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안 주고 협박 “너 불법 만들어 버린다”

사업장 변경 제한…이주노동이 ‘강제노동’ 속성을 띠는 이유

우춘희 2021-02-10

2015년 6월, 쓰레이응(가명, 20대 여성)씨는 22살에 한국에 왔고, 경기도 이천의 한 채소농장에서 일했다. 2020년 4월, 캄보디아 출국을 앞두고 그녀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농장주가 밀린 임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한 기간 중 2016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하루 10시간,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3년 6개월 동안 받은 임금은 총 950만 원이었다. 약 6천만 원을 받지 못했다.

 

▲ 쓰레이응 씨가 4년 7개월 동안 일을 했던 농장. 그 기간 중 3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했다.  ©우춘희


쓰레이응 씨는 농장주가 월급을 줄 것이라고 한 말만 믿고 기다렸다. 농장주가 사다 준 식재료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그마저도 돈이 없으면, 한국에서 일하는 남동생이 생활비를 보내주었다.

 

“3년 6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했어요”

 

작년 3월, 출국을 앞둔 쓰레이응 씨는 농장주에게 밀린 월급을 달라고 했다. 그녀는 노동시간을 빼곡히 적은 노트를 사장에게 보여줬다. 그러자 농장주는 그 노트를 빼앗아 불에 태워버렸다. 임금을 달라고 계속 독촉하자 농장주가 그녀의 방문을 부수었다.

 

들판 한가운데 사는 그녀는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고, 도움을 어디에 요청해야 하는지 몰랐다. 쓰레이응 씨는 그냥 방에 앉아서 밤을 새었다. 다음날, 그녀는 몸만 급히 빠져나와 이주민 지원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에 도움을 청했다.

 

며칠 뒤, MBC취재팀과 이주민 인권 활동가, 변호사와 함께 농장을 찾았다. 변호사가 “4년 7개월 중에서, 3년 넘게 돈을 안 주신 거죠?”라고 묻자 50대 남자 농장주는 “그렇죠”라고 수긍했다. 기자가 “미안하지도 않습니까?”라고 묻자, 농장주는 말했다. “왜 미안 안 합니까? 미안하죠. 그런데 당신이 한번 농사 지어보라고. 사정이 그렇게 되었을 때는 이유가 있죠. 그렇다고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내가 한국은행이라도 털어요?”라고 반문했다.

 

변호사가 임금을 왜 주지 않냐고 추궁하자 결국 농장주는 “그럼 신고해요. 그게 나도 편해요. 벌금만 내면 되니까, 그게 편하다고”라고 언성을 높였다. 보다 못해 활동가가 한마디를 했다. “같이 일한 사람이 중요하지, 벌금이 중요합니까?”

 

▲ 쓰레이응 씨가 캄보디아로 출국을 앞두고 농장주에게 밀린 임금을 달라고 하자, 사업주는 화를 내며 그녀 방문을 부수었다. 한국말이 서툰 그녀는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랐다.  ©우춘희


‘사업주 동의’ 없이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

 

이 사건은 MBC뉴스데크스 2020 년 4 월 9 일자, “수천만 원 떼먹고도 '당당'...빈손으로 울며 귀국” 뉴스로 보도되었다.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은 ‘왜 진작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거야? 그렇게 될 때까지 뭘 한 거야?’라고 물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사실 재구성되어야 한다. 왜 그녀는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일까? 어떻게 농장주는 3년 넘게 월급을 주지 않을 수 있었는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에 관해 고용노동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쓰레이응 씨는 월급을 받지 못하자, 사업장을 바꾸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비자(E9)로 들어온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해서 사업주의 승인이 담긴 ‘고용 변동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일을 그만두려면 사표를 던지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두려면 사업주가 동의를 해줘야 한다. 사업주의 동의 없이 직장을 옮길 수가 없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 5일 이상 결근을 하면, 사업주는 고용센터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점이 현장에서는 악용된다. 즉,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 요청을 하면, 승인해주지 않고 내쫓는다. 그리고 사업주는 5일 뒤, 이주노동자가 무단 결근했다고 신고를 한다. 그럼 이주노동자는  출국조치를 당할 수 있다.

 

사업장을 바꿔달라는 쓰레이응 씨의 요청에 농장주는 승인해주지 않았다. 쓰레이응 씨가 힘주어 말했다. “사장님 말해요. ‘너 일하기 싫으면 나가. 사인(동의) 안 해줘. 사장님이 불법 만들어 버릴 거야.’”

 

쓰레이응 씨는 아토피 상처로 딱지가 앉은 손을 쥐어뜯고 있다가 이내 눈물을 터트렸다. “사장님이 나에게 ‘멍청이’라는 말도 많이 했어요. 사장님이 사인 안 해주면 나는 불법 사람이 돼요. 다른 비닐하우스에 가서 일을 하다가 잡히면 나는 돈도 못 받고 캄보디아로 가야 해요. 사장님한테 돈도 못 받고 쫓겨나요.”

 

사실, 쓰레이응 씨는 농장주의 승인 없이도 사업장을 옮길 수 있었다. 사업장이 폐휴업을 하거나, 임금체불, 성희롱 및 성폭력, 폭언 및 폭행과 같이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일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사업주의 동의가 없어도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쓰레이응 씨는 이에 대해서 몰랐다고 했다.

 

“나는 월급을 계속 못 받으니까 사장님을 신고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캄보디아 사람들이 말해요. ‘외국인 힘 없어. 신고 안돼. 일단 일 해야 해. 사장님 약속했잖아.’ 그래서 나는 기다렸어요. 지금까지 기다렸어요.”

 

▲ “내가 매일 밥을 줬어요.” 혼자서 외롭게 일하는 쓰레이응 씨에게 유일한 친구는 강아지들이었다.  ©우춘희


이처럼,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다는 점은 이주노동자의 현실에서 막강하게 작용된다. 쓰레이응 씨가 체불된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사장에게서 돌아온 것은 그녀를 무단이탈로 신고해서 한국에서 추방시킨다는 협박이었다. 임금체불과 같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경우, 농장주의 승인이 없이도 직장을 옮길 수 있었지만, 이주노동자는 힘이 없어서 고용센터가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이 앞섰다.

 

“무조건 복종이다, 복종” 강제노동 강요 받아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변경을 위해서 사업주의 승인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주노동자들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후 3년 내에 3회까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취업 기간이 1년 10개월 더 연장되면, 그 기간 내 최대 2회까지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이주노동자는 새로운 직장을 3개월 내 구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출국조치 당한다.

 

이러한 제한된 조건 때문에, 사실상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옮기기보다는 가급적 그 상황을 참고 견디려 한다. 만약 세번째 변경된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이주노동자는 더이상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하더라도 그냥 참는 수밖에 없다.

 

사업장 승인 권한이 사업주에 있다는 것은 사실상 현장에서는 많이 악용된다. 캄보디아 노동자 보레이(가명, 20대 남성) 씨와 몇몇 동료들은 전북 한 미나리밭에서 일을 했다. 미나리 수확을 위해 겨울에는 방수복을 입고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이 가득 차 있는 미나리밭에 들어가기도 했고, 가끔씩 물뱀도 봤다. 일이 고되고 힘든 그는 농장주에게 사업장을 옮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 사장님 사인 받으려면 100만원 내. 그럼 사인 해줄게.” 보레이 씨와 그의 동료들은 직장을 바꾸어도 좋다는 농장주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 각각 100만원을 냈다. 농장주는 승인을 해주는 대가로 아무것도 금품을 요구해서는 안되지만, 보레이 씨는 몰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현장에서 만난 농장주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쟤들(이주노동자)은 무조건 복종이다 복종. 사장 말 안 들으면, 우리가 내쫓아서 쟤네 불법 만들어버리면 된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복종’을 강요 받는다. 만약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해 농장주가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농장주들은 사업장 변경 승인을 위해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을 요구했다. 이주노동자가 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일을 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그들을 무단이탈로 신고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업장 변경 횟수의 제한이 있다는 점, 사업장 변경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다는 점, 사업주가 변경승인을 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를 무단이탈로 신고할 수 있다는 점은 이주노동자를 묶어두는 강제노동의 속성을 가진다.

 

▲ 쓰레이응 씨는 아프면 병원에도 갈 수가 없었다. 월급을 받지 못한 그녀는 농장주가 사다주는 약을 먹으며 버텼다.  ©우춘희


쓰레이응 씨는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2020년 5월, 쓰레이응 씨는 성남 고용노동지청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하루에 10시간씩 일했지만, 계약서의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적혀 있었다. 쓰레이응 씨는 자신의 노동시간 기록이 적힌 노트를 농장주에게 빼앗겨, 실제 일한 시간을 입증하기 어려웠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계약서에 적힌 대로 한달 226시간 (하루 8시간 근무, 한 달 2일 휴식)을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계산하였다. 약 3년 동안 그녀가 받지 못한 돈은 약 6천만 원이었다.

 

근로감독관은 조사를 마치고 쓰레이응 씨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을 묻자, 그녀는 두 손을 꽉 쥐며 말했다. “제 사장님이 다른 이주노동자를 고용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게 해주세요. 저는 피땀 흘려서 일을 했지만, 3년 넘게 임금을 못 받았습니다.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십시오. 도와주십시오.”

 

근로감독관은 말했다. “그건 제 권한이 아닙니다. 조사만 해줄 수 있습니다.” 그 뒤 쓰레이응 씨는 두 장짜리 체불임금확인원을 받았다. 거기에는 사건 조사 당시 계산되었던 임금체불액 6천만 원이 아니라, 3천만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뿐이었다. 이 종이를 들고 어디에 하소연을 해도 밀린 임금은 받을 수 없었다.

 

무료 변론을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이 사건이 단순 임금체불이 아니라, 농장주가 고의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고 이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보고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에 취업사기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형사조정으로 넘겼고, 2020년 8월에 형사조정기일이 열렸다. 쓰레이응 씨는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약간의 기대에 찬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말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 모습도 내비쳤다.

 

농장주는 현재 코로나19로 당장 체불된 임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형사조정위원은 이 상황을 고려하여 체불임금 3천만 원의 절반인 1천5백만 원을 받고 형사 합의할 것을 권유하였다. 자리에 동석한 변호사와 활동가는 그 체불임금의 절반도 농장주가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고 머리를 저었다. 농장주의 땅은 모두 경매로 넘어갔고,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은 서류 상으론 아무것도 없었다. 쓰레이응 씨가 물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요?” 아무도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 쓰레이응 씨가 수확한 여러 채소들은 서울 가락시장을 거쳐 소비자의 밥상에 올랐다.  ©우춘희


체류기간이 다 끝나가는 쓰레이응 씨는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의 3개월짜리 기타(G1)비자를 받아서 조사를 받고 있었고, 이마저도 기간이 다 끝나가고 있었다.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쓰레이응 씨의 비자를 더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쓰레이응 씨의 사건을 맡은 변호사도 있기 때문에, 굳이 그녀가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관련 뉴스 보도가 나가자, 그제서야 출입국사무소가 태도를 바꾸고 비자 연장을 해주었다.

 

임금체불을 당한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청이 발행한 체불임금확인원, 사업주와의 합의서를 받았지만 여전히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서류에는 지켜지지 않을 약속된 금액과 언어들만 빼곡히 적혀있다. 이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곳은 없다. 그로부터 10개월이 넘은 지금, 쓰레이응 씨는 농장주에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은 왜 한국 법을 지키지 않습니까?

 

다시, 질문을 할 때이다. 이주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촘촘히 법망을 만들어놓은 고용허가제는 사업주들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무엇을 마련해 놓았나? 또 다른 쓰레이응 씨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는 과연 어떤 대책을 마련해 놓았는가?

 

충북 증평의 한 버섯농장에서 일을 하고 10개월의 임금을 받지 못한 캄보디아 남성 노동자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저는 열심히 일을 했는데 왜 임금을 받을 수 없습니까? 한국 사람들은 왜 한국 법을 지키지 않습니까?” 이 질문에 한국 사람들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다음 기사는 체불임금을 받기까지 끝나지 않은 싸움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필자가 서울시 청년허브 공모연구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이동의 제한이 이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연구한 사례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필자 소개: 우춘희.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캄보디아와 한국에서 현장 연구를 했다. 지금은 한국으로 이주한 캄보디아 이주농업노동자들에 관해서 논문을 쓰고 있다. 먹거리, 이주, 젠더에 관심이 있다. 2018년 사진전 <이주하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을 열었고, 2020년 <HYPHEN-NATION> 전시에 참여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내고 싶고, 그 이야기의 힘이 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기사입력 :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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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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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21/02/10 [12:36]
돈벌러 외국으로 와서 고생하는 사람에게 임금 떼이는 것만큼 못된 일도 없는데... 한국은 잘사는 나라가 된 것 치고 이주노동자 대우가 너무 후진적인 거 아닌가요. 왜 아직도 이런일이....
코끼리 21/02/10 [21:57]
쓰레이응 씨가 그동안 일했을 환경을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고 슬퍼서 눈물이 나네요. 임금도 못 받는데 얼마나 불안함 속에서 일했을지. 비닐하우스에서 외롭게 생활하면서 사장이 시키는대로 해야만 했던 4년 넘는 시간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어요. 업주의 태도가 너무 화가 나고, 끝내 절반도 안되는 돈조차도 못받았다는 것이 황당하고요. 체불임금에 대해 대책이 없는 대한민국이 정말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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