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격차지수 121위 일본의 코로나 대책

노동정책을 ‘여성의 노동’ 기준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다케노부 미에코 2020-08-26

일본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은 여성들의 삶, 특히 비정규직 여성들과 싱글맘들에게 가혹할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책의 어느 부분이 어긋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살기 수월해질까. 여성의 노동 문제 전문가인 저널리스트 다케노부 미에코(竹信三恵子) 씨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전면 휴교’ ‘휴업 보상 없음’ 일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여성들로부터 비판과 의문이 제기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성들이 처한 상황이 정부의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여성 활약도 121위 국가’의 지금이 있다.

 

지난 2월 27일,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의 갑작스런 ‘전면 휴교 요청’이 발표되었다. “학교를 쉬면 돌봄에 공백이 생겨 일을 하러 갈 수가 없다”는 일하는 어머니들로부터의 비명이 들려오고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듯 당황하며 전면 휴교로 인해 일하러 나갈 수 없는 부모들에게 유급휴가를 쓰게 하는 사업주에게 휴업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3월부터 노동조합 등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하여 노동 상담을 받았을 때, 상담을 요청한 이들의 60%가 여성이었으며 직장에서 휴업 보상을 못 받는다는 호소가 줄이었다.

 

휴업 지원금은 사용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사용자가 신청하지 않는 한 지급되지 않는다. 일하는 여성 중 비정규직이 절반 이상이다. 사용자가 “파트타임이나 파견 등 비정규직은 대상 예외”라고 애초에 비정규직 차별을 전제하거나, 복잡한 신청 절차를 진행하지 않거나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프리랜서의 경우, 고용된 사람들과 거의 비슷하게 혼자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이라고 판단해 당초에는 그 지원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프리랜서로 구성된 노조와 단체가 네트워크를 결성해 정부와 협상을 해서 결국 개인에 대한 ‘지원금’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를 받게 되었다. 

 

▲ 산업 대분류, 남녀별 종사자수 구성비 (출처: 총무성·경제산업성 ‘경제센서스활동조사’ 2016년)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싱글맘 직격탄’

 

일본 사회에는 여전히 ‘일하는 것은 남편이고, 갑자기 휴교해도 돌봄이나 육아는 아내가 어떻게든 한다’는 식의 가부장적 노동자상(노동자=아내 있는 남성)이 뿌리 깊다. 그 결과, 돌봄과 육아 등의 케어를 떠안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 조치도 없이 총리의 요청이 발표될 수 있었던 것이며, 비정규직 차별 실태가 합쳐져 혼란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은 것이 싱글맘들이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집에서 돌볼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 일을 하러 가지 못하니 생활비를 마련할 수가 없다. 싱글맘은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인 경우가 많아서 저축도 적다. 휴업은 생계에 직격탄이 된다.

 

한부모를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싱글마더즈 포럼’에서 4월 초순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면 휴교 때문에 휴가를 내고 휴업 보상을 받았다”는 답변은 18.5%에 불과했다. 자유 서술란에는 “전기세, 식비 등 지출도 크게 늘어 앞으로의 생활이 불안합니다. 집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렵습니다.”(가나가와현, 계약직 파견사원, 자녀 두 명) 식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문제는 한부모 뿐이 아니다. 맞벌이 가정의 수가 외벌이 가정 수를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남편의 수입 뿐 아니라 아내의 수입이 가계에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전면 휴교로 인한 가정경제의 타격에 대해 정부는 얼마나 생각했을까. 

 

더더욱 문제가 된 건 유흥업소와 접객 음식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휴업에 대해, 한때 일시 보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폭력단의 자금원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내세운 이유였지만, 유흥산업이 싱글맘 등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취업 현장이라는 현실은 간과되었다. 이러한 대인 서비스업은 감염 피해를 입기도 쉽다. 오히려 더 철저히 보호해서 휴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의 감염 대책 포인트가 되었어야 한다.

 

‘직업 차별’이라는 비판이 높아지자 정부는 그제야 제외를 철회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에 대한 차별을 주도한 모양새가 되면서 언론 등에서도 차별 언동이 횡행했다. 캬바쿠라(캬바레식 클럽, 일본식 단란주점) 노조에 의하면 “보상을 받으면 무슨 말을 들을지 알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오히려 휴업 보상을 피하고 은밀하게 영업을 이어가는 여성들이 생기는 판국이 되었다고 한다.

 

▲ 여성 노동 문제 전문가인 저널리스트 다케노부 미에코 씨. 아사히신문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와코대학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기업 우선이 되어가는 일본』 외 다수 책을 썼다.   ©페민 제공


이러한 조치는 사회 전체의 변화와도 역행한다. 2008년 리먼쇼크(미국 월가의 금융회사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제조업 파견직 남성 등에 대한 계약해지와 사원 기숙사에서의 퇴출 등 주거지 상실이 문제가 되었고, ‘연말연시 파견마을’(2008년 12월 31일~2009년 1월 5일 도쿄도 치요다구 히비야공원에서 실업자, 주거지 상실자 등 빈곤생활자가 해를 넘길 수 있도록 여러 비영리단체와 노동조합이 실행위원회를 조직해 일종의 피난처를 개설)이 만들어진 바 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이번 코로나 재난은 요식업, 서비스업 등 대인 접촉이 많은 사업장이 먼저 휴업에 따른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산업은 종사자의 과반을 여성이 점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저임금의 불안정 고용 상태다. 이번에는 이 계층이 무너지면서 집세를 내지 못하게 된 많은 여성들이 집을 잃고 지원단체들을 찾았다.

 

‘여성 해고’는 노동 문제의 주전장이다

 

이러한 현상을 ‘전초전’으로 파악하고 “앞으로 (영향이) 제조업으로 파급되어 남성까지 포함한 본격적인 해고가 시작된다”라는 식의 논평도 눈에 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했고 일본의 취업 현황에서도 여성이 최전선에서 중심이 되어 일하는 서비스업 등이 압도적 다수를 점한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의 가족이 총출동하여, 혹은 개인이 투잡을 통해 생계를 지탱하는 패턴이 드물지 않은 지금, 여성의 해고는 이미 노동 문제의 전초전이 아니라 주전장(主戰場)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던져진 화두는 여성의 노동을 기준으로 하는 노동정책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현실은 의사결정 기관에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2020년 현재, 일본의 여성의원 비율은 192개국 중 166위(국제의원연맹 조사)이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남녀격차를 보여주는 세계경제포럼의 성별 격차지수(GGI, Gender Gap Index)에서는 2019년 시점에서 153개국 중 121위이다.(한국은 108위) 과거 최저 순위의 여성 활약 약소국의 상태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여성차별 철폐조약 선택 의정서에 비준하고 정치 영역에서 할당제를 실시하는 등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기관에 정확하게 전달되는 시스템을 신속히 정비하지 않는 한,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사회를 전제로 한 기묘한 코로나19 대책을 계속해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기사입력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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