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달라도 싱글맘의 현실은 같아

한국, 일본, 홍콩 당사자모임 만나 “싱글맘의 수다”

박희정 2008-09-08

한국, 일본, 홍콩 등 국가의 틀을 넘어 아시아 싱글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일 한국 이혼당사자모임인 ‘당나귀(당당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임)’가 주관하여, 일본과 홍콩의 싱글맘 당사자모임을 초청해 마련한 포럼 “싱글맘의 수다”가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각국 한부모 여성들의 현실과 당면한 과제를 소개했다. 패널들 이외에도 필리핀과 중국의 당사자모임을 운영하는 실무자들이 함께 참석해, 아시아 한부모 여성들의 소식을 나누는 자리로 확장되었다.
 
나라별로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부모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주된 화두는 빈곤의 문제와 양육의 문제였다.
 
정규직 갖기 어려워 ‘빈곤’ 문제 심각
 
▲ 한국, 일본, 홍콩 “싱글맘의 수다”  포럼  © 일다
“싱글맘이라면 정규직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것이다.”
 
홍콩의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 ‘하모니하우스’의 싱글맘 당사자모임인 ‘WA-그룹’에서 일하는 미셸 리(Michelle Lee)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일하면서도 가난한 ‘근로빈곤(working poor)’ 문제는 국경을 초월해 한부모 여성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일본의 싱글맘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루야마씨는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을 하게 된 후 정규 사무직을 찾아서 면접을 보았지만,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20군데 이상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파견사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혼 또는 이혼여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싱글맘들은 힘든 노동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부모 여성과 남성의 소득격차는 2배 정도다. 그리고 여성노동자의 2/3가 비정규직인 한국의 경우, 여성비정규직 임금은 남성정규직의 40%정도에 불과하다. 저소득 한부모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100만원 미만의 저임금으로 생활을 꾸리고 있다.
 
한부모 여성들은 적은 수입으로 주거비를 포함해 생활비와 양육비를 혼자서 떠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혼과 동시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물리적 폭력의 후유증 등으로 곧바로 일을 갖기도 어렵다고 한다.
 
일본 NPO 법인 ‘싱글마더스 포럼’의 아카이시 치에코씨는 “일본의 비혼모와 혼외자에 대한 차별 때문에 비혼모는 이혼여성보다도 수입이 낮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1992년 ‘비혼모회’가 발족해 지금까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일에 지친 싱글맘들 “자녀와의 의사소통 힘들어”
 
▲ 한국 이혼당사자모임 ‘당나귀’가 주관한 “싱글맘의 수다”포럼
한편 중국의 싱글맘 당사자모임 ‘방주센터’ 관계자는 “중국의 한부모 여성들을 상대로 두 차례의 실태조사를 한 결과, 부모와 자녀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첫 손에 꼽혔다”고 전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주택문제 등이 꼽히리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고 한다.
 
그는 “이혼을 통해 변화를 겪으면서 한부모 여성들은 장기간의 스트레스로 감정컨트롤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결과 “자녀에게 과도하게 심리적 밀착을 하게 되고, 이러한 경우엔 자라는 아이들은 반항심리를 갖게 되기도 한다”는 것.
 
거기에 한국처럼 자녀교육을 중시하는 중국의 상황과 맞물려, 많은 한부모 여성들이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간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을 위해 스트레스와 감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홍콩 ‘WA-그룹’의 미셸 리씨는 특히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의 경우, 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녀와의 신뢰감을 복원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싱글맘들 네트워크의 중요성 확인해
 
참가자들은 포럼을 통해 당사자들 간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여전히 많은 한부모 여성들이 편견과 낙인 속에서 고립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영광에서 살고 있는 한부모 여성인 탁 모씨는 어느 정도 정보에 열려있는 서울과 달리, 지역에서는 여전히 싱글맘에 대해 “가문의 수치”라는 식의 노골적 편견이 강하다고 전했다. 탁씨는 지역사회가 좁기 때문에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두려워한 가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그런가 하면 필리핀의 경우엔 가톨릭국가이기 때문에 “이혼 자체가 어려운 문제”다. 필리핀에선 온 한 싱글맘은 “가정폭력을 당해도 결혼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 순응하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대부분”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싱글맘이 되는 것 자체가 싱글맘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말로 필리핀의 상황을 표현했다.
 
일본의 마루야마씨는 싱글맘 당사자 모임을 통해 고립감을 극복하고 자립해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전남편의 폭력을 피해 거주지를 알리지 않고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폭식 등을 겪고 아이와의 관계도 나빠졌었다고 한다. 그러나 포럼활동을 통해 다른 한부모 여성들을 만나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마루야마씨는 “싱글맘이 되어서 다행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 날 진행을 맡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변화순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적 문제, 양육 등 한부모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공통된 부분이 많다”며, “각자의 당사자 모임에서 서로 힘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라며 국제적 연대를 지속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입력 : 200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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