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나는 비정규직 공무원” 내일이 없는 삶
‘비정규직 공무원 voices’ 만든 야마기시 카오루 씨
가시와라 토키코   |   2024-02-20

책상 위에 손으로 쓴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한 장씩 정성스럽게 펼치며 “이렇게 하면 다들 함께 여기에 온 것 같아서 좋아요.”라고 말하는 야마기시 카오루(山岸薫) 씨.

 

종이에는 “나는 헬로워크(후생노동성이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 상담원이었다. 성희롱 가해자는 아직 일하고 있는데, 나는 계약해지. 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기적으로 해고되는 건 말이 안 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공모로 협박하는 짓은 그만두길!” 등 절절한 외침과 분노가 흘러넘친다. 글을 쓴 사람은 야마기시 씨와 마찬가지인 비정규직 공무원 동료들이다.

 

▲ 일본의 비정규직 공무원 당사자들과 퇴직자들,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모인 단체 ‘비정규직 공무원 voices’는 현재의 비정규 공무원 제도에 의문을 던지며, 그 불합리함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출처 https://f.2-d.jp/voices

 

야마기시 카오루 씨는 10년이나 간토(関東) 지역의 헬로워크 창구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공무원이다. ‘신원 노출’이 되면 ‘해고’ 당할까 염려해, 당사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그 불합리한 노동실태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다.

 

그런 가운데, 야마기시 씨는 자신이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비정규직 공무원들의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2022년에는 동료들과 함께 당사자 단체 ‘비정규직 공무원 voices’(f.2-d.jp/voices)를 설립, 온라인 상에서 함께 고민을 나누는 장을 만들었다. 2023년에는 그곳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단편 다큐멘터리 〈나는 비정규직 공무원〉도 만들었다.

 

국가-지자체를 합쳐서 12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비정규직 공무원. 그중 무려 80%가 여성이다. 보육사, 학교 교사, 여성상담소 상담원, 생활보호 상담원 등. 공무의 중요 부분에 역량도 필요한 직무이지만, 단기계약에다가 3년에 한 번 ‘공모’로 물갈이가 되고, 저임금에 퇴직금과 병가도 없고, 돌봄-육아 휴가는 사실상 쓸 수 없고, 항상 계약해지의 불안이 있다.

 

‘비정규직 공무원 voices’가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서는 “직장에서 정규-비정규직이 대등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가 78.9%, “괴롭힘이나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8.9%가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단체에서는 비정규직 공무원의 평가와 계약해지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을 실시 중이다.

 

비정규직 공무원 80%가 여성…괴롭힘, 차별, ‘계약해지’

 

야마기시 카오루 씨(1972년생)는 취업 빙하기 세대. 음향 기술을 배웠지만, 일자리가 거의 없었다. 간신히 취업한 간사이(関西)의 영상제작 회사에서는 정규직이었지만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을 받았고, 고용보험도 없었다. 노동시간과 근무환경이 열악해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생리마저 멎었다. 그러다가 회사가 도산해버려서 본가에서 다닐 수 있는 다른 영상회사에 재취업했다. 정규직이지만,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인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하기는 편했다.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당시에는 그게 당연하다고들 해서“ 일을 그만두고 간토 지역으로 이주했다. 어린이집에는 입원을 기다리는 대기아동으로 넘쳐나, 단시간 파트타이머로 1년간 일하며 간신히 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영상일로는 돌아갈 수 없어 산업 카운슬러, 커리어 컨설턴트 자격증을 땄다.

 

“국가가 주력하는 자격이라고 해서 땄는데, 그 자격으로 구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비정규직이었습니다.”

 

2013년부터 고용지원센터인 헬로워크 창구 상담원 일을 시작했다. “경험도 없는 데다 비정규직이었지만, 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불합리한 기준으로 정해지는 계약 갱신. 싱글맘이나 육아 중인 여성의 계약이 해지되는 일도 많았다.

 

2018년, 열의를 갖고 일하던 동료를 포함해 5명이 한꺼번에 계약 해지당했다. 막지 못했다. 새롭게 들어온 비정규직 상담원과 함께 업무를 했지만, 현장은 당연히 대혼란. “어떻게든 그 상황은 극복했지만, 여러 사람과 만나고 배우며 이건 이상한 상황이라고 깨달았어요.”

 

주요 일간지의 취재에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응했다. 그 후, 야마기시 씨는 직장에서 갑질을 당해 휴직을 하게 됐다. “정규직이 ‘저 사람 마음에 안 들어’라고 하면 사이 좋았던 비정규직과 연락도 못 하게 되더라고요. 정규직의 의향에 맞춰주는 일이 나의 고용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내일’이 없는 일자리, 구조적 모순 바로잡아야

 

그때 마음을 붙잡아준 것은 야마기시 씨에게 의지하며 상담을 하러 오는 구직자들이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모든 게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찬찬히 잘 들어주고 사회구조를 설명하면 겨우 앞을 보죠. 일은 미래를 만드는 일인데, 저는 내일 일도 모르는 신세예요. 아이 교육비와 의료비는 늘어나고, 앞으로는 부모님도 돌봐야 하는데. 이 사회의 실태와 제도가 모순적입니다.”

 

▲ 단편 다큐멘터리 〈나는 비정규직 공무원〉 중 한 장면. 야마기시 카오루(山岸薫) 씨는 비정규직 공무원이 당사자들 간의 연대를 위해 당사자-퇴직자-전문가-활동가들이 모인 단체인 ‘비정규직 공무원 voices’를 동료들과 설립했다.

 

야마기시 카오루 씨는 동료들과 ‘비정규직 공무원 voices’를 설립하고,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비정규직 공무원〉을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다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담자고 생각했죠.”

 

영화에서는 voices를 통해 알게 된 동료 7명이 ‘야마기시 씨가 만든다면 믿을 수 있다’며 취재에 응해줬다.

 

“일에 대한 사명감도 그렇고, 제가 평소에 힘들어하던 일을 모두 똑같이 느끼고 있었어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보석처럼 빛나더라고요. 촬영을 통해 저도 치유된 것 같아요.”

 

〈나는 비정규직 공무원〉은 2023년 10월 ‘없애자! 관제 워킹푸어 오사카 집회’에서도 상영됐다. “절대 신원 노출을 안 하려고 유의했습니다. 편집하면서 영상을 잘라내야 하는 일이 제 심장을 도려내는 일처럼 괴로웠어요.”

 

올해 3월이면 계약이 해지될지도 모른다.

 

“요 몇 년간 지역에서 ‘어른식당’(おとな食堂, 반빈곤단체 등 민간 시민단체가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성인들을 위해 여는 무료식당으로 일본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에 참여하며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분들이 제 계약이 해지되지 않도록 서명을 모아 곧 정부 부처에 전달하러 가신다고 해요. 시민들과의 협동이 희망의 씨앗입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한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기사입력 : 2024-02-20

뒤로가기 홈으로
광고
댓글

i

댓글 수정 및 삭제는 PC버전에서만 가능합니다.
피츄 24/02/20 [20:35]
임기제 공무원 제도가 한국이 일본 따라한 건지 모르겠는데...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일본이 더 심한 것 같음..

가장 많이 읽은 기사

URL 복사
x

홈앱추가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일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