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혈통 중심’ 한국 사회는 이제 우리가 필요없대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결혼이주여성 몽골 상담원의 기록

나랑토야 2020-11-02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본국으로 되돌아간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기획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이 기사의 필자 나랑토야 님은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몽골 상담원입니다.-편집자 주

 

한국에서 가정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본국으로 귀환한 사례를 발굴하여 대안을 모색해보는 사업의 조사팀 몽골 통역인으로 참여한 이후로, 나의 업무가 부쩍 늘었다. 귀환 이주여성들의 상담 문의가 전화로, SNS로 이어지고, 현지의 기관과 지인을 통해서도 수시로 연락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에는 귀환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사업에 특별히 배정된 예산과 인력이 없는 상태지만, 난 무작정 이 일을 하고 있다. 도움을 구하는 귀환 이주여성들에게 지원을 못 해준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우리가 아니면, 상담센터가 없으면 그녀들의 피해와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내가 어떻게 그녀들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에서 일하는 필자 나랑토야. 본국으로 돌아간 결혼이주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에 배정된 예산과 인력이 없지만, 도움을 청하는 그녀들을 외면할 수 없어 상담을 하고 무작정 돕고 있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한국인 남편과 ‘혼인관계 정리’ 희망하는 몽골여성들

 

몽골에 가서 만나 인터뷰한 귀환 이주여성들이나, 국내에 돌아와서 상담 요청을 받은 귀환 이주여성들 대다수가 한국인 남편과 혼인 관계를 정리하길 희망하였다. 자신에 대한, 그리고 아이에 대한 남편의 폭력이 무서워 도망치다시피 본국으로 출국한 이주여성들에게 혼인을 정리할 시간과 정신이 있었을 리가 없다. 돌아간 모국에서, 그리고 제3국에서 새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그녀들은 한국에서의 혼인 생활을 서류상 정리해야 한다. 이 일을 지금 우리가 대신하고 있다.

 

먼저, 귀환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과 이혼이 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한국에서는 배우자 부재 시, 공시송달로 이혼소송장을 보내서 배우자의 부재를 증명하고 혼자서도 이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인 남편과 자신이 혼인 상태인지, 이혼 상태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혼 여부를 확인하려면 한국인 남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 기본 신상정보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귀환 이주여성들 중에는 남편의 이름밖에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남편과 혼인신고를 했을 당시에 몽골국가등록청에 제출한 남편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몽골은 최근에야 혼인과 이혼 관련 서류를 전산망으로 구축하려고 작업 중이다. 국제결혼과 관련한 각종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해서  신청하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들이 아직도 많다.

 

한국인 남편의 개인 정보를 확인한 뒤라도,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행정기관에서 서류를 발급받는 일은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혼인관계증명서 발급 신청 위임장을 작성하고, 서명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도 또 문제가 생긴다. 바로 ‘비용’이다. 귀환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상담원이 자비로 서류를 발급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한두 명 분이면 감당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명의 서류 발급 비용을 충당해야 해서 난감하다. 그렇다고 곤경에 빠진 당사자에게 천 원~삼천 원 수수료를 내면서 해외송금을 해 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다.

 

▲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행정기관 서류를 발급받으려면, 위임장을 작성해 서명을 받아야 한다.   ©나랑토야

 

한국인 남편과 이혼 처리가 되어 있으면 다행이긴 하지만, 여기서 일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이혼 관련 판결문을 관할 법원에서 발급을 받아 귀환 이주여성의 본국 주소로 보내 주어야 한다.

 

돌아간 그녀들의 삶을 위해, ‘이혼소송’ 지원

 

두 번째로 한국인 남편과 법적 혼인 관계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이주여성상담센터 이주여성법률지원단을 통해 법률구조 신청을 하고 이혼소송을 지원한다. 대부분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이지만, 증거는 오직 당사자 진술뿐이다. 원활한 소송 진행을 위해 진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상담원이 번역을 한다.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배우자가 상담센터로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귀환한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상담원을 모욕한다.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참아야 한다. 괜한 말을 했다간 소송이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에 있는 나쁜 욕을 다 하면서라도 이혼소송에 응하는 남편들이 차라리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런 소식 없이 마냥 기다리게 하는 경우보다야 훨씬 낫다.

 

이혼소송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법원에서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하려면 본국에 있는 여성과 연락을 해야 하고, 다시 위임을 받아 해당 기관에 관련 서류를 신청하는 데까지 행정 처리가 굉장히 오래 걸린다.

 

마지막으로 법원에서 이혼 확정 증명이 나오면, 당사자 중 한 사람은 행정기관에 이혼 신고를 해야 한다. 한국인 배우자가 이혼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것 또한 상담원인 나의 몫이 된다. 두 달 내 이혼 신고를 해야 하는데, 배우자가 하지 않으려고 해서 빌다시피 부탁한 적도 있었고, 상담원이 직접 이혼 신고를 한 적도 있었다. 서류상으로 “이혼 완료”가 되면 마지막으로 혼인관계증명서를 또 발급받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 서류 발급 비용을 상담원이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센터장에게 하소연을 해 봤자 돈이 나올 구멍이 없는 것을 잘 알기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사비까지 들여서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 귀환 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의 지원이 없으면 제대로 살아가기가 어렵다. 제도화된 지원과 예산이 꼭 필요하다.

 

두 번의 유산, 폭력을 겪고 ‘추방’되는 A씨를 보며

 

“언니는 운이 좋아서 좋겠다. 남편이 때리지도 않고 잘해주니까. 언니, 나 고향 가면 숨어 살 거야.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 않아. 창피하잖아요.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산다고 큰 소리 치고 왔는데, 이렇게 돌아가니까…. 우리 언니는 고향에 돌아오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있어. 그래서 언니를 보기가 부끄럽고, 형부 보기도 껄끄러워.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이제 ‘너는 필요 없으니 한국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 같아. 한국 사람의 아이는 아이고, 내 아이는 아이가 아닌가 봐. 아이가 불쌍해서 어떡해. 한국에 와서 적응하느라 고생시켰고, 고향 가면 또다시 적응하느라 고생할 텐데.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떡해.”

 

나는 오늘도 이렇게 귀환할 수밖에 없는 이주여성을 맞이한다. 몽골 여성 A씨를 지원하게 된 시기는 2018년 여름이었다. A씨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두 번이나 임신했지만 유산하고 말았다. 남편의 무관심과 폭력, 시어머니의 폭언을 참아가면서 결혼생활을 버텨왔지만, 결국 남편은 A씨를 집에서 쫓아냈다.

 

A씨는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이주여성 쉼터에 입소했는데,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싸움이 길어졌고, A씨는 남편의 귀책 사유를 법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고 이혼당했다. 남편과 A씨 사이에서 자녀가 없어 A씨에겐 더이상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체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 A씨는 결혼 당시 본국에서 데리고 온 아이와 함께 몽골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 ‘남성혈통 중심’의 다문화 정책을 펴는 한국 사회에서, 원치 않는 귀환을 앞둔 결혼이주여성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귀환”,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에게는 고급스럽고 어려운 단어다. 본래 귀환은 설레고,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이주여성 현장에서의 “귀환”은 겁나고, 창피하고, 미안해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A씨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지난해 여름 현지 조사 당시 귀환 이주여성 인터뷰 통역을 하며 느꼈던 분노와 화가 또다시 차오르면서 A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에게 맞고도 B씨가 이혼을 결심할 수 없는 이유

 

“선생님, 저 이혼 안 할래요. 그냥 참고 살아 볼게요. 가족에게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언니는 제 말을 무시하고, 아빠는 제가 이혼하고 돌아오면 엄마와 이혼하겠대요. 그래서 저는 이혼을 못 하겠어요.”

 

몽골 여성 B씨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났고,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되었다. 20살 나이 차이가 나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는 늘 갈등이 있었다. 나이 차이, 세대 차이, 문화 차이, 음식 차이 등으로 인한 부부싸움은 끝이 안 보였고, 폭력으로 이어졌다. B씨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이주여성 쉼터에 입소하며 이혼을 결심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포기해야 했다.

 

B씨의 귀환을 본국의 가족 누구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딸의 이혼이 가문의 흠이 된다고 생각했다. 가족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이 B씨의 현실이다. B씨는 지금 귀환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언젠가는 A씨처럼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든다.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을 상담하고 지원해오면서, 솔직히 나는 이들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제안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한국 국적의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할 것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것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유학 비자로 체류 자격을 변경할 것

 

물론 난 B 씨에게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남성혈통 중심’의 다문화가족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동안에는,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살아갈 다른 방법이 사실상 없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자가 더이상 주어지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존재했는데, 지금도 달리진 것이 없다.

 

이렇게 암담한 처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번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연재를 통해, 부디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기사입력 :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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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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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20/11/02 [21:27]
너무 눈물 나고 가슴 아픈 내용이네요. 한국 혈통 자녀가 없다고 해서, 이혼 했다고 해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은 정말 잔인하고 인간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환한 여성들의 삶을 위해서 고군분투하시는 상담원 분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어요.
Kong 20/11/04 [16:59]
글 쓴 분의 간절한 마음이 너무가깝게 느껴지네요. 저혀 생각못했던 여성들의 존재를 알게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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