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이 대체못할 ‘동네 책방’의 역할

개점 69년 맞은 ‘고바야시 서점’ 주인 고바야시 유미코 인터뷰

샤노 요코 2020-12-10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여러 업계가 어려움에 빠져 있다. 워낙 힘들다던 출판업계도 그중 하나. 개인서점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일본 효고현 아마사키시에 위치한 ‘고바야시 서점’은 올해로 개점 69년을 맞았다. 열 평의 작은 책방이지만, 좋아하는 책을 서로 소개하는 ‘비블리오 배틀’(교토대학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 책 소개 게임. 한국에서도 2018년에 동명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방송된 바 있다)과 작가를 초대하는 모임 등의 행사를 열면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이 오래된 서점을 운영하는 고바야시 유미코(小林由美子) 씨의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여자 주제에…” 소릴 들으며 서점 운영을 시작

 

유미코 씨의 부모님이 서점을 연 것은 1951년. 연중무휴로 새벽 6시부터 한밤중까지 일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장사는 절대 안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 가는 것을 잊고 빠져 읽을 만큼 책을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 취직한 직장에서 만난 마사히로(昌弘) 씨와 결혼한 이후, 부모의 가업을 도우며 주부로 지내던 유미코 씨는 서른 살에 서점을 이어받게 된다. 간토 지방으로 전근 발령을 받게 된 남편이 “회사를 그만둘 테니 같이 가게를 물려받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서점업계에 발을 들인 후 가장 먼저 직면한 것은 ‘남성사회’였다. 서점 모임이나 출판사 설명회, 어디를 가도 중장년 남성뿐. “여자 주제에 잘난 척하지 마라”라는 소리를 면전에서 들은 적도 있다.

 

“새로운 것을 세상에 전하겠다는 업계가 너무 낡아서 열이 받았죠.”

 

▲ 올해 개점 69년을 맞은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 고바야시 유미코.   ©촬영: 에리구치 도키코

  

출판사들이 작은 개인서점에는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배본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분노했다. 하지만, 포기하면 미래가 없다. 원하는 책을 받으려면 출판사나 중개업자가 서점 이름을 기억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미코 씨는 당시 출판사들이 주력하던 예약판매 기획물을 서점에서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서점에 따끈따끈한 신간을 받아 손님 손에 쥐어주고 싶었다. 부모 대부터 쌓은 신용도 큰 도움이 되어 전국에서 톱클래스의 예약을 딴 일도 몇 번이나 있다.

 

“하지만 지역의 개인서점은 ‘팔면 그만’이 아니에요. 신용이 없어지면 끝이죠.”

 

그만큼 고바야시 서점은 손님을 소중히 여긴다. 유미코 씨는 자전거로, 남편은 자동차로 잡지 한 권부터 직접 배달을 나섰다. 비바람이 거세도 웬만한 일이 없는 한, 정해진 날에 배달한다. 어느샌가 부모님처럼 일하고 있었다.

 

자신이 읽어보고 좋았던 책을 주문하고, 표지가 보이도록 책장에 진열한다. 손으로 쓴 피오피(POP:point of purchase, 매장을 찾은 손님에게 즉석에서 호소하는 광고)로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지금이야 일반적인 방식이 되었지만 유미코 씨는 한참 전부터 이런 방식을 택했다.

 

“요즘은 잡지들이 부록으로 승부하죠. 손님 중에도 ‘잡지는 필요 없으니 버려주세요’하며 부록만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어요. 알맹이로 승부를 보라고! 알맹이를 읽으라고! 라고 생각하죠.”

 

책을 워낙 좋아하니 하고 싶은 말도 한 가득이다.

 

전할 말이 있으면 출판사 사장이나 작가에게 직접 편지를 쓴다. 언젠가부터 ‘고바야시 서점’의 이름은 출판사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마을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네 책방

 

부모님이 시작한 서점을 이어받은 지 올해로 40년이 된다. 최근 몇 년,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남편이 작년에 병으로 쓰러져 자동차 배달을 할 수 없게 됐다. 딸 아이(愛) 씨가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서점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고 한다. 유미코 씨도 “우리 때보다 더 자녀에게 가업을 이어가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게다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찾아왔다. 미용실과 찻집 등에서 잡지 정기구독을 끊는 등 서점 운영에 영향이 크다.

 

작년 봄부터 시작한, 유미코 씨가 고른 책을 매달 한 권씩 보내주는 ‘좋은 책 도서관’ 사업이 호평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친하게 지내는 작가가 “언제까지고 배달을 할 수는 없으니, 책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며 제안해준 방식이다.

 

‘좋은 책 도서관’은 읽은 사람이 책이 마음에 들면 주변 사람에게 권하기도 하고, 집이나 직장에 비치하기도 한다. 책값에 우송료와 수수료를 더해 회비는 연 3만 엔. 올해 코로나 속에서 2년 차를 맞았는데 회원은 오히려 늘어 80명을 넘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책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실감 중이다.

 

“대형 체인 서점과 아마존이 만들어놓은 흐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렇다고 동네 책방이 곧 다 사라지느냐 하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동네 책방에는 동네 책방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저는요, 진짜 솔직히 말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배달하고 싶어요.”

 

유미코 씨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2018년부터는 배달 일과 가게 지키기를 돕고 있는 딸의 아이디어로, 가게 앞에 벤치를 두고 아침밥을 주는 ‘고바쇼’(고바야시 서점+작은 장소) 행사를 열었다.(현재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중단한 상황이다.)

 

매장에서 피오피를 열심히 읽는 사람이 있으면 “이 책은요~”하고 말을 건다. 책을 ‘판다’기보다 책의 매력을 ‘전하고 가 닿게 한다’. 그것이 ‘동네 책방’의 역할일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유미코 씨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네의 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책임은 우리 한 명 한 명에게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기사입력 :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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