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들은 왜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할까?

조남주 X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 대담

구리하라 준코, 가시와라 도키코 2019-05-04

여성이 삶에서 직면하는 차별을 그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에서 100만 부를 넘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작년 12월 치쿠마쇼보에서 발간되어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9만 부가 팔렸다. 올해 2월에는 작가가 참여한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하쿠스이샤)도 발간되었다.

 

두 책의 저자인 조남주 씨(1978년 서울 출생. 방송작가를 거쳐 2011년 <귀를 기울이면>으로 등단함)가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했다. 조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 번역자인 사토 마리코 씨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의 내용과,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가와카미 미에코 씨와 나눈 대담 내용을 전한다.

 

한국에서 사회현상이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작가가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남 오빠에게>와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 페민

<82년생 김지영>은 남편, 딸과 함께 서울에서 사는 김지영이라는 서른세 살 여성의 반생을 담은 소설이다. 지영이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되어 남편과 정신과의사를 찾아간다. 그 남성 정신과의사가 쓴 진료기록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지영이 가정, 학교, 직장에서 경험한 성차별과 폭력, 허무함이 기록된다.

 

‘지영’은 1982년에 태어난 여자 이름 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라고 한다. 주인공을 82년생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조남주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1980년대 한국은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문화와 사회도 달라졌습니다. 제도적인 불평등은 상당히 해소되었지만, 남아선호사상은 끈질기게 남아 있었죠. 태아가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태어난 아기의 성비가 가장 불균형했을 정도로 성차별의 관습은 끈질기게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이전 세대 여성들의 고민과는 다른 국면에 서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소설에서 지영은, ‘남녀 임금 격차’라는 현실을 배경으로 출산 후 남편과 ‘협의’를 통해 일을 그만둔다. 조남주 작가 역시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고민할 때, 나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오랫동안 질책했죠. 하지만 모든 게 내 개인의 문제일까? 나의 선택과 경험이 사회의 제도나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비로소 자신이 놓인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해 수용하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소설에는 지영을 본 한 남성이 “맘충…”이라고 지인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맘충’이란, 육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남편이 번 돈으로 놀기만 하는 해충 같은 엄마라는 뜻을 가진 인터넷 신조어다. 2015년경에 이 단어를 처음 듣고서, 육아를 하던 조 작가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2012년 경부터 유아에 대한 보육 무상화가 점차 시행되어, 맞벌이 부부가 아니어도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게 된 무렵이었죠.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하지 않는다며 엄마들이 비난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쓴 계기가 되기도 했죠.”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내가 김지영이다”라고 20대부터 40대까지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투 운동의 열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K-POP 여자 아이돌이 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남성 팬들로부터 배척을 받은 사건도 있고, 정치인과 연예인 등이 추천서로 권하는 등 사회현상이 되었다. 또 별칭 ‘82년생 김지영 법안’이라고 불리는 고용과 보육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태라고.

 

▲ <82년생 김지영> 한국어판과 일본어판 표지 이미지. 

 

국가는 달라도 여성들이 겪는 차별은 비슷해

 

조남주 작가는 “일본에서 ‘보육원 떨어졌다’(2016년 한 워킹맘이 보육원 신청에서 떨어지자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게시글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지지하는 워킹맘들이 모여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나 ‘의대 입시 차별’(도쿄대 의대 등 10개 대학이 입학시험에서 ‘여성은 장시간 근무를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여성수험생의 점수를 일괄 감점한 사태, 2018년 8월 처음 사실이 밝혀졌다)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많은 분이 제 소설을 읽어주신 것은, 국가가 달라도 같은 분위기의 사회라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번역자인 사토 마리코 씨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책의 내용에 공감했다는 목소리와 함께, 미투(#MeToo) 운동은 노동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성들에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경험한 것도 사회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독자들의 감상을 들었습니다. 자신과는 멀다고 생각했던 성차별의 문제를 가까이에서 보게 해주는 힘이 이 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기작 <현남 오빠에게>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소설집이다. 일곱 명의 여성 작가의 작품을 모았다. 조남주 작가의 작품은 표제작인 <현남 오빠에게>. 선배인 현남 오빠를 사랑하는 여성이 프로포즈를 계기로 그에게서 오랫동안 정신적 지배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조 작가는 “방송국에서 일할 때 가정폭력을 다루는 방송을 제작한 적이 있었는데요. 사회적인 지위도 있는 여성이 왜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뛰쳐나오지 못할까? 그 심리를 생각해보던 때에 집필 의뢰를 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을 출판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사실이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대담] 조남주 X 가와카미 미에코: 한일 문학과 ‘김지영’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이자 2017년에 와세다문학 [여성호]를 책임 편집한 가와카미 미에코 (관련 기사: 지금 ‘여성’과 ‘글쓰기’의 관계를 모색하다 ildaro.com/8161)씨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여성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조우하는 전형적인 일들이 소설에 쌓여있지만, ‘남성 정신과의사’가 남성적인 언어로 쓴 문체라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마치 카탈로그 같죠. 카탈로그화 된 여성의 반생을 보며,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받아들입니다. 이런 출구 없는 이중 구조가 절묘하다고 생각해요.”

 

조남주 작가는 “보통의 소설처럼 ‘절정’을 향해 가는 형태가 아니라, 에피소드가 줄줄이 이어지는 형식입니다. 여성이면 누구든 경험하는 에피소드를 모아 여성의 반생을 재구성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이나 르포,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남성 정신과의사를 등장시킨 것은, 요소요소에 한국 사회의 상황과 제도를 설명하되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문체로 쓰고,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것을 생각하며 읽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라고 답했다.

 

▲ 왼쪽부터 조남주 작가, 번역자 사토 마리코 씨,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    © 페민

 

가와카미 씨는 “이 소설의 매력은, 여성들이 느끼는 ‘공감’도 크지만 또 하나, 등장인물도, 내용도, 독자의 반응도, 정치적으로나 페미니즘적으로 ‘올바르다’는 것 역시 특징”이라고 꼽았다. “독자와 소설의 관계가 전혀 불안하지 않은 ‘올바른’ 소설을 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요?”라고 가와카미 작가가 묻자, 조 작가는 “소설을 쓴다기보다, 현대 여성의 인생을 왜곡하지 않고 비하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써서 남기고 싶었어요”라며 저작 의도를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번역자인 사토 씨는 “한국문학에서는 민주화운동 등을 거쳐 소설가가 사회문제를 소재로 하는 등 ‘올바름’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경향이 있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조남주 씨는 “소설이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대가 한국에서 오래 지속되었지만 제가 대학생일 무렵에는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소설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가 거리로 나와 발언함으로써 정권이 교체되고 사회가 변하는 것을 체험한 세대죠. 어느 정도의 ‘올바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소설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사회 분위기와 문학이 연결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덧붙였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투 운동으로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을 하고 있어요. 불법촬영 반대 집회나, 인터넷상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을 똑같이 남성들에게 함으로써 항의하는 ‘미러링’, 성폭력 사건 재판에 가서 피해자와 연대하는 활동을 하거나, 성폭력 가해자인 유명인사가 실형 판결을 받는 것도 목격하고 있죠. 여성들은 자신이 목소리를 냄으로써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저도 현재 사회의 모습에 영향을 받습니다.”

 

‘오빠’라는 호칭에 대하여

 

대담에서는 <현남 오빠에게>의 ‘오빠’ 호칭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한국에서 오빠는 원래 여성이 나이 많은 남자 형제나 남자 친척을 부르는 호칭이다. 그러나 지금은 연인이나 남편을 부를 때도 쓰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도 상대 남성을 ‘오빠’라고 부른다. 조 작가는 “오빠는 서열을 드러내는 말로, 여성이 남성 앞에서 한발 물러나 겸손하게 부른다는 의미가 있고 대등하지 않습니다. 남성은 여성으로부터 오빠라고 불리면 매우 좋아하죠. 남성이 가진 권력을 일종의 로맨틱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가와카미 작가는 “일본에서 오빠에 해당하는 말은 ‘주인’(主人, 남편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쓰는 용어)이 있죠. ‘주인’은 주종관계를 표현하는데, 여성 자신도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느낍니다. 말은 내면을 만들기 때문에 다른, 더욱 평등한 말을 쓰자고 주장하고 있지만…”이라고 이야기하자, 조남주 작가는 ‘오빠’ 호칭을 넘어선 ‘주인’ 호칭의 심각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담을 마무리하며 가와카미 씨는 “이렇게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많이 읽히는 것은, 서구의 페미니즘 소설과는 다른, 역사적 ‘유사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사람들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문학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앞으로도 그 ‘유사성’의 정체를 고민해보고자 합니다”라며 이야기를 맺었다.

 

조남주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느 도시국가의 아파트를 무대로, 체제에 의해 가로막히고 피해당한 사람들을 그릴 예정이라고 한다. “저 스스로가 이대로 남성중심 사회의 주류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와카미 작가는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인지나 남성과의 접촉 욕망이 없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소설을 올 6월 말 출간할 예정이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기사입력 :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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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찐 19/05/09 [16:22]
페미니즘 책이라고 한국 문학계에서 오히려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죠
아름다운일 19/05/13 [17:42]
재밌네요. 일본 반응 궁금했는데...
혀짤 19/05/14 [14:17]
가사일 담당하는 당사자가 맘충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순간 하늘이 온통 까맣게 보일 듯.  그런 말 함부로 지꺼리는 인간, 혀를 싹뚝 짤라버려야 하지 않을까? 혀짤이 필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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