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한 집’은 어떤 곳일까

주거의 권리를 보장 받는다는 것은

차연지 2007-09-03

‘물과 전기를 충분히 쓸 수 있는지 살펴본다.’ ‘주변 환경이 쾌적하고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교통이 편리한지 본다.’ ‘좋은 이웃을 두고 싶고, 사생활을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쫓겨나지 않고 마음 편히 살 수 있기를 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살만한 집’은 어떤 곳일까. 지난 달 31일 사회운동포럼 주거권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생각하는 ‘살만한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홈리스? 홈 있수?>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워크숍은 우리 사회에서 ‘누가’, ‘어떻게’ 주거의 권리를 침해 받고 있는지, 주거권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비롯해 5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했다.

쉼터를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도 ‘홈리스’

많은 사람들이 ‘홈리스’(homeless) 즉 집이 없는 사람들을 노숙인과 철거민이라고 생각하지만, 주거권 워크숍에선 보다 다양한 공간의 사람들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주거의 권리를 침해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쪽방’에서 하루를 사는 노숙자, 사회복지시설에서 지내는 뇌병변 장애인, 성폭력피해여성쉼터에 입소한 여성, 가정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십대 레즈비언, 공장기숙사에 사는 이주노동자, 전기공급이 끊어진 독거노인 등. 이들을 ‘홈리스’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숙인들의 경우 집이 없고 주거를 선택할 권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만약 노숙인들이 주거권을 갖게 될 경우, 그것은 개개인의 성과로 이야기되곤 한다. 그러나 워크숍에선 ‘주거권은 사람의 기본권으로서,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공유됐다.

사회복지시설에 들어간 뇌병변 장애인들의 경우, 사생활을 쉽게 침해 당할 뿐 아니라 사는 곳을 결정할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복지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개인에게 주어져있지만, 현실에선 시설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곳을 벗어나 다른 쉼터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시설 선택권리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엔 이런 말이 돈다. “두 발로 들어가지만, 누워서만이 나올 수 있다.”

폭력이 있는 가정은 ‘살만한 집’ 아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십대 레즈비언의 경우에 ‘주거의 권리’는 어떤 의미일까. 이에 대해선 그가 폭력을 겪고 있다는 점, 미성년자라는 점, 그리고 동성애자 여성이라는 점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강조됐다.

폭력이 있는 가정은 ‘살만한 집’이 아니다. 오히려 피해야 할 장소다. 그렇다면 폭력을 피해 집에서 나온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경제력을 갖추기 어려운 청소년이기 때문에 살만한 집은커녕 ‘살수 있는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많은 가출십대들이 쉼터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쉼터에서조차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을 이유로, 십대 레즈비언의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레즈비언 것을 밝히지 않거나, 운 좋게 자신을 받아주는 쉼터를 찾아 입소하게 되었더라도 그는 여전히 ‘홈리스’다.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으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비난 어린 시선이나 언어폭력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많다. 시설 내부의 동성애혐오증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쉼터를 나와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생활하게 되는 십대 레즈비언들도 있다.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주거의 권리’

그런가 하면 한국 사회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집을 소유할 권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인 공장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사생활을 비롯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한편, 집세를 내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아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한 경우에는 ‘홈리스’라고 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런가 하면, 어디에서 살고 있던지 간에 자신이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들을 ‘홈리스’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거의 권리는 어떤 특별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 모든 사람에게 주거권이 주어져있고, 보장되어야 하며, 침해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워크숍에서 이야기되었다. 주거권의 개념을 세우고 확장하여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첫 단추가 채워진 것이다.

기사입력 : 20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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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왕 07/09/04 [17:15]
불체자는 자국으로 보내야지 어째서 집까지 마련한다고
도데체 한국 정부 기관단체 사이비 단체는  범법자을 양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
더러운 한국...
마부 07/09/08 [12:33]
주거권 보장없이 민주주의도 자유도 평등도 맥없는 소리같습니다. 정부는 주거권보장은 둘째 치고라도 주거비용이라도 낮출 노력이라도 해야하는데 어찌 높일 궁리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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