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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 성폭력만큼이나 큰 고통 겪었다
세이루카 국제병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시미즈 사츠키   |   2024-03-24

사쿠라(가명) 씨는 일본 도쿄의 세이루카(聖路加) 국제병원에서 심리 돌봄을 하는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겪었다. 피해를 밝혔지만, 형사 사건으로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민사 소송에서는 승소했다. 하지만 집요한 ‘피해자 비난’(2차 피해)을 당했고, 작년 자신이 겪은 2차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부당하게 가해지는 비난은 심각한 문제임에도 법적, 제도적으로 잘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쿠라 씨의 소송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쿠라 씨에게 이번 기소에 대한 생각을 듣고, 지원자와 담당 변호사의 의견도 게재한다.

 

▲ ‘세이루카 국제병원 사목에 의한 성폭력 생존자와 함께 걷는 모임’은 성폭력 2차 가해 금지법 제정을 위해 로비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 9월. 사건 당사자인 사쿠라 씨(왼쪽에서 두 번째)도 함께했다. 그 오른쪽은 공산당의 기라 요시코 참의원 의원. (제공-세이루카 국제병원 사목에 의한 성폭력 생존자와 함께 걷는 모임)

 

병원 사목으로부터 겪은 성폭력, 그 이후

 

사쿠라 씨는 난치병 치료를 받고 있던 세이루카 국제병원에서 2017년에 병원 사목인 시바타 미노루 목사(柴田実, 이하 A목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이에 피해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가해자는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결국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세이루카 병원도 문제를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에 2020년 11월에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사쿠라 씨가 승소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기독교 관계자와 영적 돌봄 회원들이 ‘A목사를 지지하고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사쿠라 씨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모임 측은 2018년 9월에 ⌜세이루카 국제병원 사목 A목사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성명」을 냈다. “성실하게 환자 곁을 지켜온 사목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썼다”, “의료와 복지 현장에서 조력자는 환자와 이용자가 일방적인 요구와 애증 등의 강렬한 감정을 표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입장이다” 등, A목사가 마치 피해자인 듯한 내용을 SNS에서 퍼트렸다.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승소 판결 확정 후에도 이러한 주장은 이어졌다.

 

때문에 사쿠라 씨는 ‘A목사를 지지하고 지키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목사(여성 2인, 남성 1인), 그리고 이 모임의 성명을 인용해 게재한 [기독신문]을 발행하는 기독교 신문사, [크리스찬 신문]을 발행하는 생명의말씀선교단에 대해 2023년 9월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청구와 기사 삭제 요청, 두 신문에 사과 광고 게재를 요구하며 기소했다. (이후 크리스찬 신문은 관련 기사를 삭제함.)

 

성폭력만큼이나 ‘2차 가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 심각해

 

2차 피해에 대한 기소에 대해 사쿠라 씨는 “성폭력 사건의 2차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성폭력 피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직접적인 사과조차 없어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으며, “피고인 두 신문사는 기독교계에서 영향력이 있고 온라인 매체이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아도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고 호소했다.

 

시바타 목사가 소속되었던 일본 기독교단은 괴롭힘 상담창구도 거의 없고, 사실 괴롭힘이 인정된다 한들 처분하는 기능도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 영적돌봄학회도 민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피해자의 말을 청취하지 않았고, 2차 피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해도, 학회원이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하지도 않았고 재발방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피해를 당해도 침묵하라는 압력…‘2차 가해 방지법’ 필요

 

“의료기관의 안전 배려 의무가 ‘의료사고’에 국한되어 있어, 성폭력 범죄가 일어난 경우 환자가 치료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의무는 없다. 앞으로의 과제이다.”

 

사쿠라 씨는 또한 “성폭력 2차 가해 금지법 제정과 함께, 종교계 내에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권구제기관도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침묵하라는 압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Unsplash

 

‘세이루카 국제병원 사목에 의한 성폭력 생존자와 함께 걷는 모임’의 야마구치 사치오 회장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미션계 대학의 사회복지사 양성 교육의 수장까지 지낸 자와, 일본 여성권리옹호단체의 개척자적 존재인 일본기독교부인교풍회의 전 사무집행이사, 지도 영적돌봄사 자격 소지자 등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할 전문가, 원래대로라면 피해여성의 가장 가까이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성폭력과 성폭력 2차 가해에 가담한 사실은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야마구치 씨는 또한 “일본의 적지 않은 의료-교육-복지를 기독교 계열 기관이 맡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신자들뿐 아니라 광범위한 시민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광범위한 시민이 성폭력 포식자의 위협에 노출되고, 만약 피해를 당해도 침묵하라는 압력 속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보았듯이 의료업계나 종교계 내의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혐오발언 해소법처럼 ‘성폭력 2차 가해 금지법’ 제정과 독립적인 인권구제기관 설치, 성범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일본판DBS의 영역 확대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이 성범죄를 경시해온 것도 책임 있어

2차 가해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세이루카 국제병원 사목에 의한 성폭력 생존자와 함께 걷는 모임’은 “여성이 묵시적으로 강간을 유도한 것이라는 등의 ‘강간 신화’와, 가까운 사람과 전문기관으로부터 겪는 2차 피해,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방하는 활동, 책임져야 할 조직이 성범죄 사건을 부인하거나 방관해 조직과 내부자를 감싸고 못 본 척하는 일이 이어져, 피해자의 정신적인 후유증이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 당사자가 안심하고 피해를 신고하는 일은 지금도 어렵고, 위험이 큰 상황”이라며, “이번 재판으로 성폭력 2차 가해가 일어나는 일을 억제할 수 있도록 검증하고,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바통을 넘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고대리인 간바라 하지메 변호사는 “성폭력 2차 가해 문제는 남성중심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른바 ‘진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성범죄를 경시해온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간바라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를 없애는 데에는 사회의 의식을 바꿔야 하며, 사회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언론의 보도 방식도 영향을 준다. 이 재판에서 이겨서 ‘2차 피해를 주는 언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모범사례를 축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기사입력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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