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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로 침체됐던 페미니즘 미술, 부활시켜야죠
「도쿄 아트 비트」 편집자 후쿠시마 나츠코 씨를 만나다
이토 하루나   |   2024-02-03

일본의 미술 온라인 매체인 「도쿄 아트 비트」(Tokyo Art Beat)에서 최근 2-3년간 눈길이 가는 기사들을 쫓다 보니, 그것들이 2021년에 화제가 되었던 「미술수첩」(美術手帳)의 특집 “여성들의 미술사”를 담당했던 후쿠시마 나츠코(福島夏子) 편집자가 쓴 기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젠더 관점의 「미술수첩」 특집을 기획했던 것은 2014년의 BL(Boy’s Love) 특집 무렵부터였어요. ‘여성 대상’이라고 가볍게 취급당했던 서브컬처를 끌어올려, 표현 활동으로서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사회학 연구자와 여성 필자가 많은 분야이다 보니, 그 특집을 계기로 페미니즘 비평과 퀴어링 관련 책을 읽게 되었죠.”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성/성별 표기를 ‘섹스’(생물학적 성 sex) 대신 ‘젠더’(gender)로 하기로 결정한 이후, ‘젠더’는 공식적인 용어로 자리잡았다.

 

▲ 후쿠시마 나츠코(福島夏子) 1985년 가나가와현 출생. 대학 졸업 후 「ROCKIN’ ON JAPAN」 편집을 거쳐 2013년부터 「미술수첩」 편집자로 일했다. 특집 ‘젠더 이즈 오버’(2014), ‘젠더프리는 가능한가’(2019) 등도 담당. 2021년부터 미술 온라인 매체 「도쿄 아트 비트」(Tokyo Art Beat)에서 기획-취재-집필 등을 하고 있다.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1990년대 말 활발했던 페미니즘 미술, 백래시에 부딪혀

 

후쿠시마 나츠코 씨는 중학교 때 세계사 수업이 흥미로워, 세계사와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교과서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시대의 역동적인 흐름과 인과관계가 눈에 들어왔고, 그것들을 정리하니 인간의 삶이 보여 재미있었어요. 그중에서도 회화 같은 작품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꼈죠.”

 

대학에서는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 출판사에서 음악잡지를 담당했을 때는 소위 ‘마초’적인 문화에 물들어 젠더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후쿠시마 씨에게 미술사의 문을 열어준 작가는 칸딘스키다. 시대, 사람과 교차하면서 표현방식이 변화한 부분에 반했다. “개인사와 시대를 동시에 보는 재미, 끌리는 이유를 생각하는 즐거움에 눈 뜨게 해줬죠.”

 

지금 만들고 있는 「도쿄 아트 비트」는 시각에 호소하는 미술 온라인 매거진인만큼, SNS 상으로 어려운 일이 있지 않을까.

 

“공평함과 평등함, 가해-피해와 관련된 논의가 SNS에서 종종 일어나잖아요. 거기에서 배우는 점도 많지만, 모든 것에 대해 올바르고자 하면 예술 같은 표현 활동은 본말이 전도되기 쉽죠. 어떤 표현이든 폭력성을 담고 있거나 생각지도 못한 전달방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언론으로서 의식해야 하는 점이기도 하지만, 한 권으로 완결되는 잡지의 특집과는 달리 온라인 매체는 기사를 하나씩 공개하는 계속성이 강점이라, 모자라는 부분은 다음에 보완할 수 있어요. 계속 매달릴 생각으로 편집하고 있습니다.”

 

▲ 미술 온라인 매체 「도쿄 아트 비트」(Tokyo Art Beat) 홈페이지 화면. https://tokyoartbeat.com


후쿠시마 나츠코 씨가 또 한 가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 백래쉬다.

 

“1997년 전후에 젠더 관점을 가진 전시회와 연구가 활발해졌어요. 그런데 남성 연구자나 신문기자들이 ‘해외에서 온 ⌜젠더」라는 철학을 일본에 끼워맞추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리를 펴, 여성 큐레이터나 미술사 연구자들이 거기에 맞대응해야 하는 ‘젠더 논쟁’이 일어났어요. 그 후 2000년대에는 젠더나 페미니즘을 내세운 미술전시가 거의 개최되지 않게 되었죠.”

 

지금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기획전도 눈에 띄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안티-페미니즘 진영의 백래쉬도 있어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저명한 남성 예술가나 평론가들에 의한 성폭력 역시 뿌리가 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거장’에 의한 성폭력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그들의 지위에도 별 흔들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많으니 봐주기가 많고, 비판하지 못하니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요. 역시 언론의 책임도 크죠. 누군가를 신격화하고 가치를 매김으로써 언론이 이익을 얻어왔으니까요. 주류 언론이 금방 바뀌기는 어려울 테니, 우리 같은 작은 독립 언론부터 해나가는 수밖에요.”

 

젠더 관점으로 작가, 작품들을 발굴하는 최근 흐름들

 

최근 좋은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2024년 개최되는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에 모리 유코(毛利悠子) 씨가 선정된 것도 한 예이다. 최종 후보 5인이 여성이었던 것은 “예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 도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모리 유코(毛利悠子) 씨가 2024년 개최될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로 선정되었다. 모리 유코 씨의 2023년 설치작품 “Decomposition” (Yutaka Kikutake Gallery 제공)


또한,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소규모 기획전 ‘여성과 추상’은 여성 직원 여섯 명이 담당하고 있다.

 

“젠더 관점으로 컬렉션을 조사-연구하고 지속적으로 기획하는 팀이 꾸려졌다고 하더라고요. 미술관의 학예연구사 중에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눈부신 변화입니다. 역사를 다시 보거나, 주변화-비가시화 되어왔던 사람을 발굴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강해졌습니다.”

 

변화를 응시해온 후쿠시마 씨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고노이케 토모코(鴻池朋子) 작가 역시 시대와 호응하는 존재다.

 

“미술관의 권위에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시스템과 구조를 전복시킬 만한 표현을 보여주는 분이에요. 한센병요양소에 살던 사람들의 작품과 수공예 작품 등. 주변화되어온 작품을 자신의 개인전에 전시하거나, 인간중심적인 자연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봐도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지금, 미술계에는 고노이케 토모코 작가 같은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한 관점으로 작품을 마주하는 작가와 연구자, 학예연구사들을 존경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지금 세상에 전하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언젠가 「미술수첩」이 다뤘던 여성 특집을 확장하는 책이나 기획을 만들고 싶습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한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기사입력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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