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교사가 아직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사 성폭력’ 재발방지와 예방을 위한 10가지 정책제언

이시다 이쿠코 2021-02-18

10대 때 중학교 교사에게 당한 성폭력에 대해,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공표한 이후 학교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사진작가 이시다 이쿠코 씨.(관련 기사: 교사 지위를 이용한 성관계 “연애가 아닙니다” http://ildaro.com/8718)

 

이시다 이쿠코(石田郁子) 씨는 작년 5월에 진행한 ‘교사에 의한 학생의 성적 경험·성폭력 피해 설문조사’와, 피해자만 대상으로 진행한 7월 설문조사 결과에 기반하여 일본 문부과학성에 정책을 제언했다. 다음은 이시다 씨가 직접 쓴 글이다.

 

▲ 작년 9월 9일,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교사 성폭력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시다 이쿠코 씨. (필자 제공)


교사가 부인하니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

 

교사의 학생에 대한 성폭력은 결코 새로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대두된 이후에도 몇십 년간, 교육위원회를 비롯한 교육행정, 교육연구자, 언론조차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습니다.

 

교사 성폭력에는 몇 개나 되는 블랙박스가 있습니다. 학교는 교사의 성폭력이 이루어지기 쉬운 폐쇄적인 환경입니다. 동료 교사가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은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 지자체의 교육위원회는 공립학교 교사에 대한 징계권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적절한 조사나 처분을 하지 않습니다. 성폭력을 가한 교사를 징계처분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학교에 두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내가 겪은 성폭력의 가해자 교사만 해도 현재 삿포로시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왜 학교에서 성폭력이 방치되는 이상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선, 교사와 보호자 등 어른들이 성폭력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처 방법도 모르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SOS를 쳐도 “저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며 상황을 직시하지 않으려 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내 경우 10대 때 피해를 입었지만, 그것에 대해 성범죄 피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30대 후반의 일이었습니다. 가해교사를 만나서 그가 자신의 가해 행위를 인정한 대화를 녹음하여 삿포로시 교육위원회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형사 사건의 공소 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지방공무원의 징계처분에는 시효 규정이 없었습니다. 삿포로시 교육위원회 담당자는, 제출한 증거와 변호사 의견서 각각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교사가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교사가 부인하니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는 교육위원회의 자세가 “교사는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벌을 면한다”는 일본의 교육행정 실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검증할 능력도 없을뿐더러, 교사로부터 부당처분 취소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교육위원회는 교사에 대해 징계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교육위원회는 학생이 성범죄 피해를 겪게 될 위험보다도 교사에게 소송을 당할 위험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성폭력 피해자가 지자체와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면 지자체는 세금으로 교사를 계속 고용하면서, 세금으로 변호사를 써서 납세자인 피해자 측과 법정에서 다툽니다. 세금으로 성범죄 가해자를 학교 안에 숨겨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3자위원회를 꾸려 조사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교사에 의한 학생의 성적 경험과 성폭력’에 관한 설문

 

2020년 5월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사에 의한 학생의 성적 경험과 성폭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726명의 유효한 답신을 받았습니다. 이 중에서 학교 교사로부터의 성적 피해를 겪었다고 한 사람은 약 40%에 달했습니다. 학교 외, 즉 학원 등에서 지도자로부터 성적 피해를 겪었다는 답변자는 약 20%였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일상적인 관계 속에 있는 교사가 ‘지도’를 명목으로 성폭력 가해를 한 경우, 학생은 불편을 느껴도 말하기 어렵다는 점, 수업 중에 성적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고 학교 보건의로부터 피해를 겪은 이들도 있다는 것, 보호자가 교장에게 이야기를 했음에도 사건이 은폐된 경우가 있다는 것, 주변 교사가 개입해서 피해자를 도와주지 않거나, 가해교사가 ‘연애’였다고 말해버리면 학생들은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 등입니다.

 

(※ 설문조사 질문과 결과분석 보기: https://bit.ly/3qoNN9g)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호소해도, 은폐되고 있었습니다. 학교나 교육위원회의 관리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문부과학성에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시다 이쿠코 씨가 교사에 의한 학생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언에 관해 국제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http://chng.it/mqyc5qjHFb


학생 인권이 ‘교육의 재량권’ 문제인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저의 재판이 연기되는 동안, 내가 겪은 피해와 삿포로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의견을 제출한 전력, 이번 설문조사를 토대로 교사에 의한 성폭력 방지 정책제언을 작성하여 9월 9일, 사사키 사야카 문부과학 정무관(당시)에게 제출했습니다.

 

제가 작성한 정책제언에 대해서 국제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성폭력 방지 정책 제언은 아래 열 가지 항목입니다. 에서 까지는 ‘재발방지책’이고 부터는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부과학성에 의한 가해교사 징계처분의 기준과 조사 방법 통일. 성폭력 피해가 인정된 경우, 원칙적으로 면직시킬 것.

반드시 제3자위원회가 조사를 담당할 것.

면직된 교사가 ‘교사면허’를 재취득할 수 없게 교사면허법 개정.

퇴직·이동으로 교사가 책임을 면하게 하지 말 것. 추적 조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정년퇴직한 교사는 퇴직금 반납과 같은 징벌 필요.

주변 교사의 통보 의무화, 연계할 수 있는 직장환경 조성.

혐의를 받는 교사의 경우, 일시적으로 학교 현장을 떠나게 할 것.

교사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과 그 대응에 관한 연수 실시.

학생과 교사 모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실태 조사.

교사 채용 시, 아동에 대한 성폭력 전력과 가능성 확인.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연애 등 ‘교사-학생’ 이외의 관계 금지.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발방지책 중 ~입니다. 교육위원회가 판단을 유야무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3자위원회가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중립적인 조사와 판단을 하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이는 성폭력뿐 아니라 폭력과 폭언 등의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문부과학성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제3자위원회에 의한 조사를 각 교육위원회에 통지했지만, ‘교육의 재량권’을 근거로 문부과학성은 이를 ‘장려’할 뿐, 의무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즉, 실행할지 말지 결정은 각 교육위원회에 위임된 것입니다. 제 경우도 삿포로시 교육위원회 측에 제3자위원회에서 조사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교육의 재량권’이란 본래 유연한 교육 커리큘럼 실시 등을 목표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교사에 의한 성폭력은 ‘교육 커리큘럼 선택’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입니다. 저는 위의 열 가지 정책제언을 문부과학성 주도하에 전국적으로 통합해 실행해나가길 원합니다. 지금처럼 교육위원회에 맡겨놓으면 언제가 되어도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십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길

 

최근 성적 가해 등으로 면허를 박탈당한 교사에 대한 ‘교육면허 재교부’ 이슈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교육면허가 효력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몇 개월의 ‘정직’ 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당장,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은 SOS 신호를 보내는 아이들과 십대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일입니다. 아동은 언어화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이들을 잘 관찰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아이들이 말을 시작한다면, 부디 그 말을 평가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기 바랍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어른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기사입력 :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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