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팝스타, 자넬 모네

<블럭의 팝 페미니즘> 흑인여성, 우리에게도 이름이 있다

블럭 2017-05-07

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을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전업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필자 블럭]

 

# 두려움을 뛰어넘는 자유를 선택하라

 

“설령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당신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을 계속 포용하십시오. 당신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의심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당신은 두려움을 뛰어넘는 자유를 선택할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최근 성공적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이자 가수 자넬 모네(Janelle Monae)가 2017년 1월에 열린 워싱턴 여성행진(Women's March on Washington)에 참여해서 한 말이다. 자넬 모네는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여성의 섹스 파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끊임없이 여성과 소수자가 더는 타자화되거나 보이지 않는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 데오도르 멜피 감독의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에 출연한 자넬 모네

 

자넬 모네는 최근 화제가 된 영화 두 편을 통해 훌륭하게 연기 데뷔를 마쳤다. 하나는 <문라이트>(Moonlight, 배리 젠킨스, 2016) 다른 하나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데오도르 멜피, 2016)다. 자넬 모네는 이들 작품을 통해 흑인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보여줬다. <문라이트>는 흑인 커뮤니티 내의 이야기를, <히든 피겨스>는 흑인 사회 안팎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되기도 하고, 두 작품 모두 소수자가 주인공이며 흑인 정체성을 통해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두 작품 모두 교차성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특히 <문라이트>는 한 사람의 성장기를 통해 여러 갈래의 이슈를 다룬다. 그럼에도 영화가 산만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그 이야기들이 ‘빈민가, 흑인, 동성애자’라는 한 주인공의 다양한 정체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흑인 사회 내에서 강요되는 남성성이 어떻게 호모포빅한 언행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젠더에 역할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동성애혐오, 여성혐오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게 한다. <문라이트>에는 소수자 문제, 인종 문제 등 여러 차별의 문제가 교차해있다.

 

# 아프로퓨처리즘과 페미니즘, 독특한 음악세계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두 작품에 출연한 자넬 모네는 연기 커리어를 시작하기 이전에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였다. 피쳐링으로 참여한 것이었지만 2011년 펀(Fun.)의 “We Are Young”을 통해 미국 빌보드 차트를 포함해 5개국 차트 1위의 성적도 경험해봤다. 지금까지 월드 투어를 두 차례 했고, 두 장의 메이저 앨범도 발표했다. 물론 음악가를 흥행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고 관심을 얻는 데 성공한 가수임에는 분명하다.

 

▶ 자넬 모네의 두번째 정규앨범 <Electric Lady> 흑인 여성의 정체성을 SF를 통해 표현한다.

 

자넬 모네의 두 장의 정규앨범 <The ArchAndroid>와 <Electric Lady>는 결코 평범한 내용이 아니다. 두 앨범은 연속적인 컨셉과 의미가 담겨 있다. 가장 큰 키워드는 아무래도 아프로퓨처리즘을 보여주는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인적인 존재를 등장시켜 SF 장르 속에 인종과 젠더의 문제를 다룬 페미니스트 작가)가 아닐까 싶다.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역사와 판타지, 과학, 우주론 등을 테크노에 접목시킨 문화 미학)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두 앨범에서 인종 문제와 젠더 문제는 자연스레 교차한다. 자넬 모네는 흑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SF를 통해 표현한다.

 

여기에는 1927년 독일 표현주의 감독 프리츠 랑(Fritz Lang)이 만든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최초의 장편 SF영화)나 미국의 페미니스트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에세이 <사이보그 선언>(1985)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두 작품에서 주인공은 로봇이다. 이는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노동자들을 교란하는 ‘나쁜 존재’ 로봇일수도 있고, 주류 사회가 바라보는 ‘사람이 아닌 존재’일수도 있다.

 

이처럼 자넬 모네는 자신의 음악 커리어를 통해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이는 그의 연기 커리어와도 공통된 결을 지니고 있다. 즉,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페미니즘을 실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실천이 대중과 끊임없이 접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자넬 모네가 직접 제작하거나 참여한 작품 대부분이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또, 자넬 모네는 자신의 레이블 원더랜드(Wondaland)를 세우고 뜻을 함께하는 음악가들을 모았으며, 지데나(Jidenna)라는 래퍼를 성공적으로 제작했다. 지데나는 남성 래퍼이며, 나이지리아라는 자신의 출신을 앞에 드러내는 동시에 자넬 모네처럼 늘 수트를 입고 다닌다. 그 역시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표현하며, 소수자를 배려하는 자넬 모네의 가치관을 공유한다. 이러한 음악가를 계속 찾고 세상에 알리는 일 역시 자넬 모네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 자넬 모네는 자신의 레이블 원더랜드(Wondaland)를 세우고 뜻을 함께하는 음악가들을 모았다.

 

# 지금 가장 당당한 팝스타, 자넬 모네

 

자넬 모네는 처음부터 페미니즘을 표현해왔고,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남겼다. 사람들이 자넬 모네의 성 정체성을 궁금해 하자 “나는 오직 안드로이드와 데이트한다”고 답하며, 자신은 대중 앞에 나서는 예술가이지만 사생활은 보장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꾸준히 퀴어와 여성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흑인 여성의 정체성으로 많은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워싱턴 여성행진에서 “여성은, 그리고 흑인은 가려진 존재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이름이 있다”고 연설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섹스 파업’ 얘기와 함께 ‘여성의 성기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마리 끌레르>(Marie Claire)를 비롯한 여러 패션지 인터뷰에서 말했다.

 

흑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블랙 페미니즘을 꾸준히 이야기하는 자넬 모네는 깊이 있는 세계관을 끌어오며 자신의 이야기에 끊임없이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결코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게 풀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접하고 좋아할 수 있게끔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대중적인 작품들을 통해 자넬 모네는 내 주변에, 꽤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자넬 모네는 그런 의미에서 ‘삶의 동료로서의 팝 스타’인 셈이다. 이렇게 개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힘 모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팝 스타가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역할이 아닐까 싶다.

 

※ Janelle Monáe- Tightrope(feat. Big Boi) http://bit.ly/2qcIONk
※ Janelle Monáe- Q.U.E.E.N.(feat. Erykah Badu) http://bit.ly/2pSKnPC
※ Janelle Monáe- Cold War [Official Video] http://bit.ly/2p9eWBi

기사입력 : 201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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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새 17/05/11 [07:33]
히든 피겨스에서 눈에 띄던 배우였는데 가수였다니
빵가루 17/05/09 [11:29]
영상도 같이 볼 수 있어서 좋네요. 즐감했습니다~ 멋지네요.
dido 17/05/08 [11:53]
문라이트에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배우.. 어디서 봤더라 낯익은데 싶었는데 자넬 모네였다니!!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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