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질문하는 아이들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에 담긴 이야기②

송하진 2018-08-26

※ 네팔의 어린이노동자들의 인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활동해 온 ‘바보들꽃’에서, 세계의 일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재를 계발해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네팔어, 영어에 이어 한국어로도 출간된 이 총서에 얽힌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필자 송하진 님은 사회문제의 대안을 만들기 위한 실천과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으며, 2006년부터 ‘바보들꽃’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약 8억 명. 한 해에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세계 인구다. 우리나라에도 다른 국가에서 온 약 2백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문화적 맥락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 나라의 문화, 역사, 사회에 대해 알아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국적, 인종, 사회적 배경을 벗은 ‘인간 그대로’의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아닐까. 그 이해가 바탕이 되면, ‘좋은 삶’이란 타인을 이해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공동체 속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삶이란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자아와 타인, 노동과 환경, 그리고 공동체…

 

일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인문학 교재를 기획하게 된 것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지혜인 ‘인문학’이 아이들을 ‘좋은 삶’으로 이끄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혹은 그게 좋은 것이라고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또 타인에게 그리고 자연에게도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근본적 질문하고 스스로 고민하는 인문학적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희망의 언덕 지음, 바보들꽃, 2017년 12월) 총서 중에서 중 공동체 편은 2권으로 나와있다. ⓒ바보들꽃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는 전체 6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은 자아상(나), 타인, 노동, 공동체,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다. 공동체를 다루는 책이 두 권이라 총 6권의 교재가 되었다. 이러한 구성을 간단히 아래 그림과 같이 표현해 볼 수 있다. 나와 타인 그리고 자연환경이 ‘노동’을 중심으로 묶여있고, 그 체계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기본적 단위, 아이들이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의 요소들에 대해 한 주제 한 주제 깊게 탐구해 들어가고 있다.

 

이 시리즈를 제작할 때는 10~13세 사이의 아동들 대상의 교육 교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교재가 묻고 있는 핵심 메시지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나이가 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도 사용할 수 있는 교재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책들은 아동들이 직접 사용하는 교재는 아니다. 해당 주제를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 보길 원하는 양육자, 교사 등을 위한 교육지도서라 할 수 있다. 책이 다루는 주제들은 어른들도 배우거나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교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 질문거리와 시도해볼 수 있는 활동들을 촘촘하게 배치하고 설명해 놓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활동들을 자세히 기술해 놓으면 교육자의 생각을 제한하게 하지 않을까’ 고민했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주제들에 대해 가르치고 고민하는 과정이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 또 그 기회가 더 적은 타 문화권의 나라들을 고려해서 되도록 상세하게 기술하는 방향을 지향했다.

 

오감을 자극하는 창의적 활동을 통해 배우는 인문학

 

시리즈의 각 권은 모두 5과로 구성했다. 1과와 2과는 책이 다루는 주제를 탐색하는 활동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자아상을 다루는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의 1과는 “나는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자화상을 그리고, 나의 하루 일과를 만드는 등 가벼운 접근을 통해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교재를 활용하여 진행한 2014년 네팔 어린이노동자 캠프에서, 아이들이 그린 자화상. ⓒ바보들꽃

 

노동을 다루는 <행복한 노동자가 될래요>에서는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뢰겔의 그림 “게으름뱅이의 천국”을 보면서, 사람들이 노동하지 않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를 상상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매일 먹고 입고 살고 있는 ‘음식, 옷, 집’ 등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어떤 노동이 누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진자료 등을 활용해 알아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노동 교재지만 아이들에게 흔히 가르치는 직업, 진로와 같은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노동을 하고 있고, 그 모습은 다양하며, 각 과정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말로 가르치지 않더라도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을, 서로가 비교할 수 없는 가치임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인문학 교재라면서 왜 글을 읽어서 생각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노는 활동이 많지?’ 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어렸을 적 인문학공부라고 접했던 고전을 채운 교재들처럼 고전을 인용한 글이 빽빽한 것이 아니라, 시원시원한 그림들이 가득하다. 또 놀이에 가까운 활동들, 지성뿐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과정들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의 배움은 감각과 신체 활동 등 오감이 자극될 때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교재가 사용될 다양한 맥락에 대한 고려 때문이기도 하다. 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아동 인문학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학습능력을 전제로 한 문자 위주의 교육보다 체험과 놀이를 통해 고민해 볼 수 있고 생각을 표현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의도가 가장 잘 표현된 부분을 꼽는다면, 6권 <자연이 살아야 사람이 살지요>의 ‘채집과 요리편’이 생각난다. 아이들과 함께 야외로 나가서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풀과 열매들을 채집하고 요리해 먹는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책을 쓴 사람들의 취향이 100% 반영된 이 활동은 나처럼 도시에서 나고 자란 어른들에게는 당황스런 미션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가르치는 사람들도 아이들과 함께 ‘자연이라는 교사’로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함께하면 좋겠다. 직접 채집한 것들로 만든 음식을 앞에 두고 다같이 “자연아, 고마워!” 외친 후 준비한 것을 먹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슬며시 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이 활동을 마무리 할 때쯤이면 자연이 우리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며 행복감을 준다는 책 속의 구절이 아이들에게도, 교사의 마음에도 와 닿을 것 같다.

 

▶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를 활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할 수업 내용을 연구하는 네팔의 졸국립초등학교 선생님들.  ⓒ바보들꽃

 

위인전에서는 보지 못했던 ‘변화의 주체들’과 함께

 

각 권의 초반이 주제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내용이라면, 중반으로 넘어간 3,4과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상황들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보고 공감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시리즈의 5권인 <대접하고 싶은 대로 대접해요>에 나오는 ‘수니타’의 사례를 보자.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바보들꽃이 네팔에서 어린이노동자들의 교육을 지원하며 직접 보고 들은 사례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아이들은 수니타의 사례를 듣고 자신이 직접 수니타의 입장이 되어서 하루의 그림일기를 그려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상황의 불합리성, 수니타의 마음 속 억울함에 공감하게 된다.

 

책은 공감에서 좀 더 나아가 아동 스스로 사회적 주체로서 꿈을 가지고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차별을 멈춰요” 호소문을 작성한다거나, 차별 반대와 관련한 각종 전시물을 모은 미니 박물관을 꾸미고, 인권 퍼레이드를 펼치고, 사람들을 초대해 차별 상황을 알리는 것을 과제로 함께 해결해나간다.

 

3,4과에서는 노동, 빈곤,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그러한 문제 속에 처한 아동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 이를 위해 위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 면면이 일반 교육 교재와는 많이 다르다.

 

케냐에서 나무의 어머니로 불리는 ‘왕가리 마타이’, 스리랑카의 마을운동 ‘사르보다야 운동’, 국내 이주노동자의 산재 보상을 이끌었던 네팔 노동자 13인의 이야기, 사회적 경제로 유명한 스페인 ‘몬드라곤’ 이야기 등. 그 주인공들은 기존 위인전기 등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주체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100년 전, 200년 전에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 이야기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책을 공부한 아이들도 함께 동참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알려준다.

 

▶ 2005년 희망의 언덕 프로젝트의 첫 지원아이들과 네팔인 활동가 먼주 타파(뒤에 캡모자를 쓴 분)씨. 한국에 이주노동을 왔다가 손가락 3개를 잃은 먼주 씨의 에피소드도 교재에 실려 있다.  ⓒ바보들꽃

 

국내책 판매수익은 전액 네팔 어린이 책 보급에 쓰여

 

마지막으로 각 책의 5과에 다다르면 이제 아이들과 함께 교재가 다루려 했던 질문의 답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이 단계에서 말하는 답 역시 교사의 말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했던 활동과 이야기들 속에서 아이들안에 자리 잡은 생각들을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단계까지 진행하면 각 주제에 대해서 아이들끼리 그리고 어른들과 함께 자연스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쩌면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흥미와 관심이 꺼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원해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활동일 테다.

 

바보들꽃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교육현장, 가정, 도서관 등에서 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어 교재를 알리고 있지만, 더 나아가 빈곤선 이하에 위치한 아시아 국가의 아동들에게 책을 보급하고 이를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책을 판매하고 발생하는 모든 수익금은 그 1차 사업지인 네팔에서 이 책을 보급하는 활동에 사용된다. 다음 기사에서 다룰 내용이 바로 그 활동과 관련한 내용이다. 아시아의 아동들이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바보들꽃의 액션이 궁금한 독자들은 다음 기사를 기다려주시길 바란다.

 

※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 소개 페이지: http://book.foolwildflower.or.kr

기사입력 : 20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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