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성소수자 학생에게 포용적인 학교 환경 만들자
〈포용적 학교 환경을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 - 성소수자 학생을 중심으로〉 발표회
박주연   |   2024-04-01

“성소수자 학생 건강의 핵심 결정 요인은 부모의 수용과 가족 지원입니다. 학생 지원팀, 지도 직원, 지역사회 파트너는 가족과 학생이 상담, 정보, 지원 서비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자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학교 도서관에는 성소수자에 관련된 도서와 미디어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컴퓨터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연령에 적합한 의료 및 사회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는 컴퓨터 필터링 프로토콜을 검토하여 성소수자 학생과 기타 학교 커뮤니티 구성원이 성소수자 청소년, 지역 및 국가 자원, 성소수자 건강 정보와 관련된 정보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초중등교육부에서 2015년 만든 〈성소수자 학생을 위한 안전하고 지원적인 학습 환경 보장을 위한 원칙〉 중 일부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학교현장 실천 가이드라인: 다양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을 존중하는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엔 “성소수자 학생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 직원의 능력을 강화하는 전문성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라”는 내용이, 미국 뉴저지주법 교육법엔 “트랜스젠더 학생이 학교에서 법적 이름 변경 또는 공식 학교 기록의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학생의 성 정체성에 해당하는 학생이 선호하는 이름과 대명사로 호칭하도록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일본의 카나자와 시에서 만든 〈다양한 성의 이해의 촉진과 지원을 위한 카나자와 시 직원 및 교직원의 핸드북〉 중에서 ‘학교생활, 시설이용에 관한 대응’엔 “학생들 중에는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는 불쾌감이나, 반대로 다른 사람의 신체를 보게 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생길 수 있다. 시설의 이용에 대해서는 본인의 희망을 존중하는 동시에 본인의 의향이나 상황의 변화도 감안하면서 가능한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3월 20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포용적 학교 환경을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 - 성소수자 학생을 중심으로〉(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주최) 발표회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 중인 띵동의 송지은 변호사  ©일다


지난 3월 20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포용적 학교 환경을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 - 성소수자 학생을 중심으로〉 발표회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연구팀은 해외 사례를 안내하며 한국도 성소수자 포용적인 학교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용성, 다양성…거꾸로 가는 한국의 학교 환경

 

포용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과 달리, 한국의 학교 환경은 열악한 수준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송지은 변호사는 ‘학생인권 조례’가 폐지되고 있는 현실부터 짚었다. 작년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 주민청구조례안’이 수리되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이 조례안엔 왜 폐지하려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한다’는 딱 한 줄의 글만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충청남도에서도 계속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2020년 12월 서울시교육청의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에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이 명시되어 발표되었을 땐, 성소수자 혐오세력이 집단적으로 서울시교육청에 항의 민원을 제기하며 교육청 앞에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 집요한 공격을 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용어 삭제,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수정, 동성애와 성전환 관련 내용 제외, 임신중지 관련 내용 삭제, 양성 이외의 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를 삭제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 2024년 1월 9일, 부산교육청 앞에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활동가 및 학생 당사자들이 〈부산지역 학생 성소수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토론자로 참여한 차해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활동가는, 지난해 부산 지역 학생 성소수자 208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응답자의 76%가 주변인에게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기 어려워하고 있”으며, “43%의 응답자가 학교 공동체로부터 배제되어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차해원 활동가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2021)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평균 사회적 고립도는 22.2%”라며, “성소수자 학생의 경우 고립도가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응답자의 71%가 동료 학생으로부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들은 적 있으며, 심지어 33%은 교사에게, 12%는 외부강사에게 혐오발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부당한 일인 언어폭력이나 아웃팅 협박, 따돌림, 신체적 폭력, 성폭력 등을 경험한 사례도 39%”나 됐다.

 

차해원 활동가는 “피해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고통이 수반될 정도로, 당사자들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들 속에서 매 순간 나의 존재가 부정 당한다, 커밍아웃을 했다가 따돌림을 당할까 봐 두렵다, 내가 너무 밉고 인정하기 싫었는데 겨우 정체성을 받아들였더니 이젠 주위 모든 사람이 나를 고치려고 한다, 너무 외롭고 아프다, 삶이 답답하다,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들에게도 열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등 자신들이 마주한 현실을 전했다.

 

세계적으로 ‘포용적인 학교 환경’ 논의는 진전 중

 

송지은 변호사는 김지혜 교수의 연구를 언급하며 “‘포용적 교육’이라는 용어는 국가에 따라 장애인의 ‘통합교육’이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환영하는 교육개혁’이라는 넓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미 “1948년 UN의 세계인권선언 제26조 1항에 모든 사람의 교육받을 권리가 천명”되었고, 이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아동권리협약, 유네스코의 교육차별금지협약 등 다양한 국제인권규범으로부터 포용적 교육의 필요성이 도출되었으며, 유네스코의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 교육 2030(Education 2030) 등의 국제적 교육개혁운동에서 꾸준히 중요한 의제로 포함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1950년부터 가입하고 있는 “유네스코에서도 교육차별금지협약(Convention against Discrimination in Education)이 만들어져 있”고, “2006년 만들어진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 제16원칙에도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국가 등에서도 ‘성소수자 학생 포용적인 학교’를 위한 원칙을 세우고, 실천 방안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초중등교육부의 〈성소수자 학생을 위한 안전하고 지원적인 학습 환경 보장을 위한 원칙〉엔 “학교는 성소수자 학생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괴롭힘, 폭력,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필요에 따라 업데이트하여 법을 준수해야 한다, 학교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필수 교육에 성소수자 학생과 관련된 폭력 및 자살 예방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권장된다, 학교가 성소수자 학생의 가족 구성원을 지원하는 것이 권장된다, 학군(School districts)은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 능숙한 교직원을 지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 〈포용적 학교 환경을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 - 성소수자 학생을 중심으로〉 발표회 내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송지은 변호사 발제문 중


캐나다 앨버타주의 〈학교현장 실천 가이드라인: 다양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을 존중하는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도 마찬가지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성적지향과 성별을 정체화할 수 있도록 존중하며, 학생의 사생활과 기밀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학교 기록을 유지하라”는 지침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학생의 법적 출생 이름을 문서로 제출해야 하는 경우, 학교 직원은 학생의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도록 하고, 학생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이 부적절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별 분리된 활동을 최소화함으로써, 학습이나 스포츠 활동, 장기 대회에서 “남자”와 “여자” 팀으로 나누어 경쟁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더 늦기 전에, 성소수자 학생 포용적인 학교를 만들어가자

 

해외 사례들 및 여러 자료들을 분석한 '띵동’ 연구팀은 한국 사회에 제언하는 “성소수자 학생 포용적인 학교환경의 원칙 7가지”를 발표했다.

 

△차별 없는 평등한 학교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성소수자 혐오성 괴롭힘 등 폭력으로부터 보호되는 안전한 학교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 학생의 개인정보로서 비밀보장이 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성별정보의 수집이나 이분법적인 성별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개인정보의 정정이 가능하여야 한다.

△학교 시설(화장실, 탈의실, 기숙사 등)과 교복・반 배정・반 번호 등 학교 운영, 체육 등 교과 활동에 있어서 학생의 성별정체성과 성별표현이 존중되고,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포괄적이고 긍정적이며 정확한 정보, 성소수자와 관련한 자료가 포함된 교과과정, 교육방법, 교육자원(도서관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성소수자 학생을 이해하고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포괄적이고 긍정적이며 정확한 자료가 포함된 교사연수 및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성소수자 학생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성소수자 학생이 배제되지 않는 학교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송지은 변호사는 “‘성소수자 학생 포용적인 학교’의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학교에 적용될 수 있는 현행 법령 및 제도들을 살펴봤다”고 설명하며, “가장 기본적인 ‘차별금지/평등’ 원칙을 담기 위해 학교에 대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정 내용은 ”포용적 교육의 의미와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 내 차별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 초・중등교육법에서도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이 명시적으로 삽입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연구 팀은 “학교 시설, 학교폭력/안전, 비밀유지/개인정보보호의 개정안 내용” 또한 세세히 짚었다. ※연구 결과 자료집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https://ddingdong.kr/xe/data/19979

기사입력 : 2024-04-01

뒤로가기 홈으로
광고
댓글

i

댓글 수정 및 삭제는 PC버전에서만 가능합니다.

가장 많이 읽은 기사

URL 복사
x

홈앱추가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일다. All rights reserved.