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이미 변화했는데, 생활동반자법은 왜 아직도?

3천명의 온라인패널이 응답한 가족상황, 가족실천, 가족차별…

나영정 2021-03-08

올해 1월에 발표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은 이전과 다른 변화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가족정책은 정책의 대상을 ‘법률혼과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으로 한정함으로써 제도 밖의 가족관계와 시민들의 삶을 배제해왔다. 한부모, 조손가족, 청소년 한부모, 새터민 가족 등 가족 유형별로 지원함으로써 사각지대를 만들고, 오히려 특정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해왔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며 비혼, 동거가족 등 제도 밖 가족을 호명하였다. 가족 변화를 반영하며, 모든 가족의 실질적인 생활 안정을 위한 가족정책을 수립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다양한 관계에서 수행하고 있는 가족실천에 대해서, 동거가족의 실생활에 대해서, 한 개인이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들’의 경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가족구성권연구소를 표현하는 이미지. (가족구성권연구소 제공)


바로 이러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2020년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 사업단과 가족구성권연구소는 <가족실천 및 가족상황 차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을 통해 모집한 온라인 패널 3천 명은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가족실천, 자신이 경험했던 가족유형, 가족에 대한 인식과 차별 경험에 대해 응답해주었다. 이 조사를 통해서 얻은 결과를 알리고자 한다.

 

1인가구, 동거가구, 한부모가구의 사회경제적 지위

 

첫 번째는 가족형태의 다양성과 유동성이다. 이번 조사에서 1인가구로 살고 있는 응답자는 25-29세가 22.1%, 30대가 38.2%, 40대가 25.9%, 50~55세가 13.8%로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40세 이상에서 1인가구로 살고 있는 응답자 역시 적지 않았다. 이를 통해 1인가구는 이미 전 생애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 가구 형태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법적 부부로만 구성된 2인가구(이하 법적부부가구), 동거 파트너쉽에 기반한 가구(이하 동거중심가구)의 경우 전 연령대에 걸쳐서 고르게 드러난 편이다. 동거 파트너쉽이 혼인 전에 임시로 선택하는 가구형태일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과는 다르다. 또 법적부부가구는 출산 이전에 혹은 자녀 출가 이후에 제한적으로 드러나는 가구형태일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지점이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와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현재 자신이 중상위 이상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69.8%가 법적부부가구를 경험한 반면, 하위 이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9.8%만이 법적부부가구로 지낸 경험이 있었다. 특히 하위 이하 그룹의 19.1%가 한부모가구로 지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중상위 이상과 중하그룹의 한부모가구 경험이 각각 8.7%, 10.7%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하위 이하 그룹은 이성과의 동거 경험(14.6%)이나 1인가구로 지낸 경험(60.0%)도 다른 집단에 비해 다소 높았다.

 

1인가구와 동거가구는 기존의 가족정책안에 포섭되지 않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정책이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는 곧 여러 가지 사회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1인가구와 동거가구가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책적으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사를 통해서 확인된 가족형태의 다양성과 유동성이 가족정책과 나아가 사회정책에 적절하게 반영되려면, 사회구성원 각자가 원하는 삶의 형태를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질문해나가야 할 것이다.

 

▲ 2019년 8월 29일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와 가족구성권연구소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모습.  (가족구성권연구소 제공)


1인가구도 여전히 돌봄노동, 가족실천 수행 중

 

두 번째는 비동거관계에서 가족실천 양상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나 노인 등과 함께 살지 않아서 가족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되는’ 1인가구와 법적부부가구의 가족실천 양상을 살펴보았다.

 

1인가구와 법적부부가구 모두 비동거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40.3%, 43.5%), 가사일을 제공하며(15.6%, 14.2%), 병간호를 수행한다(18.7%, 16.3%). 일상적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역할은 1인가구가 62.9%, 법적부부가구가 58.1%로 나타났다. 1인가구는 법적부부가구와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더 많이 가족실천을 수행하고 있었다. 상당수의 1인가구는 혼자서 거주하지만, 비동거가족들을 돌보고 지원하면서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1인가구와 법적부부가구 모두 비동거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고(28.5%, 15.9%), 가사일 도움을 받으며(22.2%, 21.9%), 병간호를 받고(28.1%, 21.5%), 일상적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어주는 사람이 있다(63.4%, 58.5%). 여러 가지 도움을 받는 것의 비율은 1인가구가 법적부부가구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조금 높았다.

 

1인가구로 사는 사람의 경우, 비동거가족이나 친밀한 관계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받을 수 있는가 여부는 2인 이상이 함께 살아가는 가구보다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급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등의 상황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법적부부와 비교해서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긍정적인 결과로만 해석할 수는 없지만, 고민을 나누는 관계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3.4%로 높게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어떻게 더 많은 대안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

 

1인가구나 법적부부가구 모두 가족실천을 제공받는 것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왔기 때문에 ‘가족실천을 동거하는 가족 안에서만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독립적이고 성숙하다’는 전제나 ‘1인가구는 상호교류 관계가 단절되어 취약하다’는 통념은 도전받아야 한다. 이러한 통념은 이미 다양한 가족형태로 살아가면서 각자의 생애 안에서 유동적인 관계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정말 필요한 사회적 지원책이나 가족정책의 모델을 만들어가는데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동거 파트너에게 기대하는 건 ‘친구 같은 동반자’

 

세 번째는 동거 생활과 파트너십에 대한 기대와 요구에 대한 것이다. 동거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생활동반자등록법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후 생활동반자등록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조사에서 동거를 하는 이유로 ‘외로움 해소와 돌봄’(34.0%)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으며, 경제적 안정(26.4%)이나 주거공간 마련(17.9%)과 같이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였다는 응답이 44.3%라는 점을 주요하게 확인하였다.

 

또한 동거 파트너에게 기대했던 사항에서 친구 같은 동반자(62.1점)를 1순위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살림·집안 관리자(26.0), 동거가족 생계부양(17.4), 자녀의 좋은 양육자(16.4), 성적 친밀감(15.4), 마지막이 부모 등 가족을 잘 보살펴 주는 것(12.6)을 꼽았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게 나온 항목은 동거가족 생계부양, 살림·집안 관리자였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높게 나온 항목은 자녀의 좋은 양육자, 부모 등 가족을 잘 보살펴 주는 것, 성적 친밀감 등이었다.

 

한편, 동거를 시작하면서 파트너에게 기대하는 것과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 파트너에게 기대하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러한 차이가 성별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오는지를 드러내는 것은 한국사회의 가족변화를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여성이 가진 동거파트너에 대한 기대와 결혼배우자에 대한 기대를 비교해 봤을 때, 동거파트너에게 높은 기대를 보이는 것이 살림관리자(동거관계 32.4점, 결혼관계 8.8점)였고, 성적 친밀감(동거관계 13.8점, 결혼관계 7.0점), 부모/가족 돌봄(동거관계 11.1점, 결혼관계 8.4점)이었다.

 

남성의 경우에는 결혼배우자보다 동거파트너에게 더 기대하는 것이 생계부양(동거관계 14.4점, 결혼관계 4.9점)과 살림관리자(동거관계 19.7점, 결혼관계 15.5점)였다. 남성의 경우 동거파트너에게는 생계부양을 함께하기를, 동거/결혼 파트너 모두에게 양육자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족 돌봄, 성적 친밀감을 비롯해 나머지 항목은 결혼배우자와 동거파트너에 대한 기대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서 여성은 동거관계에서 살림관리나 부모돌봄 등을 함께하길 기대하고, 남성은 동거관계에서 생계부양은 함께하면서도 성별 분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있는 것으로 엿볼 수 있다.

 

동거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현재 함께 살지 않은 애인/파트너가 있는 221명에게 동거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응답자들은 함께 살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해서(30.3%), 향후 파트너와의 관계가 계속 유지될지 불확실해서(16.3%), 동거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가 부담스러워서(15.8%), 현재의 파트너와 동거생활이 잘 맞는지 확신하지 못해서(12.2%), 부모 또는 자녀 등 가족의 반대로 인하여(10.9%), 동거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10.4%) 동거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에 대한 사회적 편견보다 주거공간 마련의 어려움이 크다는 결과는 동거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감지하게 하며, 시급한 정책과제가 ‘주거권 확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거생활 중에 혼인신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는 ‘혜택’보다는 ‘자격’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자격과 혜택의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강하게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질병이나 사망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족으로서 자격을 제한당함으로 인해 매우 큰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따라서 생활동반자등록법을 도입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가족제도가 가진 차별과 배제의 문제, 가족 중심으로만 사회적 자원이 배분되는 문제를 해소해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 2018년, 광화문에서 국회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평등행진에 참가한 가족구성권연구소 깃발 이미지. (가족구성권연구소 제공)


정상가족이 아닌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서 조심한다’

 

네 번째로 가족에 대한 차별 인식과 경험을 알아보았다. 차별 경험과 관련해서 응답자들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10% 미만의 경험을 보고했다. 그런데 차별 경험에 대해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법제도적인 공공 영역에서 18.5%, 회사나 보험, 주택 등 민간 부문에서 14.7%로 나와 비교적 높았다. 이는 가족형태나 가족상황에 따른 차별이 적게 발생한다기보다는, 차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거나 사회적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함의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결과와도 연관된다. 소위 정상가족 형태가 아닌 응답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가족 상황을 숨기거나 티 내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는 것(41%)을 비롯해, 소외감을 느끼거나 부당함을 참거나(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33.8%), 피하는 방식(이사를 고민하거나 실제로 이사했다 33.4%)으로 대응해왔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한국사회에서 특히 가족형태나 가족상황에 따른 차별을 제기하거나 드러내는 것을 아직 어려워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차별에 대한 민감성은 20대 여성이 높고,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50대 여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동거중인 사람(특히 여성)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개선에 대한 기대가 낮았다. 동거상황을 드러내기 어려운,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은 여성의 위치가 향후 한국사회 가족차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적 불평등,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가족차별을 해소해나가는 것과 긴밀하게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시사점을 준다.

 

실질적인 가족을 지원하라!

 

이 실태조사 결과를 담아 <가족커뮤니티인문사회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가족 실천 및 가족상황 차별 실태조사>(추주희·나영정 외 10인, 전남대출판부)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변화하는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을 점검하고, 가족 안팎을 넘나드는 다양한 가족실천과 개인의 생애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 유동성을 파악하고, 다양한 가족실천을 지지하며 가족상황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적 대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 국가전략총서 1로 출간된 <가족커뮤니티인문사회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가족 실천 및 가족상황 차별 실태조사>(추주희·나영정 외 10인, 전남대출판부)


1)
민법 779조 ‘가족의 범위’ 조항 폐지와 건강가정기본법 전면 개정을 통해서 실질적인 가족을 지원하는 가족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동거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포함함으로써 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진해야 한다.

 

3) 가족패널 조사에서 유동성을 추적할 수 있는 질문을 포함함으로써 가족의 결합과 해소의 과정에서 필요한 정책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4) 생활동반자등록법 도입을 통해서 나와 특별한 한 사람을 지정하고, 함께 모은 재산을 관리하고, 서로의 중요한 결정(의료결정 등)을 대리하며, 사회적 권리(주거계약, 세금, 보험 등)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관계를 인정해 나가야 한다.

 

5) 개인의 다양한 필요와 사회적 조건을 고려한 가족정책을 수립함으로써 가족정책은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지하되,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자원을 평등하게 배분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

 

6)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함으로써 가족상황 및 형태에 따른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감수성을 높이고, 차별을 예방하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공적인 담론과 절차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번 조사와 보고서 발간은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소의 추주희 HK연구교수와 가족구성권연구소의 나영정 연구위원이 책임연구를 맡았고, 가족구성권연구소의 김순남 대표, 김소형·김원정·김현경·이유나 연구위원이 공동연구를 맡아 진행하였다.

 

[필자 소개: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장애여성공감, 연구모임POP 등의 멤버이며,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에 참여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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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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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1/03/08 [12:25]
생활동반자법 너무 필요합니다. 실질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미래를 꿈꾸고, 제 생활을 보장받고 싶습니다. 한국도 비혼 인구도 많고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는 경우도 이제는 별로 없는데 아직도 혼인과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만 고집하고 있다니요. 정치인들은 다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어요.
유임 21/03/09 [11:50]
가족실천이라고 하는구나 저도 생활동반자법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21/03/13 [18:22]
생활동반자법을 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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