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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용주골, 여기 아직 사람 있어요
성매매집결지 폐쇄…철거에 맞서는 용주골 사람들 이야기
박주연   |   2024-02-01

1월 29일 월요일,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엔 건물 철거를 위해 투입된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주시가 2차 대집행(행정상 강제집행의 일종) 절차에 나선 것이다. 지난 해 11월 22일 진행됐던 대집행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문제는, 이 용주골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 용주골 내 어느 업소 창문 ‘공권력 폭력’이라는 피켓이 붙어있다. ©일다

 

파주 용주골은 한국전쟁 이후 1953년 미군을 상대로 하는 성매매 기지촌으로 시작됐다. 한때 국내 최대의 기지촌으로 꼽힐 정도로 ‘흥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국가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1961년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만들어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1962년 성매매 집결지와 기지촌 중 104개 지역을 ‘특정지역’으로 선정해 그곳의 성매매는 묵인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발행했으며,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폐쇄와 관련된 기록이 담긴 책 『청량리 - 체계적 망각,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에선 그 역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성매매 집결지의 성매매 행위는 그 모두가 원칙적으로 불법이었지만,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거의 어떤 집결지도 공권력에 의해 전면적으로 처벌받지는 않았고, 그 곳의 성매매 여성은 심지어 국가에 의해 정기적인 성병검진을 받아야 했다. 성매매에 대한 한국의 이러한 정책적 성격을 가리켜 ‘묵인-관리 체제’라 부른다.”

파주 용주골도 그런 ‘묵인-관리 체제’ 하에 있던 곳 중 하나였다. 이후 미군이 철수한 후에도 용주골은 성매매 집결지로 그 형태가 유지됐다.

 

이제 용주골에 남아있는 운영 업소는 50여개, 종사자는 약 85명. 이들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용주골 철거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29일 오후엔 앞으로 진행될 대집행에 맞서 투쟁할 이들과 함께하는 ‘용주골 성노동자 지킴이 농성장 개소식’이 열렸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의 여름 활동가의 진행으로, 용주골 여성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별이 활동가가 약 1시간 반 동안 그간에 일어난 일들과 현재 상황, 용주골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의 이야기엔 성매매 찬성, 반대 같은 단순한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 이들을 내쫓고 밀어내기 전에, 적어도 그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개소식에서 별이 활동가가 들려준 이야기를 공유한다.

 

▲ 2024년 1월 29일, 용주골의 한 공간에서 ‘용주골 성노동자 지킴이 농성장 개소식’이 열렸다. ©일다

 

2023년 파주시장의 신년 인사와 함께 시작된 ‘용주골 폐쇄’ 계획

 

작년 1월 2일, 김경일 파주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을 2023년 1호 공식문서로 결재했다. 또한 “연내 용주골 폐쇄”를 목표로 전담TF 팀도 꾸렸다.

 

“시장이 그 발표한 날, 차를 바꿔야겠다 싶어서 상담을 받았었어요. 계약금을 넣을까 말까 하다가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하고 나왔거든요. 그리고 우리 사장님을 만났는데, 용주골 없앤다는 발표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런 이야기는 매번 있던거라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 사장님이 이번엔 진짜 같다,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차 바꿨으면 큰일 났었겠다 싶었죠.(웃음)”

 

동네 입구에 컨테이너 처소가 설치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큰일 아니라 여겼다. 파주시장의 발표 이후, 그간 서로 잘 알지 못했던 여성 종사자들이 자작나무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시에 청원서도 내고, 시의원도 몇 번 만난 상황이었기에, 일이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컨테이너는 들어왔고, TF 팀이 꾸려졌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후 용주골에 찾아온 TF 팀과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다.

 

“여성가족과 공무원이라고 하니까 우릴 도와주는 곳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야기하다가 수원(2021년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일대가 폐쇄됨)에서 온 언니들이 뭔가 알아챘는지 화를 내더라고요. 그들은 폐쇄로 쫓겨난 경험이 있으니까요. 우릴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제대로 된 지원이면, 수원에 있었던 약 200명 중 왜 30명밖에 그 지원을 안 받았겠냐, 왜 거기 있던 사람들이 여기 와 있겠냐고 따지더라고요.”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 조례에 담기지 못한 삶들

 

파주시는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 조례’를 통해, 용주골 여성종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타 지자체처럼 1년 지원이 아니라 2년 지원을 하겠다며 ‘파격적’ 조건을 내세웠음을 알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종사자들이 이를 반기지 않은 건 왜일까? 최대 4천만 원 지원 등의 홍보 이면을 들여다 봐야 알 수 있다.

 

▲ 지난해 9월, 대집행이 일어나기 전 어느날 이른 아침 용주골의 모습 ©일다

 

자작나무회에서 작년 8월 파주시장과의 면담을 준비하며 마련한 ‘이주보상대책(안)’에 따르면, 당사자들이 짚은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2023년 초 파주시가 집계한 종사자 수는 약 200명이었음에도 조례에서 상정한 지원자가 100명이라는 점이다. 애초에 반만 지원하겠다는 제도를 어떻게 믿냐는 거다.

둘째는 중복보장이 안 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당사자 A가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수급비로 50만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면, 자활비는 100만원이 아닌 50만원만 받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등 다른 지원을 받고 있어도, 자활 신청을 할 순 있지만 금액이 깎인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는 이 조례 자체가 당사자들과의 논의 없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조례에 지원할 수 있는 건 ‘탈성매매 확약서’를 작성한 이들에 한정되며, 한번이라도 성매매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 지원금의 모두 혹은 일부를 반납해한다.

주거 지원의 경우엔 파주시청이 정해준 곳에서 살아야 하며, 기간은 2년까지다. 또한 생활비(1년 동안 한 달에 100만원)이라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자작나무회의 이야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조례가 상상하지 못한 삶들이 용주골에 있다.

 

“사실 지금 이 (폐쇄 관련)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여기 오는 사람이 정말 많이 줄었어요. 그럼에도 계속 여기 있는 건, 여러 사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용주골엔 특히 싱글맘들이 많은데, 애 키우는 사람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거든요. 학교도 옮겨야 하고, 일이 복잡하니까요. 또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 쫓겨나 용주골로 온 사람들은 이젠 더 이상 쫓겨나기 싫다는 거에요. 나도 여기서 10년 살았는데, 다른 곳을 상상하기 쉽지 않죠.

그리고 여기서 맺은 여러 관계들도 있잖아요. 종사자들 중에 부모나 가족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같이 일하며 부대끼는 사람들이 가족인 거에요. 밥 해주는 이모들이 그래요. 여기서 오래 일해서 ‘애들(우리)가 너무 신경 쓰인다’고. 밥만 하고 퇴근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일어나서 밥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이모도 있어요. 밥 먹는 거 지켜보면서 ‘이것도 먹어, 저것도 먹으라’고. 내가 ‘그냥 알아서 먹을게요’ 해도 계속 ‘이것도 먹어’. 정말 부담스러워.(웃음)

 

사실 여기 일하는 사람 중에 정신질환, 정신장애 있어서 약 먹는 사람도 많아요. 어렸을 때 트라우마 등 여러 문제로 정신장애가 있어서, 소위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거죠. 뇌전증(간질) 등 지병이 있어서 직장 다니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이들도 많고, 평생 일만 열심히 해서 부모와 남자 형제 뒷바라지 해줬는데, 가족들이 이제 나몰라라 하는 사람, 이혼하고 위자료나 양육비 하나도 못 받아서 혼자 생계 책임져야 하는 사람 등. 나도 이제 (자작나무회 활동 하면서) 이들의 삶을 배워 가는 중이에요.”

 

용주골 사는 우리는 ‘시민’ 아닌가요?

 

1년 안에 용주골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은 동네 입구 컨테이너 처소 설치로,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걷기대회로, 동네 곳곳 CCTV 설치 시도로 이어졌다. 종사자들과 상담하고 이들의 이야기 듣는 장소로 활용할 거라던 컨테이너 처소는 알고 보니 감시 용도였고, 걷기대회는 종사자들에게 ‘구경거리가 됐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CCTV 설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살고, 일하는 곳 앞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걸 반길 사람은 없었다.

 

“지난 11월 대집행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나고 CCTV를 또 하나 설치하려다가 우리한테 걸렸어요. 용주골 마을 입구와 도로를 통하지 않고, 포크레인 몰고 인근 논을 가로질러 몰래 기습 설치를 시도한 거에요. 이른 아침 6시 반 정도였고 심지어 혹시 모를 안전 사고와 중재를 위해 동행하던 경찰도 없었고, 마을 구성원 대다수가 여성이기에 파견되던 여성 경찰과 공무원도 없었어요.”

 

용주골 사람들의 강력한 항의로 결국 이 날 CCTV 설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CCTV 설치에 항의하기 위해 전봇대를 타고 CCTV 설치 포크레인 삽에 올라갔던 종사자는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상을 입었다. 사실 굴삭기 삽에 직원을 탑승시켜 CCTV 설치를 시도한 행위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202조’의 “차랑계 건설기계로 작업하는 경우 승차석이 아닌 위치에 근로자를 탑승시켜서는 안된다.”를 위반한 것이기도 했다. 별이 활동가는 그 날을 “용주골 사람들을 향해 ‘불법’이라던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른 날”로 기억했다.

 

▲ 개소식이 열린 공간에 붙어있던 문구들 중 “여성의 삶을 추방하는 페미니즘은 없다” ©일다


용주골에서 일하는 사람, 더 있습니다

 

용주골엔 소위 업주와 종사자, 두 분류의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밥 해주는 이모, 빨래방 이모도 있고, 미용실 언니, 슈퍼 삼촌 등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용주골 폐쇄’와 관련해서 이들에 대한 고려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나도 가끔 그냥 (투쟁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근데 얽혀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거죠. 얼마 전에 미용실 언니 만났는데, 지금 가게가 안 되니까 투잡 뛴다고 하더라고요. 머리 붙이는 출장 다닌대요. 출장은 모르는 타인의 공간에 가는거라 조금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그래도 가봐야지. 일 해야지’ 라고. 빨래방 이모는 아가씨들한테 빨래비 달라는 말도 못한대요. 일이 없으니까 아가씨들이 미안해 하면서 ‘이모 다음 달에 줄게’ 하면 이모는 ‘그냥 천천히 줘’ 그러고. 사장한테 월급 반만 받겠다고 이모도 있대요.

이 이모님들이 거의 60대, 70대고 용주골에서 거의 40~50년 사신 분들이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기서 오래 일하신 분들은 먹고 살 돈은 있어요. 그래도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은 거에요. 이제 나이가 많아서 다른 데선 일도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 친구와 인간 관계가 다 여기 있기 때문이에요. 이 일이 없어지면 할 일도, 만날 사람, 신경 쓸 사람도 없대요. ‘내가 갈 데가 어디 있냐’고. 집에만 있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대요.”

 

이 이모님들, 60~70대 노년 여성들 또한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슈퍼 삼촌도 마찬가지다. 용주골은 아주 오랫동안 이들의 삶의 터전, 노동의 현장이었지만 현재 파주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건 “우릴 왜 없는 사람 취급 하냐”는 거다. 갑자기 1년 안에 폐쇄하겠다는 선언밖에 듣지 못했다.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냐” 토로하는 중이다.

 

아직, 여기에 사람들이 있어요

 

“여기 박스 주우러 오는 할머니가 있어요. 맨날 욕하고 다녀서 욕쟁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분인데, 나 볼 때마다 믹스 커피 한 잔 달라, 담배 한 개비 달라 그래서 좀 싫었거든요(웃음) 박스도 감당 안될 만큼 엄청 쌓아서 갖고 다녀서 왜 저러나 그랬었어요. 근데 우리 모임에 찬조금을 50만원이나 냈다는 거에요. 아니 할머니가 돈이 어딨냐고 얼른 다시 돌려드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이 ‘양공주’ 출신이래요. 기지촌에서 일하셨다가 아직 이 동네에 계셨던 거에요. 그리고 이번 투쟁을 보고, 보태 쓰라고 50만원을 주신거죠. 정말 감격이었어요.”

 

밖에서 바라보면 용주골은 그저 빨리 없애야 할 곳, 치우고 덮어버려야 할 역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곳엔 오래 전부터 삶을 꾸려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그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제대로 된 이주 계획을 마련해 주는 일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용주골 사람들 또한 현실을 알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충분한 소통과 그에 따른 대책 마련, 그리고 정리할 시간이다.

 

▲ 1월 30일 오전, 파주시에서 용주골 동네 안 CCTV를 설치하고자 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한 여성종사자가 전봇대 위에 올라갔다. (출처: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30일 오전 파주시는 공무원, 경찰, 소방대원, 철거 용역업체 등과 함께 CCTV를 다시 설치하고자 했고, 이를 막으려던 여성 종사자 한 명이 맨몸으로 전봇대를 타고 올라갔다. 전봇대 맨 꼭대기에 오른 이와 용주골 사람들과 시민들이 함께 소리친 덕분에 CCTV는 회수됐다. 하지만 CCTV 설치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자립을 준비해서 이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는 여성들을 보며, 용주골 역사를 다시 돌이켜본다. 국가가 용주골과 그곳의 사람들을 어떻게 ‘다뤘는지’를. 그 역사를 반복할지, 다른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용주골 폐쇄 과정이 이를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기사입력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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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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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4/02/03 [15:56]
자작나무회의 생존권 투쟁을 응원합니다
독자 24/02/03 [22:24]
기지촌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박스수거하시는 할머니 얘기가 마음 아프네요. 
철이 24/02/05 [08:46]
이주지원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파주시 정책이 어이 없습니다.
무지개 24/02/05 [20:58]
한 많은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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