경보호 플래카드를 매달고 다낭 시내를 질주하기도 해요. 식당이나 가정집 등을 개별적으로 방문해 환경 관련 홍보물이나 스티커를 전달하고 환경보호운동을 알리는 ‘푸른 캠페인’도 벌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캠페인은 더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요.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들이나 거리의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죠. 또, 어린이들에게 환경 동화책을 읽어주는 활동도 하고 있고요.

 

2004년과 2005년에는 일본의 피스보트(Peace Boat)와 함께 국제 청년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어요. 우리 활동이 해외까지 알려지면서 유엔청년봉사단 지원을 받아 “아름다운 다낭 지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스웨덴 국제개발협력청의 지원을 받아 15~22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환경보호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지요.

 

▶ 환경을 보호하자, 다낭의 바다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아 7만5천개의 병뚜껑으로 만든 조형물.  ⓒ푸른 바다 클럽

수정: 청년들의 활동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뜨억: 주말이면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해변 청소를 하자 주민들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누가 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다른 사람들도 막 따라 버리잖아요. 해변이 깨끗해지고 여기저기 환경보호 문구들이 보이니까 해양쓰레기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죠. 주민들도 전폭적으로 협조해 주었고, 최근 해변에서 술판을 벌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바닷가가 많이 깨끗해졌어요. 그래서 요즘엔 환경 캠페인을 해변뿐 아니라 다낭시의 거리라든지 인근 섬까지 확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죠.

 

수정: 환경 캠페인 외에 다른 활동도 하고 있나요?

 

뜨억: 다낭시가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인근 산간지대에는 가난한 지역들이 많아요. 특히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겨울이면 날씨가 정말 추운데,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도 많고요. 클럽에서는 학생들이 마을을 방문해 소수민족 주민들과 교류하고 겨울옷, 장갑, 생필품, 쌀, 그림책 등을 전달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추석에는 월병, 설에는 반쯩(Banh Chung)과 같은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요. 마을 잔치를 벌여 노래나 춤, 연극 등 공연도 하고요. 마을을 방문할 땐 사전답사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미리 파악해 프로그램과 물품을 준비하려고 애씁니다. 회원들의 힘만으로 부족할 때는 일일이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물품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죠.

 

10년 후를 내다보며 바다 소나무를 심는 사람들

 

수정: 지금 푸른 바다 클럽에는 어떤 친구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뜨억: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들도 참여하고 있어요. 30명의 정회원이 클럽의 주된 사업을 논의하여 결정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요.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가하는 2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하고 참신한 방법으로 환경 운동을 벌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013년에는 선짜반도에 있는 멸종위기 동물 ‘붉은정강이두크’를 비롯해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다낭 시민 1천명의 지문을 모아 전시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어요. 베트남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이색적인 방식의 캠페인이라 언론의 주목을 받았죠. 정부에서도 환경보호 관련 캠페인을 하지만 구태의연한 구호만을 되풀이할 뿐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해요. 푸른 바다 클럽은 젊은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환경보호운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 2015년 설을 앞두고 꽝남성 동지앙성 한 산간마을에서 진행된 <푸른 바다 클럽>의 마을교류 프로그램. ⓒ아맙

 

수정: 사업에 필요한 기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요?

 

뜨억: 비료나 쌀 포대, 전선, 쇠붙이 등의 폐품을 활용해 생활용품이나 열쇠고리, 액세서리 등의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어요. 그리고 ‘베트남 여성의 날’과 ‘국제 여성의 날’에 꽃다발을 팔거나 박람회나 전시회, 축제 때마다 좌판을 열고 음료수나 간단한 먹거리 등을 팔기도 하고요. 조금 고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죠. 기금 마련 행사 때 회원들이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유람선 등을 전시하면서 <푸른 바다 클럽>의 활동을 홍보하면, 제값의 몇 배를 주고 물건을 사거나 별도의 후원금을 건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수정: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텐데 정말 열정이 대단하네요. 앞으로 클럽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지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뜨억: 얼마 전 다낭 시내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환경 관련 벽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곰팡이로 얼룩진 채 방치된 담벼락이었는데, 거리가 온통 환해질 정도로 말끔하게 단장이 되었지요. <푸른 바다 클럽> 회원들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아이들도 함께 참여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올해는 그런 벽화 사업을 늘려갈 계획이고요, 클럽의 프로그램에 어린이들의 참여도 확대해 갈 거예요. 아이들의 동심이 담긴 벽화를 보면 어른들의 마음도 달라지지 않겠어요?

 

해변에 바다 소나무를 심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피라오(Phi Lao) 나무라고 부르는데, 해안 침식과 해풍의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요, 주변 경관도 아름답게 해주죠. 바로 얼마 전에 약 1천 그루의 피라오 나무를 심었습니다. 한 10년 정도 자라면 숲이 우거져 지역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늘막이 될 거예요.

 

다행히 학교를 떠나 사회인이 된 선배들도 <푸른 바다 클럽> 활동에 열심이고요,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지역 주민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다낭이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거든요. 고층빌딩과 백화점, 거대한 전시관이나 체육관 등의 문화시설이 늘어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한 것들만 좇다가 다낭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베트남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기사입력 :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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