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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집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노동이 아니에요
<기록되어야 할 노동> 가정관리사, 정리정돈 강사 김미진
은아   |   2022-12-13

이사 온 집은 전에 살던 집에 비해 10평 남짓 좁다. 많은 물건을 버렸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불가피하게 생긴 살림살이들로 집은 가득 찼다. TVN의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같은 공간이 달라지는 것이 놀라웠다. 나한테도 저런 도움이 필요한데, 막상 누군가 한방에 정리해주고 나서 그 드리마틱하게 변화된 상태를, 과연 내가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동네 생협에 정리정돈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의뢰를 하였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정리정돈 전문가를 만났다. 내 고민을 귀 기울여 듣더니, 당장 정리정돈 챌린지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 가정관리사이자 정리정돈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미진 씨. 사진은 정리정돈 강의 후속 활동으로, 미진 씨가 참여자들과 함께 현장 실습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김미진)

 

저장강박이 있는 노인가구는 이웃들에게 눈총을 받기 일쑤다. 민원에 못 이겨 동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는 폐기물을 치우듯 그 댁의 살림살이를 하루아침에 몽땅 처분한다. 하지만 집은 어느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만다. 또 다시 폐기물 트럭이 와서 그 댁의 짐을 실어나르길 반복한다.

 

그래서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단시간에 일괄 처리 방식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공을 들여 천천히 정리를 돕는 방식이 주목된다. 내 상황도 실은 그 노인들과 다르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주거생활에 습관이 생겼고, 그런 삶의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어느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리정돈 챌린지를 4주간 하고, 나는 집 정리에 몇 가지 확실한 방법을 익혔다. 무엇보다, 내 사정을 잘 헤아려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서 마음의 위로도 얻었다.

 

이것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김미진 님은 아이 셋의 엄마이다. 10살, 8살, 2살. 아이 셋 육아도 버거울텐데, 정리정돈 전문가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가 이 일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 궁금했다.

 

좁아진 집, 늘어난 살림살이, 해법은?

 

“10살 이하 아이를 둔, 30대에서 40대 엄마들에게 ‘여유’를 선물하는 가정관리사, 정리정돈 강사예요”

 

김미진 님은 스스로 자기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미진 님은 아이를 놀게 하고 싶었다. 놀이가 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를 삶에 중심을 놓고 생활했다. 하지만 이내 나를 찾고 싶고, 무언가 성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이들과의 시간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미진 님은 그 분야 정규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오전 9시 출근해서 저녁 6시 퇴근하고, 그 일에서 스스로 흡족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보조양육자 없이 무리였다.

 

▲ 정리정돈 강의 중인 김미진 씨. 아이들과 공존하는 집에 살면서 완벽하게, 늘 깨끗한 집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진 씨는 사람들의 정리정돈에 관한 선입견을 깨주고 싶고, 특히 엄마들의 입장에 공감하며 여유를 선물하고 싶다. (사진 제공: 김미진)

 

미진 님은 둘째 돌 무렵인 2016년에 새로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6시간 정도의 일자리가 필요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유용했다. 파트타임 일자리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당시 최저임금인 시급 6,030원을 조금 상회한 7천원 남짓이었다. 하루 6시간씩 20일 일한다면 월 급여가 80만원이다. 두 아이의 가정양육 수당을 포기하고 미진 님이 체감하는 급여는 50만원 남짓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일과 육아를 동시에 ‘빡세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엄마들이 다 마찬가지일 거예요. 어린이집 보내고 할 수 있는 일 중 그나마 페이가 좋았던 것이 빵집이나 카페에서 하는 일이예요.”

 

그러다 검색 사이트에서 정보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정리정돈 분야였다. 당시 시급이 2만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정리정돈 일을 하려고 보니 실상은 달랐다.

 

“미용실이랑 똑같다고 보면 돼요. 인턴, 팀원, 팀장 같은 체계가 있고, 시급 2만원은 팀장 정도 되어야 가능했죠. 체인 미용실처럼 집단에 속하거나, 실속있게 동네 미용실처럼 하거나. 이 분야도 그래요. 그 정도 수입은 일을 시작하고 6~7년 되어야 가능해요.”

 

그렇게 처음엔 인턴부터 시작했던 미진 님은 경험을 쌓는 게 우선이었다. 당시 팀장은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확인했다. 아이가 있다고 하니, 아이방 정리를 잘하겠다는 말을 하며, 아이들을 맡길 데가 있는지 물었다.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등 도움을 받을 곳이 없던 미진 님은 맡길 데가 없다고 답했다. 그걸 알게 된 동료는 안타까운 듯 미진 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이) 봐준다고 했어야지, 그래야 언제든지 연락이 와요. 안 그러면 미진 씨한테 순서가 오지 않아요.”

 

동료의 말처럼, 미진 님에게는 일의 기회가 적었다. 언제든 불러서 달려갈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같이 시작한 사람들이 먼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잘했을 텐데 라는 마음이 들어 속상했다. 지금이야 ‘나만의 속도’라는 관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땐 다른 사람과 상황을 비교하게 되었다.

 

미진 님은 이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었나 보다. 기존에 요구되는 방식과 다른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려고 궁리를 했다. 정리정돈 분야 강의를 들으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가사서비스 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6시간 내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현장을 만날 수 있을까 고심했다. 일상청소를 하면서 다양한 주거 공간을 경험하고, 잠재적인 고객층과 대면하는 기회를 만들어갔다.

 

경력단절 후 비로소 찾은 전문가의 길

 

2018년부터는 개인 사업체를 꾸려서 정리정돈 분야 전문가로 정체성을 세워갔다. 그렇게 가정관리사와 정리정돈 분야 강사로 활동해 오던 미진 님에게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던 2020년 초부터 일감이 뚝 끊겼다. 그리고 2021년 셋째의 출산. 2~3년 해 오던 방식으로는 일할 수 없었다.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로 온라인으로 정리정돈 챌린지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의 욕구, 특히 엄마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랑 3~4개월을 엄마들은 집에서만 있어야 했어요. 하루종일 엄마엄마엄마, 하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라든가, 미니멀라이프, 예쁘게 꾸민 집은 어려워요. 온전히 그것만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없잖아요. 나로서도 살아야 하는데. 그래서 에너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제가 정리정돈 분야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개설하면, 자격증 과정을 개설하는 게 맞겠지만, 저는 엄마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하고 싶었어요”

 

▲ 김미진 씨가 정리정돈 강의를 마친 후, 후속 활동으로 현장 실습을 하는 모습. 강의만으론 안 된다. 해봐야 질문이 나온다. 실천을 강조한다. (사진 제공: 김미진)

 

실제로 미진 님의 정리정돈 방식은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강조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제한된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루틴을 만들어 놓으면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살림을 할 수 있다. 옷을 예쁘게 개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고, 세탁해서 옷을 수납하는 전 과정이 수월해지게끔 팁을 준다.

 

사실 살림에 필요한 도구와 기계가 늘었음에도, 현대 주부들이 살림에 투입하는 시간은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 그만큼 고도화된 살림의 영역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부로서, 엄마로서의 시간에 압도당하지 않아야만 나로서 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건 세 아이를 키우는 미진 님 스스로 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엄마들을 가볍게 하는 것이 결국 아이와 다른 가족구성원에도 이로워요. 엄마에게 여유가 생겨야 애들한테 짜증도 덜 내겠죠? (웃음) 가족의 선순환이 되는 것, 정리정돈이라는 루틴이 생김으로써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생기는 것,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을 하고 싶어요.”

 

미진 님은 지금 하는 일로, 결혼 전 했던 일만큼의 수입도 생겼다고 한다. 아이 셋을 키우며 일을 하는 모습에, 남편도 비로소 미진 님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정리정돈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남편은 집을 둘러보며, 우리집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아? (웃음) 그리고 강사가 되기 위해 들인 돈은 많은데 바로 강의를 하지 않으니 ‘강의는 언제 해?’하며 보챘지요. 지금은 제가 하는 일이 신기하대요.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에요.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편이죠. 그래서 제가 나중에 남편을 고용하고 싶어요.”

 

엄마가 집에서 강의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았던 첫째(10세)와 둘째(8세)는 이제 아이들 나름대로 강의 내용을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셋째는 이제 두 살배기 아기다. 스스로 정리가 가능해진 초등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엄마들이 (MBTI) J(판단형, 계획에 맞춰 추진하는 것을 선호)였어도 아이들이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니깐 P(인식형, 상황에 맞는 이해)로 살 수밖에 없잖아요.”

 

물건은 비우고, 마음은 채우는 나의 일상 만들기

 

미진 님은 지금의 경험과 자신만의 관점을 담은 책을 출판하려고 준비 중이다.

 

“비채나(‘물건은 비우고, 마음은 채우는 나의 일상 만들기’의 줄임말) 쌤이 저의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기도 하죠. 혼자 일하기 때문에 힘든 것은 마감 기한이 없다는 거죠. 내가 모든 걸 결정해야 한다는 것. 성장과 한계 모두요. 책 쓰기도 목차 구성과 원고 작성을 40% 정도 했는데, 진도가 더디네요.”

 

이 분야에서 비슷한 주제로 책을 먼저 낸 분을 보면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미진 님은 자기만의 관점과 방법에 자신을 갖고 있기에, 그것을 잘 담아내고 싶다. 책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줌 모임을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정리정돈 강의를 진행했다. 김미진 씨의 비채나(‘물건은 비우고, 마음은 채우는 나의 일상 만들기’의 줄임말)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소감 중 일부.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운영할 힘을 얻는다. (제공: 김미진)

 

“‘생 엄마’라고 하죠. 엄마로서만 사는 엄마들이 있어요. 아이 등원하고 이미 지쳐서 스마트폰 잠시 보다 어느새 점심때 되었네, 라며 대충 끼니를 때우고, 다시 집안일 하는 그 엄마들을 위해 ‘비채나’ 프로젝트는 계속할 거예요. 1년을 재수강한 한 엄마가 있어요. 저를 도우면서 이제는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내요. 그리고 그분의 강점을 살려서 최근에 다른 미션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개설했어요.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방향이기도 해요. 나를 찾은 엄마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연결해가는 것을 돕고 싶어요.”

 

미진 님이 이야기하는 정리정돈은 단지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엄마들에게 ‘의지 보증금’은 허들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혼자서는 하기 힘들 것을 서로 격려하며 작게라도 성취한다는 경험은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 ‘나답게’ 살 수 있는 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정돈 챌린지는 품이 많이 가는 일이다. 강의만 하면 듣고 흘려보내게 되는 것을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주고, 피드백하는 방식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진행된다. SNS에 실시간으로 응답하는 일은 에너지도 많이 소요되지 않을까.

 

“실시간 응답을 하다 보면 5분이 쌓이면 하루가 되죠. 그래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는 집중해서 진행하려고 하고. 이건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그리고, 최근에는 강의 의뢰하는 곳에도 이것에 대한 비용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어요. 예산이 된다고 하면 조금이나마 보수를 받고 하는 거죠.”

 

새로운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 나아가는 미진 님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빵과 장미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배운 대로,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도 창문을 열고 이부자리 정돈을 했고, 개운하게 아침을 맞았다.

 

[필자 소개] 은아.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으로 『기록되지 않는 노동』을 함께 썼다. 아이 둘 엄마이고,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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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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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사 22/12/14 [12:43]
정리수납전문가 분을 모시거나 강의를 수강할 짬은 아직 못내고 있습니다. 제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정리 잘 못하는 문제가 더 노출되는 기분이에요. 단정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짓는 일상 루틴이 필요한데, 맨날 바쁘다 시간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더 여유를 갖는 방법이라는 걸 김미진 쌤?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도레미송 22/12/18 [11:34]
세아이 카우면서 자기 일을 찾아가시다니 굉장하네요. 멋있어요!
탐구생활 22/12/20 [13:38]
정리정돈 강사분도 부럽고, 강의 듣는 분들도 다 부러운 1인입니당. 어쩌면 초등 교실에서부터 배워야하는 내용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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