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에서 유튜브로…여성 상품화하는 국제결혼 광고

국제결혼중개업 영상광고 모니터링 보고회 열려

박주연 2020-10-18

서울 같은 대도시에선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중소도시나 소도시로 가면 여전히 ‘베트남 신부를 맞이하세요’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너무 뻔한 광고 현수막이 국제결혼 광고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국제결혼중개업 시장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인터넷과 SNS을 이용한 광고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유튜브를 이용한 영상광고는 ‘국제결혼’이라는 단어 하나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영상물도 다양하다.

 

국제결혼 커플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부터 ‘오빠와의 첫만남’과 같은 맞선 및 데이트 영상, 비용이 얼마인지 어떻게 결혼이 성사되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노하우’ 영상도 있다. 그 중엔 개인이 올린 영상도 있지만 ‘OO국제결혼’ 같은 중개업체가 올린 영상도 다수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단순한 이미지나 문자가 아닌 ‘이야기(서사)’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영상광고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해당 영상들이 결혼이주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하거나 인종적으로 비하하며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하는 ‘국제결혼중개업 광고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보고회를 열었다.

 

▲ 10월 13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주최 <국제결혼중개업 광고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혐오를 낳는 차별적 광고 이제 그만!” 현장. 왼쪽부터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신민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모니터링팀은 7월부터 약 한달 여간 총 622개의 유튜브 영상과 100여개의 홈페이지 광고를 살펴보고, 국제결혼 홍보영상이 성적대상화와 성상품화, 여성혐오, 인종주의 등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지 분석했다. 또한 이주민 여성 당사자들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 심층면접도 진행했다.

 

사적인, 서사를 담은 ‘교묘한’ 국제결혼 영상광고 증가

 

신민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국제결혼중개업 광고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을 견고히 하고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논리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선주민 여성에 대한 혐오도 드러내는 인권 침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으며 모니터링 계기를 밝혔다.

 

또한 요즘은 “단순 광고가 아니라 서사 구조를 가진 내러티브 유형의 광고로 변화하고 있으며, 광고와 표현물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광고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재 활동가는 유튜브 광고 모니터링을 통해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이주여성의 인터뷰 영상이나 사진과 함께 개인정보(이름, 나이, 고향, 직업, 가족관계, 키, 몸무게, 학력 등)가 담긴 단순 전시형 광고가 만연했다면, 최근엔 결혼중개업법 개정과 여성가족부 등의 점검으로 인해, 조금 더 사적인 광고인 내러티브형 광고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중개 과정을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일상을 담는 영상을 말함) 형식으로 촬영한 것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한 신 활동가는 “이런 영상은, 브이로그의 특징인 연출, 자막, 음향을 통해 ‘국제결혼중개’에 대한 위화감을 줄이고, 국제커플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처럼 보이게 한다”고 덧붙였다.

 

 

▲ 유튜브에서 ‘국제결혼’을 검색했을 때 보이는 화면 중.   ©일다


이런 영상광고는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묘하다. 또한 성차별이나 성상품화, 인종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민재 활동가는 “중개업 광고가 모호한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에 “이런 광고의 부정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젠더 감수성과 인종주의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한국의 국제결혼시스템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개업자들이 전례 없는 친밀성을 가지고 직접 대중 어필

 

이전처럼 노골적인 차별을 담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영상광고들이 국제결혼을 미화하고 이성애 중심의 가족 문화를 강조하는 건 여전하다. 영상들 대부분 “만남-연애-결혼의 서사 방식을 따르고 있고, 특히 여성 회원과 남성 회원의 관계에 과도한 ‘운명적 연애 서사’가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이들이 말하는 연애 기간은 성혼까지의 준비 기간(약 3~5일 정도)”일 뿐이라고, 신민재 활동가는 지적했다. 이런 “낭만적 서사가 국제결혼중개업 절차의 특징을 교묘히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상광고들에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성혼 전부터 ‘아이를 몇 명 낳을 것이냐’, ‘오빠(한국남성) 닮은 딸’, ‘아이를 낳고 일을 할 것이냐’는 등을 질문을 하며 여성을 독립적인 주체가 아니라 아내, 며느리, 잠재적 엄마로 재현한다.”

 

문제적 표현들이 있어도, 이런 영상광고에 대해선 정확한 규제가 없다. 거기다 “광고와 콘텐츠, 중개업자와 제작자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 지고 있”는데다 “콘텐츠의 성격이 광고를 넘어 예능이 되어 가는 현상은 이런 모호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

 

신민재 활동가는 심지어 이런 영상광고에서 ‘중개업자’의 활약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설명했다. “중개업자들은 자신의 인격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데, 이를 통해 업자들은 전례 없는 친밀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러운 광고가 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들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런 영상광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2명의 심층면접 결과, 이주여성들은 이런 영상들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그로 인한 차별과 혐오가 심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이 그 내용을 정리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 영상광고가 무엇보다도 한국남성중심적이며 한국남성에게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광고 속 여성은 남성이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상품화되고, 노출과 몸매 강조 등 성적으로 대상화”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터뷰 같은 걸 (본인도) 한 적이 있는데, 그땐 몰랐지만 지금 보니까 좀… 그렇다”는 말부터 “이런 광고 같은 거 하니까 왠지 물건 갖다 파는 것처럼 느껴진다”, “선택이 남자에게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불편함을 표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결혼을 미화하는 지점이다. 결혼이주여성 당사자들은 이런 영상광고가 국제결혼의 ‘좋은 점’만 보여주고, “잘 사는 것만 나오니까 (국제)결혼하고 싶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중개업자)의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 때문에 올린 것 같다”며 결국 다 ‘돈 벌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여성들의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일부 광고 영상에선 맞선 장면 등을 보여주면서, 남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에 반해 여성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런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에게 ‘제대로 된 동의를 받았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차별·혐오 표현, 문화 다양성 침해로서 규제 방안 강구해야 

 

“현재, 결혼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관리하고 결혼중개업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여 그 이용자를 보호함으로써 건전한 결혼문화 형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결혼중개업법이 있고, 이 법에 따라 광고 규제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광고 규제’라는 전제는, 그 표현물이 노골적 성적 대상화만 아닐 뿐 ‘여성의 상품화’라는 국제결혼중개업의 본질적·구조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표현물일 수 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간과하도록 만든다.”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렇게 제도적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결혼중개업 광고에서 판매하려는 재화가 과연 ‘상품’이 되는 재화인지, 서비스를 상품화할 때 필연적으로 ‘인격적 존재를 상품화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현행법이 “내국인 ‘남성 소비자’가 중개업체를 이용하면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결혼중개업 광고 내용이 이주여성을 상품화할 수 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광고가 뚜렷한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띠는 경우에 한해서 적발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백소윤 변호사는 “차별·혐오 표현물에 대한 규제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결혼중개업체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가 ‘포괄적 의미의 차별 혐오 표현의 규제’라는 지향을 가진 정책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 지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등의 재정으로 이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인권과 정체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차별·혐오 표현을 직접적으로 처벌할 순 없지만, “차별과 혐오가 무엇인지, 왜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결혼중개업은 “남성 주도 경제” 성/인종차별 강화해

 

이번 모니터링이 “최근 급증하는 국제결혼 중개의 디지털화가 어떻게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강화하고 있는지, 또한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성애화하고 낭만화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한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국제결혼중개업은 남성 주도 경제”라고 꼬집었다.

 

▲ <혐오를 낳는 차별적 광고 이제 그만! - 국제결혼중개업 광고 모니터링 보고회> 현장. 왼쪽부터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김현미 교수는 국제결혼중개업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지점도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엔 유튜브 같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결혼이주여성 본인이나 주변인을 동원하여 국제결혼 중개를 하는 개인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상에서 담고 있는 “본인의 경험, 목격, 증언은 한국 남성 시청자에게 ‘솔직함’, ‘현실감’, ‘신뢰’와 ‘확신’이라는 안정성을 제공”하며 이렇게 “디지털화된 중개시장은 남성 경제의 특징을 더욱 강화하고 여성 상품화를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의 고유의 개별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무한대의 ‘상품’이 존재한다고 믿게 하는 상품화”는 디지털화 된 시장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여성들을 시각화된 형태의 데이터로 제공하는 현재의 중개 방식은 남성의 ‘선택권’과 남용을 보장하며 차별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또한 “모자이크 처리된 남성은 보이지 않고 여성은 과장되게 성애화되거나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건,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라는 이분법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결국 현재의 국제결혼중개업은 누가, 무엇을 통해 영리를 획득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잉여가치를 구성하기 위해 많은 여성을 성애화된 형태로만 재현되거나, 국제결혼을 ‘성과 쾌락’이라는 특정한 방식의 결합으로만 바라보게 하는 현실은 이후 결혼 당사자들의 희생, 고통, 어려움을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또한 현재의 남성 경제의 구도 하에서 이주여성은 관계의 틀을 바꿔낼 수 있는 당사자의 권리를 갖기 어렵다.”

기사입력 : 202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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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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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 20/10/20 [12:42]
차별 혐오 표현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네요. 유튜브 등의 미디어가 이런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단걸 상상해보지 못했어요.
ㅇㅇ 20/10/23 [14:52]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ㄴㅇㄹㄴㅇㄹ123 20/10/23 [22:23]
응 왜 다 여자니? 어이가없다.
20/10/25 [05:21]
제가 사는 도시에는 "참한 북한 여성과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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