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새로운 상식이 필요하다’

<거침없는 2030 여성들의 인생 프로젝트> 닷페이스 대표 조소담

강예원 2018-03-21

※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바쳐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 동등한 사회를 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밀레니얼 여성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시리즈입니다. -편집자 주

 

짜장면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은행을 밟아야 하는 이유. 그거 앎?
수영장엔 오줌이 이만큼이나 있다!

 

닷페이스의 소셜미디어 사이트(facebook.com/facespeakawake)에는 우리가 한번쯤 궁금해 했던 것을 시원하고 위트 있게 긁어주는 영상이 종종 올라온다. 물론 개헌에 관한 상식이나 미성년자 성매매 이슈 같이 굵직한 이슈들을 심층 취재로 다루기도 한다.

 
평균 한 달 600만 뷰(view)를 자랑하는 닷페이스는 메디아티(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첫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으로, 닷페이스의 높은 독자 참여도와 브랜드 인지도는 요즘 많은 온라인 미디어 중 월등하다. 검은 짜장면의 유래와 한국에서 화교의 삶을 다룬 이야기는 해외 미디어에 소개되어 100만 이상 조회가 되었다. 엄마와 아들의 섹스토크를 시리즈로 다룬 영상은 열렬한 팬들의 요청에 의해 오프라인 섹스토크 행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 새로운 상식을 이야기하는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  (출처: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는 기발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미디어 대표이지만, 실제로 만난 자리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리 익숙하지 않은 듯 간단명료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오히려 그녀가 개인적으로 브런치에 올리는 글 속에서 더 많은 “속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언론정보학과를 전공하지도, 기자의 꿈을 꾼 적도 없다. 다만 우연히 대학교 휴학 중에 “미스피츠”(misfits.kr)라는 20대가 직접 20대를 이야기하는 온라인 미디어에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또 당시 핫이슈였던 국정교과서 추진을 반대하는 “히스토리 사인”이라는 서명 사이트를 기획한 것이, 현재 닷페이스 황유덕 PD와 같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닷페이스의 현재 멤버는 조 대표가 대학생 때 ‘활동’하며 만났던 인연들이 모인 것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함께하고 있다.

 

조소담 대표는 2017년 포브스에서 선정하는 “Forbes 30 under 30 Asia”(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 중 한국의 스타트업 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말 걸듯이 이야기를 짜야한다”

 

서울 홍제동 유진상가에 사무실을 둔 닷페이스는 최근에 유튜브 구독자 5만 기념으로 ‘질문받는닷’ 동영상을 올리고,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평소 사무실 분위기도 매우 자유분방하다. 바닥에 펼쳐져있는 빈백(beanbag) 의자에서 누워서 일하고 낮잠도 잘 수 있다. (※닷페이스 영상 보기: 구독자 5만 기념 닷페이스 Q&A http://bit.ly/2pzZOdR) 

 

▶ 구독자 5만 기념 닷페이스 Q&A ‘질문받는닷’ 영상 중에서 ⓒ닷페이스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가볍게 일을 대하는 닷페이스 팀의 애티튜드는 그들의 영상물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무리 무거운 주제도, 혹은 생각지 못했던 신선한 주제도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풀어낸다. 독자 입장에서는 매우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술술 풀어주는 스토리텔링 뒤에는 많은 고민과 노고가 배어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조 대표는 브런치에 쓴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는 연습’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의 이야기는 말 걸기다. 나를, 그리고 너를 잘 관찰하는 사람만이 설득의 틈새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말 걸기 방식은 닷페이스의 독특한 인터뷰 영상에 잘 드러난다. 인터뷰 진행자가 궁금해 하는 질문에 충실히 답하는 기존 뉴스 인터뷰 형식과 다르게, 닷페이스는 인터뷰 당사자와 마치 오프라인 자리에서 수다를 떨듯이 술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큰 편집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그 주인공이 “밥 하는 동네 아줌마”거나 “싫은 건 싫다하는 며느리” 혹은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든 간에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은 다 같다.

 

닷페이스에 등장하는 인터뷰 주인공들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사회에서 소수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스캔들 혹은 뉴스 뒤에 조명되지 않은 소수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닷페이스의 위트가 숨어있기도 하다.

 

작년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 수석부대표가 노동자 파업을 한 학교 급식조리종사원을 향해 비하 발언(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을 해서 물의를 빚은 이후, 직접 “밥하는 아줌마”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좋은 예이다. (※닷페이스 영상 보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밥 하는 아줌마' 이야기 http://bit.ly/2DJkG7m)

 

▶ 닷페이스 팀. 홍제동 유진상가에 사무실을 둔 닷페이스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한다. (출처: 닷페이스)

 

사람이 하는 일

 

닷페이스가 다루는 이야기 소재들의 큰 카테고리는 정의(Justice), 페미니즘, 도시생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반어스(Urban Earth) 그리고 미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리얼퓨처(Real Future)가 있다.

 

닷페이스 영상에는 휴머니즘의 목소리, 즉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따뜻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담겨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사람이 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사람의 생각과 정성과 사람으로서의 고민이 들어가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는 때, 우리가 마음을 쏟지 못하고 메시지를 기계적으로 전할 때, 그런 순간을 저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소담 대표가 브런치의 글에 쓴 내용이다.

 

또한 저널리즘의 글로벌 트렌드를 잘 읽고, 이를 한국인 정서와 상황에 맞게 잘 녹이는 점도 닷페이스의 강점이다. 최근 기존 저널리즘 형식인 제3자의 입장에서 보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자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움직임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솔루션 저널리즘을 최근에 선보인 좋은 예로, 작년 12월에 진행했던 Here I Am 프로젝트가 있다. 익명 채팅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미성년자 성매수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세 편에 걸친 심층취재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십대여성의 반경 10km 이내 성매수 메시지가 수없이 날아드는 현실을 빗대어, 그 거리 안에 성매수자가 아닌 우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Here I Am”이라는 프로젝트 제목을 달았다. (※닷페이스 영상 보기: "교복 챙겨왔어?"라고 묻는 성매수자들을 만났다 http://bit.ly/2ptNixg)

 

또한 영상 시리즈 제작에 그치지 않고,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청원하는 캠페인을 통한 서명운동을 벌였고, 닷페이스에서 제작한 Here I Am 굿즈 판매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어져 4천만 원이 넘는 모금액을 십대여성인권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성매수자들을 직접 만나는 기획이었기 때문에 위험 요소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촬영 과정에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만나봤을 때는 소아성애자라거나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느낌보다는 정말 평범한 사람들, 다양한 연령대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그저 이 모든 게 ‘가능하고’ ‘어린 성매수 대상을 찾는 일’을 그대로 내버려 두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란 느낌이었습니다.” 조소담 대표가 말했다.

 

▶ 닷페이스는 미성년자 성매수를 다룬 영상 시리즈와 함께 "Here I Am" 캠페인 프로젝트로 4천만원이 넘는 모금액을 십대여성인권센터에 기부하였다. (출처: 닷페이스)

 

홀로서기

 

닷페이스는 2016년 2월 메디아티의 지원 스타트업에서 홀로서기를 한 이후,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시도하며 나아가고 있다.

 

닷페피플이라는 멤버십제를 운영하여 멤버에게는 닷페이스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우선권을 주는 대신 멤버십 비용을 받는 것이다. 지난 분기 첫 순수익을 기록했고, 멤버십과 브랜드 콘텐츠 모델을 두 축으로 하여 중기 프로젝트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닷페이스만의 확고한 색깔과 독자층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카메라 뒤에서 보이지 않지만 정확한 원칙을 정해놓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팀의 조직문화,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리더십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예로 닷페이스 조직 내에서 에너지 트레이딩 시스템이라는 스터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분/40분짜리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것을 요청하고, 수락하면 진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테크니컬한 코스인 “인터뷰 촬영의 기초”, “선거보도 주의사항”부터 “비폭력 대화”, “홈 바리스타”까지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조소담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며 10년 후의 닷페이스에 대해 물었다. 역시 고민하지 않은 듯 담백하게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깊은 고민의 흔적이 담긴 답을 주었다.

 

“우리가 언제까지 할까 하는 이야기가 (팀 내부에서) 나왔을 때 했던 말은, 마치 무한도전 프로젝트처럼 더이상 할 얘기가 없어지면 그만하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한다는 마인드에요.”

 

[필자 소개] 강예원 님은 서울에서 외신기자로 활동하였고, 현재 PLATOON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예술문화를 다루는 잡지와 에이전시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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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 18/03/23 [18:26]
진짜 닷페이스에서 얘기하는 게 상식이 되는 세상을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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