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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전세사기 피해에서 탈출했냐고요?
피해자와 조력자의 ‘전세사기 탈출기’ 토크
박주연   |   2023-12-06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세사기 뉴스가 들려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처음엔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어? 놀랐는데, 점점 무서워졌다. 불안과 피해 규모는 커지고, 사망하는 피해자도 늘어나는데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이는 없고, 나 또한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만 커져간다. 전세사기라는 엄청난 무게를 지닌 말이 사회에 등장한 후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것은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공포스러운 무언가다.

 

▲ 책방 틈틈이 집토크 시리즈 #3 〈피해자 오보 X 조력자 지수의 ‘전세사기 탈출기’〉 홍보물이 책방 입구에 붙어있다. ©일다

 

그러니 〈피해자 오보 X 조력자 지수의 ‘전세사기 탈출기’〉 토크는 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이 토크는 올해 10월 서울 망원동에서 개장한 빈티지 책방 틈틈이에서 기획했다. ‘줌마네: 여자들의 자립과 예술적 성정을 돕는 곳’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책방”을 만들고자 문을 연 곳으로, 오픈 기획으로 집에 관한 세 개의 토크를 진행했다. 11월 25일에 열린 〈피해자 오보 X 조력자 지수의 ‘전세사기 탈출기’〉는 그 중 마지막이었다.

 

‘피해자 오보’ 씨는 현재 자신의 전세사기 피해 경험을 12개의 글로 정리해, 책방 틈틈이에서 오프라인으로 연재 중이다. ‘조력자 지수’ 씨는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로, 주거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왜 전세사기 당했냐고요?

 

토크는 바로 전세사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가 살아온 집들, 그 집들의 이름과 위치, 구조, 형태, 함께 살았던 사람에 대한 것들. 그 집들엔 여러 사연도 있었다. 좋은 추억도 있지만, ‘더 나은’ 집을 바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연들이 많았다. 조금만 방이 컸으면, 방 하나로 끝인 집이 아니었으면, 요리할 수 있는 집이었으면, 냉장고 소음이 덜 들리도록 창문을 열 수 있었으면… 그러다 보니 집 값은 점점 비싸졌고,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보 씨는 친구 하니 씨와 함께 살기로 하고, 집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찾아간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화곡동의 어느 집으로 안내했다.

 

전세사기에 당한 이유는, 그 뿐이었다. 그저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집을 찾고자 했을 뿐. 햇볕이 잘 들고, 방이 나뉘어져 있고, 깔끔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에 가까이 다가갔을 뿐이었다.

 

조력자 지수 씨는 “‘더 나은 집에 대한 욕망’이라고 하면 욕심 같은데, 사실 너무 당연한 거 아니냐?” 반문했다. 사람의 존재를 가둬놓는 좁은 원룸이나 고시원 같은 공간이 아니라, 걸어다닐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고, 햇빛도 좀 보고 싶고, 열 수 있는 창문이 있는 집에서 살며 환기도 시키고 싶다는 게 당연한 욕구 아니냐고 말이다.

 

그 당연한 욕구에 맞춰 집을 찾으러 다녔고, 그러다 그 집을 봤다. 오후의 햇볕이 거실의 창을 통과한 모습이 좋았던 그 집. 오보 씨는 그 때 상상이 됐다고 했다. ‘여기라면 내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겠구나, 퇴근 후 친구와 함께 불 끄고 앉아서 하늘 보며 와인 한잔 할 수 있겠구나’라고. “내가 조금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겠다 라는 희망이 드는 순간이었어요.” 

 

▲ 11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 책방 틈틈이에서 열린 〈피해자 오보 X 조력자 지수의 ‘전세사기 탈출기’〉 토크 행사에서 (왼쪽부토) 오보 씨, 지수 씨 그리고 진행을 맡은 틈틈이 책방의 하리 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다


지수 씨는 전세사기 피해자 조력 활동을 하며 피해자들의 집을 방문해 보면, 대부분 “상당히 좋아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심지어 대출도 가능하다 하고, 부동산에서 대출 받는 것도 도와준다고 한다. “이 집이 (인생의) 다음 단계로의 어떤 디딤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거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전세사기의 대부분은 “절대 티가 날 수 없다”는 것. 이게 가장 큰 문제다.

 

“(계약 전에) 서류를 다 떼봐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건축주 세금 밀린 거 없고, 돈 많고 멀쩡해요. 심지어 성심성의껏 서류도 다 보여주거든요. 등기부등본도 아무 문제 없어요. 안심 전세대출도 되고, 보증보험 가입도 된대요. 그러니까 계약을 하는 거죠. 근데 계약 후 갑자기 임대인이 바뀝니다. 건축주, 공인중개사 등 이 집과 관련됐던 사람들이 다 사라져요. 남는 건 큰 돈을 대출 받은 세입자, 새롭게 집을 양도받은 임대인밖에 안 남는데, 이 임대인은 나한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사람인 거죠.”

 

그러니까 ‘왜 당했냐?’는 말은 아무 의미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모여서 만든 가이드라인의 첫 번째 내용은 피해당사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지 말라는 거다. “그러게 잘 좀 보지 그랬어, 조심하지 그랬어 등의 당사자를 탓하는 말을 하지 말라는 거죠.”

 

피해자인데 피해자가 아니다?

 

오보 씨의 경우, 계약하고 계약금을 보낸 그 날 아주 늦은 밤, 정확하게는 새벽. 계약한 집이 전세사기라는 걸 알게 됐다. 오보 씨와 함께 살기로 한 친구 하니 씨(계약 당사자이기도 함)가 지인에게 집 계약 이야기를 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였던 지인이 계약 과정에 의구심을 표명하며 집요하게 검색을 한 후, 이 집 또한 전세사기 집이라는 걸 알아낸 것이다. 이렇게 하루만에 계약자에서 피해자가 됐다.

 

지수 씨는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대출 다 받고, 입주 후에 알게 되기 때문이다. 계약이 만료될 즈음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웃 주민(역시 전세사기 피해자)가 문 앞에 메모로 ‘임대인이 OOO이죠? 저와 같은 임대인인데, 전세사기인 것 같습니다. 연락 주세요.’라고 쓴 걸 발견하고 알게 되는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법원 등기가 와서 알게 되는 경우, 아직도 모르는 이들도 있다.

 

이런 점에서 오보 씨와 친구 하니 씨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빨리 알게 된 만큼, 빨리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단 오보 씨는 계약자가 아니었던 탓에, 피해자임에도 서류 상으론 피해자가 아니었다. 계약자인 친구를 위로해야 하기도 했다. 거기다 문서 상으론 아직 사기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또 피해자지만 피해자일 수 없었다. 모든 건 피해자인 당사자들이 증명하고, 또 증명해야 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자 지원 등 관련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수 씨는 지적한다. “피해자가 피해자인 걸 증명해야 하고, 소송에서 이기려고 해도, 좋은 변호사를 찾는 것부터 증거를 모으는 것 모두 피해자의 몫”이라고. 또한 법의 체계에서 피해자가 되려면, 수사 개시가 되어야 하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그 부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수사를 개시해야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사기죄가 정말 괴로운 게, 저 가해자가 처음부터 작정했다는 걸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거에요. ‘이 사람들이 사기쳤어요’만으론 안 되거든요. 보증금 못 받은 것도 우리 입장에선 사기와 다름 없잖아요? 근데 그걸론 아무 것도 입증이 안 되요. 그러니까 억울하고 답답한 거죠. 그러다 무혐의 판결이 난다? 그러면 피해자가 못 되는 거죠.”

 

피해자가 되지 못한 피해자들은 오롯이 혼자 신용불량, 대출 연체 등의 문제를 끌어안게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사망하신 분들이 있는데… 그 중 한 분은 죽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저 대출이자를 갚으려고 N잡(여러 개의 일자리)을 뛰었죠. 그러다 과로사하셨거든요….”

 

피해자들의 일상은 다 무너지는데, 세상은 이들을 피해자로 보지 않고, 가해자들은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간다는 것. 정말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세사기는 이미, 충분히 사회적 문제다.

 

전세사기와 싸우는 사람들

 

오보 씨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 정말 정말 드문 경우로, 보증금(계약금)을 돌려받았다. 사실 이건 오보 씨가 계약 하루 만에 사기 행각을 알게 됐고, 은행 대출을 받지 않고, 그 집에 입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그것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오보 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 요청에 응답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나 친구나 주변에 계속 얘기했었어요. 전세사기에 당했어요. 도와달라고요. 그렇게 지수 님도 함께하게 됐고, 좋은 공인중개사 분도 만날 수 있었고요. 이런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탈출’할 수 있었던 거죠. 이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으면서도, 이렇게 개인이 개인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건가? 이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 책방 틈틈이에선 오보 씨의 이야기가 글 ‘火곡동’으로 연재되고 있다. ©일다

 

더불어 오보 씨는 “사실 전세사기 탈출기라고 했지만, 아직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오보 씨와 친구 하니 씨는 결국 이후 각자 집을 계약했고, 그렇게 혼자 집을 떠안은 여파는 매달 대출이자 50만원, 100만원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점점 오르는 대출이자는 또 다시 새로운 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수 씨는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보증금 미반환, 보증금 먹튀 등 다양한 주거 관련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의문을 털어놨다. “이런 문제는 당사자가 힘내는 만큼만 진행이 되더라고요. 왜냐면 개인이 다 해결해야 하니까요. 그게 너무 이상한 거에요. 개인이 가만히 있으면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로 계속 머문다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지켜보는 게 참,,, 그래요.”

 

그마나 다행이라면, 지수 씨가 속한 민달팽이유니온 등의 시민단체 등에서 피해자와 연대하고, 조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피해자들도 혼자가 아니라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의 단체를 만들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도 전국의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들이 현 전세사기특별법의 실효성 있는 개정을 요구하며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사회가, 국회가, 정부가 제대로 된 제도와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오보 씨가 자신의 경험을 쓰고, 말하는 이유도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만으로도 화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어서. 공감 받고 싶고, 공유하고 싶다”는 건, 이 싸움에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날 토크 자리엔 오보 씨와 지수 씨뿐만 아니라 참여자들 또한 집과 관련된 경험과 욕망을 함께 나눴다. 그렇게 서로 말하고, 들었다. 전세사기는 여전히 공포스럽지만, 적어도 함께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건 분명히 알게 됐다.

기사입력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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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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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11:44]
조력자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요.. 전세계약 할 거 생각하면 두려워집니다.. ㅜㅜ
소금 23/12/07 [12:20]
먹는 거 가지고 나쁜 짓하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진짜 집 가지고 사기치는 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험담 나눠주신 거 들으니까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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